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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30. 2023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 [愛なんていらねえよ、夏]

2007-11-03

하드의 메모리 공간을 불필요하게 차지하고 있다 싶어 보기 시작한 드라마인데 그냥 제 머리의 메모리를 꽉 채우고 말았습니다. 


재밌는 드라마를 정의하는 속설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활극이라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싸움 잘하는 주인공이 세상에서 제일 싸움 잘하는 악당을 죽을 고생을 다해서 이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멜로드라마에 이 공식을 적용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이루기 힘든 사랑을 주인공들이 죽을 고생을 다해서 사랑을 완성하는 것' 일 텐데 이 드라마는 바로 이 속설이 낭설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죽여야만 살길이 열립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남자는 여자의 오빠구실을 해야 합니다. 여자는 부잣집 딸이고 남자는 호스트빠의 제비족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홀리는 데 쓰는 제비족의  여러 가지 수법은 장님인 여자에게는 쓸 수가 없습니다. 남자는 빚을 갚지 못하면 죽을 운명이기에 시한부 인생이고 여자는 뇌에 종양이 있어 시한부인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죽어도 안된다'는 제약조건이 주인공들의 앞을 가로막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은 그들의 사랑이 완성되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재미있습니다.


뻔한 스토리를 언밸런스한 구도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얼굴 한 컷으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히료스에 로코의 존재감이나 세상에 하나뿐인 레이지상을 만들어낸 와타베 아츠로의 열연이 넋을 빼놓습니다. 어느 순간 이야기와 정서가 쑤욱하고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옵니다. 멜로드라마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저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최근 불륜이 드러나 이미지가 구겨졌습니다. 한국판 리메이크 작의 남자주인공을 했던 김주혁 군은 이제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네요.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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