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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l 02. 2023

캐스팅

드라마 한 편의 제작은 세 단계로 공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가 'Pre-Production'이라 부르는 촬영 직전까지의 거의 모든 준비 과정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Production'으로 촬영 과정을 말합니다. 세 번째는 Post-Production으로 편집, 믹싱 등 후반 작업을 통해 방송용 영상을 완성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저는 Pre -Production 단계가 항상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세부적으로 힘든 두 과정을 고른다면 좋은 대본을 만들어 편성을  받는 과정과  주인공 배우를 찾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대본은 능력 있는 작가와, 방송사, 그리고 연출자의 팀워크가 좋고 취향이  맞는다면,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을 찾는 일은 정말 가장 힘든 작업입니다.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입니다.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대본에서 요구하는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찾고, 그다음 그 배우의  스타성이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음을 확인하면 됩니다. 그 배우의 출연료가 제작사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에 비해 기대 이익이 크다면 해결이 됩니다. 예를 들어 배우에게 천 원이란 많은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이천 원의 예상 수익이 발생한다면 그 배우의 개런티는 천 원이 많아 보이더라도 적정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전체 제작 예산에서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그런데 주연 배우의 캐스팅은 이런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연 배우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시장이기에 여러 가지 불합리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미지가 맞으면 스타성이 없고, 스타성과 이미지가 맞으면 개런티가 너무 비싸기도 합니다. 여러 조건이 다 맞아도 그 배우는 다른 작품이나 배역을 원하기에, 캐스팅 콜은 제작진의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아 드라마의 내용이 배우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다음의 문제는 적정선에서 배우의 개런티를 협상해 계약서의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도장을 찍은 후에도 마지막 관문이 있으니 상대 파트너 배우를 잘 찾아야 합니다. 배우도 사람이기에 호감 있는 배우가 파트너가 되어야 연기하기 좋을 것입니다. 실제로 캐스팅이 성사되었다가 파트너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캐스팅이 무산되는 예도 있습니다. 


그래서 캐스팅의 과정은 연출자에게는 가장 힘든 과정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입니다. 저는 대본에서 요구하는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스타성과 수익 여부를 떠나 작품을 살릴 수 있는 배우를 원합니다. 머리가 좋아 생각이 많은 배우보다는, 감성이 좋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배우를 선호합니다. 배우의 감성이라는 것이 연출자의 힘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세월이 지날수록 절감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한 결과로 나온 연기는 엇박자가 나고 자연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워낙 주인공이 부족하고, 다른 무엇보다 드라마의 수익이 중요해진 시기여서 캐스팅이 연출자의 입맛대로 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기대수익의 확보가 캐스팅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사실 주인공 캐스팅은 영화나 드라마가 상업화된 이후에 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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