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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l 01. 2023

<궁녀>

2007-10-16

10월 18일부터 영화 궁녀가 개봉합니다.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영화와 관객이 편하게 대화하는 것은 '단순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전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포레스트 검프]류의 영화가 이런 예일 것입니다.  [The Sixth Sense]의 예처럼 '단순한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아서 전달한다면' 그 또한 재밌는 대화의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궁녀]는 '복잡한 이야기를 복잡하게' 전달합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진 않습니다.


월령(서영희 분)이란 궁녀가 목매단 시체로 나인들의 처소에서 발견됩니다. 내의녀로서 검시를 하게 된 천령(박진희 분)은 이 사건이 자살로 위장된 타살임을 알아차립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감찰상궁(김성령 분) 등의 조직적인 방해가 다가오지만 사건의 이면에 왕손의 원자 즉위와 관련한 복잡한 음모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천령은 궁녀로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던 자신의 개인사로 인해 사건에 더욱 매진하며 관객을 음모의 중심부로 안내합니다. 영화는 예상외로 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많은 관객들에게 그 큰 이야기를 쫓아가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는 면에서는 이 영화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하고 명쾌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요즘 관객들은 외면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야기의 중요한 실마리인 박의녀가 시체로만 소개된 점은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만든 이유입니다. 미스터리와  호러물 사이에 어중간하게 양다리를 걸친 것도 이야기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영화의 진실을 주인공 천령의 개입 없이 희빈(윤세아 분)과 김상궁(김미경 분)의 침전의 대화로 푼 것은 영화의 긴장을 늦춘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두뇌 싸움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끝난 후에도 두고두고 친구와 할 얘기가 많을 것입니다. 사건의 전과 후를 검토하면서 전체의 퍼즐을 맞추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복잡한 이야기의 실타래를 푸는 과정에서 영화 보기의 즐거움을 찾는 관객이라면, 하드고어류의 잔혹물을 남몰래 수집하는 영화광에게는, 이 영화는 값진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결코 만만한 두뇌 싸움이 아닙니다. 자신 있는 분은 극장을 찾아가십시오. 비주얼은 18세 미만 관람불가가 나올 정도로 자극적입니다.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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