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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24. 2023

아역 배우

2008-05-10

많은 드라마가 이야기를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풀어나갑니다. 어린 시절이 소개되면 '걔는 어릴 적부터 그랬다', 또는 '걔는 어릴 적부터 싹수가 보였다'는 식으로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쉽게 이해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어린 시절에 고난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이 쉽게 감정이입을 하여 드라마에 몰입시키도록 합니다. 주인공의 관계를 어릴 적부터 엮어두면 성인이 된 후에도 세월이 주는 의미가 실려 운명적인 개연성을 지닐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극 초반에 배우들의 스케줄이 전작(前作)과 물려 해결이 잘 되지 않을 때 아역의 등장은 제작의 애로점을 해소해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가 아역으로 출발합니다.

진구와 다빈이


보통 일곱 살 이상의 어린 배우들이 어느 정도 대사를 지닌 역을 해냅니다. 그런데 아역 배우들은 신이 내린 선물입니다. 일곱 살에서 열다섯 살 정도의 어린 배우들이 연출의 지도로 연기가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연출은 극히 기본적인 지문과 대사의 해석을 내려줍니다. 그럼 그 어린 배우들이 혼자서(사실은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겠죠) 그 대사를  외우고 지문을 실현합니다. 현장에서 연출이 다그치고 달랜다고 연기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아역 배우들은 대부분 타고난 감성으로 성인 뺨치는 호소력으로 배역을 소화합니다. 물론 걔 중에는 연기가 조금 미진하지만 어른들의 마음을 흔들고 '귀여워'를 연발할 수 있는 외모로 시청자의 마음을 여는 외모형 배우도 있습니다.

  

겸이 역의 진구

어린이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기는 쉽지 않지만 연기를 잘하는 어린이를 고르는 요령이 있습니다.


우선 잘 놀고 쾌활한 아이인지 살펴봅니다. 촬영하는 과정에 워낙 여러 사람들이 관계하기에 낯을 가리는 아이는 연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 언어 능력이 뛰어난지 살펴봅니다. 대사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행위는 역시 언어 구사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감을 지닌 외모를 지녔는가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소중하지만, 모두가 다 매력 있는 외모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어른이 호감을 느끼면 '귀엽다', '잘 생겼다'라는 말을 아이는 자주 듣게 되고 그런 칭찬과 격려가 아이들이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앞에 말한 것처럼 아이의 외모에 연기의 미비한 부분이 가려지기도 하는 부분도 당연히 상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촬영을 재밌는 놀이로 생각하여야 합니다. 제가 만난 모든 아역 배우들은 감독의 꾸지람에도 불구하고 '촬영장이 재밌다'라고 하나 같이 대답했습니다. 재밌으니 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분장실에서 놀고 있는 진구

일지매도 이렇게 신이 주신 선물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린 겸이 역을 맡아 5개월여를 수고한 진구, 수막 역의 영학이, 봉순역의 다빈이 은채역의 유정이, 시후역을 맡은 다윗 등 많은 어린이들이 그간 고생을 했습니다. 극의 성패를 좌우하는 1,2회인 만큼 연출과 스태프의 의욕이 대단했는데 그 사이 이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진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이 아이들이 모두 훌륭하게 자라고 저와 함께한 추억이 아름다운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후 역의 다윗 마지막 촬영 후

이 친구들은 모두 아직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학이 다윗은 다른 작품에서도 만나 같이 일했습니다. 진구와 유정은 주인공 급의 배우가 되었습니다. 다들 큰 다음에도 저를 기억하고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다빈이는 너무 어려서인지 저를 잊었더군요.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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