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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30. 2023

왼손잡이

2007-12-02

둘째 아이가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미는데 자꾸 저의 오른손과 엇나갑니다.  그전부터 자꾸 숟가락을 왼손으로 쥐려 하기에 의심하긴 했지만, '왼손잡이구나'하는 확신이 팍 오는 순간입니다. 명절 때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도대체 어느 곳에서 왼손잡이의 피가 흐른 것이냐' 하고 반 농담으로 물었더니, 두 분이 자수를 하십니다. 한 분은 어머니이시고 또 한 분의 장모이십니다. 지금까지 알아차리질 못했는데 뜻밖의 사실에 놀랄 뿐이었습니다.


    "살기에 불편하셔서 오른손잡이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 힘주는 일은 왼손이 편하다."


두 분의 똑같이 하신 대답입니다.


인구의 10%가 왼손잡이라는데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습니다.  걸상과 책상이 일체로 돼있된 대학 강의실의 책상 겸 의자를 보면 무조건 오른손잡이용이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편 팔을 기대는 방향이 왼쪽에 있는 왼손잡이 책상이 반드시 마련돼 있었던 미국 학교의 교실이 생각납니다. Tofel 등 큰 시험을 보면 사전에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 인지 확인을 해 시험장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던 배려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래서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性的 소수자, 장애인, 소수 민족, 어린이, 왼손잡이 등 소수자들이 주류사회에 섞여 사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다수가 배려하고 제도를 갖추고 있는 곳이 선진국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상에서도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예의를 강조하는 문화가 잘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선거의 열풍이 불고 있는데 우리의 후보들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정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과연 그들이 여는 사회는 왼손잡이인 우리 둘째가 불리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운 사회일까요?


아이에게 오른손을 강요하진 않을 결심입니다. 아빠가 악수할 때 왼 손을 내밀면 되니까.



이렇게 써놓고, 아이에게 오른손잡이가 될 것을 강요했습니다. 글을 배울 무렵이 되자 오른손으로 글을 쓰게 유도했습니다. 오른손에 힘이 잘 안 들어가서 왼손잡이가 되었을 텐데, 부모의 강요로 억지로 오른손으로 글을 쓰게 한 것입니다. 이 아이가 얼마 전 대학에 갔습니다. 어릴적부터 흐리고 삐뚤빼뚤했던 글씨체는 여전히 좋지 못합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냥 왼손을 쓰개 놔두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글까지 남겨 놓고 왜 엉뚱한 짓을 했는지.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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