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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06. 2023

슈가맨을 찾아서

Searching for Sugarman(2014/08/09)

70년대 초반, 단지 두 장의 포크록 앨범을 낸 식스토 로드리게스란 디트로이트의 가수가 있었습니다. 로드리게스스의 앨범은 친지들에게 몇 장만 팔렸을 뿐,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잊혔습니다. 그런데 그의 음악은 우연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인종 차별과 권위주의 체제의 남아공에서 로드리게스의 음악은 저항과 반항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사랑을 얻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로드리게스는 전혀 몰랐고, 남아공 사람들에게도 로드리게스는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가수였습니다. 남아공 팬들에게 로드리게스는, 무대에서 총기로 자살했다, 분신자살했다는 등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전해졌을 뿐입니다.


1990년대 되어 두 명의 남아공 팬들이 로드리게스의 운명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들의 조사로 인해 로드리게스는 죽지 않았고, 여전히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세 자매의 아버지이자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살던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음악이 사그라지지 않고, 남아공에서 불꽃을 피우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칭 포 슈가맨’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로드리게스의 음악은 포크록에 문외한인 저에게도 강하게 호소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어떤 작품이 대중의 사랑을 얻는 것은 작품의 성취와는 관련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 작품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로드리게스의 음악은 그의 고향인 미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아공에서는 웬만한 가정에 한 장씩 앨범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로드리게스는 남아공에서의 성공을 몰랐고, 남아공에서는 로드리게스의 생존 여부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로드리게스의 존재는 팬들에게는 미스터리였습니다. 이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로드리게스의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을 때, 이 영화는 한 인간의 양지와 음지를 골고루 짚어나간 감동의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로드리게스는 1998년 남아공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뮤지션으로서 인생의 황혼기를 열게 되었습니다.

[서칭 포 슈가맨]을 보고 저도 불현듯 생각이 난 뮤지션이 있습니다. 제가 고교생이던 1980년대 후반 강남 일원의 학생들이 카세트테이프에서 테이프로 복사해서 듣던 기타 연주곡이 있습니다. ‘송명권’이란 기타리스트가 작곡, 연주한 ‘잉카의 추억’이란 곡이었는데, 그 뮤지션의 정체와 음악에 대한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학시절, 자주 가던 LP 숍에서 뉴에이지 앨범 ‘독(獨)’을 내놨고, 제가 그 앨범을 구입한 얼마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 기타리스트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아는 분이 있으시면 소식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2000년에 일요 아침 드라마 ‘좋아 좋아’로 데뷔를 했는데, 시청률이 저조해서 30회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김선아가 ‘운조아’라는 여자 주인공으로, 무려 소지섭과 권오중이 남자 주인공이었는데, 톰[소지섭]과 제리[권오중]가 운조아를 두고 치고받고 하는 청춘 코미디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잊혔지만, 혹시 남아공에서 컬트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서칭 포 좋아 좋아’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칭 포 슈가맨’은 꿈을 향해 달려가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게 합니다. 설령 젊은 날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 세월의 먼지 속에 덮여 있을 지라고, 그 시도는 고귀한 것입니다. 먼지 속에 덮인 그 시도들이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처럼 뒤늦게 빛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슈가맨은 너무나 낭만적인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가 실화라서 관객들도 행복합니다. 그의 음악이 다시 먼지를 털고 빛을 보게 되어 다행입니다. 감동적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한 예능에서 <슈가맨을 찾아서>란 프로그램이 나왔고, 로드리게스와 비슷한 사례가 발견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인생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오로지 좋기만 할 수도, 나쁘기만 할 수도 없는 거 같습니다.  기운을 내서 살아보면, 슈가맨과 같은 날도 오지 않을까요?(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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