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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Aug 03. 2023

2. 리더십에 관하여(푸시형, 풀형)

2007년 4월 13일에 쓴 글

리더의 다른 면모를 살펴본다면 푸시형(압박형) 리더와 풀형(방임형) 리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푸시형(압박형)은 부하를 달달 볶아대고 밀어붙여 목표를 향해 나갑니다. 반면 풀형(방임형)은 부하와 토론하고 목표를 공유하고 부하의 주도적인 참여를 유도합니다. 푸시형 리더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성취할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압박을 가합니다.  풀형 리더는 토론을 장려하고, 목표를 이해시키고, 리더의 의도를 알려주며, 궁극적으로 이 목표의 달성이 부하의 경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푸시형 리더는 '부지런한' 리더에 가까워 보이고 풀형 리더는 '게으른' 리더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미 올린 글의 '부지런한', 또는 '게으른' 리더의 논리를 이해하셨다면 아마 푸시형 리더가 좋지 않은 리더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과업을 수행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는 다른 양상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압박'형 리더와 일할 때 힘들었습니다. 반대로 '풀'형 리더들과 일하기는 한 없이 편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항상 결과는 압박형 리더가 좋았습니다. 압박형 리더는 제가 알지 못한 저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었기 때문입니다. 저 스스로가 '이게 최선이야'하고 만족할 때 그들은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며 저를 몰아붙였습니다.


최종적인 결과물을 보고 '신이시여 이게 진정 내가 이룬 것입니까?' 하며 스스로 감탄하게 만든 것은 모두 푸시형(압박형) 리더였습니다. 풀형 리더는 같이 지내기에 좋았고 심신이 편안해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평균적인 성과만 나왔고 그렇게 성취한 목표는 나중에 쉽게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필요한 리더는 조직원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주는 푸시형 리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직원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리더... 나를 '두 얼굴의 사나이' 중 '헐크'로 변신하게 하는 그 푸시형 리더가 긴 시간이 지나고 보면 훌륭한 리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목표의 장대를 조금씩 높여가며 엉덩이를 걷어차는 그러한 리더입니다. 


그래도 저 자신은 푸시형, 풀형 두 가지 방법을 다 쓰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제 업무의 특성상 전문가들이 집단을 이루고, 각 분야의 숙련가인만큼 하던 대로 일하는 관행에 젖어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택한 방식은 첫째, 목표를 아주 높게 설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해온 것과 비슷한 목표치를 제시하면. 하던 대로 하면서 '마른 수건 쥐어짜는' 방식으로 실행하는 때가 많았습니다. 아예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면,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안해 올 때가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긴장하는 것도 많이 봤고요. 둘째, 개개인별로 책임과 데드라인을 명확히 주려고 했습니다. 정해진 날에 업무의 진척도를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 데드라인과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의외로 드라마 제작과 같은 창의 산업에서 더욱 중요했습니다. 타임 라인이 분명하지 않으면 모든 업무과 애매하게 표류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세 번째, 가급적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진행했습니다. 회의 과정은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회의라기보다는 정보와 진행사항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전문가들이 모여있기에, 저는 어떤 지시를 한다기보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질문자로서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을 묻고, 그 결과 같은 정보를 공유하게 만드는 것에 신경 썼습니다. 넷째, 제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려 애썼습니다. 제 의도를 분명히 안다면, 그에 맞춰 전문가들이 각 분야에서 응용하거나 창의적으로 대응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푸시형(압박형) 리더가 더 낫다고 쓴 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과업에 따라, 함께 일한느 사람에 따라, 주어진 시간에 따라 리더의 수행 방식도 조금 달라져야 할 거 같습니다. 시간이 많을 때 달달 볶아봐야 말을 잘 들을 리도 없고, 반대로 시간이 부족한데 한가롭게 토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상황에 따라 푸시, 풀 두 가지를 다 잘 쓰는 리더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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