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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l 23. 2023

<무사의 체통>

2007년 8월 14일 쓴 글입니다.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때 모두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힘으로 사방에서 폭탄처럼 홍보세례를 해 관심을 끌게 만든다든지,  입소문으로 들은 '영화가 재밌다'라는 평가가 우리가 영화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어느 '감독의 작품'이다, 라든지 '어느 배우가 출연한 영화다'라는 인적 조건이 영화 선택의 중요한 이유인 분도 많을 것입니다.


저는 어느 쪽이냐면 주로 배우를 쫓아가며 영화를 봅니다. 감독을 쫓아가서 큰 낭패를 겪은 기억은 없습니다만 ('English Patient'를 연출한 감독의 초기작은 황당했습니다.) 배우를 쫒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명성이 높은 배우는 감독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작품을 놓고 선택을 하기에 더 좋은 작품을 택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본 최고의 배우라 평가받는 기무라 다꾸야가 택한 영화라면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주군의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살피는 미천한 사무라이 신노조는 어느 날 정말 독이 든 음식을 먹어 눈이 멀어버립니다. 여기서부터는 다케시의 '자토이치'와 비슷한 이야기라고도 보이는데... 아름다운 아내 카요는 성심껏 신노조를 보살핍니다. 그러다 신노조의 미래와 관련해 '상담'해 주겠다는 다른 사무라이에게 카요는 겁간을 당합니다. 이 사실을 안 신노조는 맹인이면서도 다시 검을 잡습니다.


영화를 본 느낌은 90년대 초기에 북한의 소설을 본 듯 감흥과 비슷했습니다. 현실에 비해 너무 단순한 이야기와 정직한 연출, 그리고 계몽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을 만큼 뻔한 주제를 다뤄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 그래 이렇게 단순한 권선징악의 얘기가 여전히 감격스러울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과 명예, 질투 등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감정을 살살 자극해 어느덧 캐릭터에 동화되어 단순하고 뻔한 결론에 눈물을 찔끔 흘렸습니다. 복잡한 시절엔 오히려 단순한 것이 통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다시 배우 기무라 다꾸야는 왜 이 작품을 선택했나 생각해 봅니다. 75세의 거장 '야마다 요지'감독을 배려해서였을까요? 기무라의 선택 대문인지 야마다 감독의 내공 탓인지 일본에서는 꽤 흥행에 성공했나 봅니다.


제가 75세가 되면 기무라 정도의 배우와 일할 수가 있을까요?

기무라 급의 배우와 일을 못해도 그때에도 현장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75세가 먼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점점 가까워집니다.(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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