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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l 01. 2023

The Brave  One

2007-10-24

크라잉 게임의 명장 닐 조던 감독의 신작 The Brave One이 개봉되었습니다.


닐 조던은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손을 거치면 상업 영화도 예술 영화의 품격을 지닙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그의 이런 품위는 항상 부러울 뿐입니다. 다수의 관객에게 소구하기 위해 메시지의 난이도와 깊이를 하향 평준화하는 작업이 이들에게는 일상화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품위가 떨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나 닐 조던은 이런 딜레마를 항상 잘 극복해 내는 것 같습니다. IRA 테러리스트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을 그려낸 [크라잉 게임]이나 통속적인 불륜극을 통해 사랑의 가치를 그려낸 [The End of Affair] 등  재미와 품격을 동시에 갖춘 그의 영화는  항상 저의 명화 리스트에 들어 있습니다.


이번 영화도 이런 품격이 갖춰져 있습니다. 뉴욕의 거리 소음을 녹음하며 도시에 대한 감상을 전하는 라디오 DJ 에리카 베인은 센추럴 파크에서 불량배들에게 약혼자를 살해당합니다. 심한 폭행으로 몇 주후에 깨어난 에리카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던 에리카는 결국 불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합니다. 그 총기로 인해 우연히 슈퍼마켓의 악당을 살해한 에리카는 그 후 다른 악당들을 처단하며 그 도시에서 다시 생존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런 내용을 다른 감독의 손에 거친다면, 예를 들어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했다면 아주 현란한 활극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닐 조던이기에 [Death Wish]와 같은 상업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드라마와 그 캐릭터들에게 집중합니다.


조디 포스터가 주인공입니다. 연예 프로그램을 장식하는 할리우드 배우와는 그 행보가 다른 조디 포스터이기에 그녀의 작품 선택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조디 포스터는 상업영화지만 작품성 있는 영화를 선택해 학구파 배우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온 배우라 생각합니다. 그녀가 연기한 에리카 베인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양면적인 캐릭터로서 '원하지 않은 방식으로 영웅이 돼버린' 여성의 심리를 잘 포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선과 악의 미묘한 갈림길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악을 처단합니다. 이러한 줄거리와 인물이 나타나면 어느 순간 주인공의 고통은 사라지고 '터미네이터'와 같은  액션 괴물만 남는 것이 상업영화의 주류인데, [The Brave One]의 주인공은 자신의 상처를 곱씹는 새로운 몬스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좋은 캐릭터는 항상 결함이나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닐 조던과 조디 포스터가 참여한 이 영화에서는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불완전한 캐릭터들에게 어느 날 발생한 불합리한 일들이 이 영화를 전형성의 나른함에서 구해냈습니다. 콤플렉스가 가득하고 불완전하며 약한 존재인 인물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기에 닐 조던의 영화는 특유의 정체성을 갖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총알이 난무한 스피드와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실망스러운 선택이겠지만, 삶을 다시 보기 위한 방식으로 극장을 찾는 분들에게는 뿌듯한 두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저는 강력 추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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