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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Aug 17. 2023

3. 리더십에 관하여(화내는 리더)

화내는 리더, 달래는 리더.

얼마 전 헤드 헌터로 일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날 친구가 해준 말은 리더십에 대해 크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임원 급 인사의 리크루트 과정에서 헤드헌트들이 평판을 체크하는 내용을 전해주었습니다. 임원 후보자가 아랫사람에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인지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임원 선발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그 이유는 화를 내는 상사에게는 부하 직원이 혼나기 싫어서 보고를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만난 부하는 상사의 분노를 피하려고 합니다. 적당한 타이밍을 찾으려고 하거나,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하고 보고를 미룹니다. 결국 그 상사는 조직에서 중요한 정보를 가장 늦게 아는 사람이 되곤 합니다. 긴급히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안에 임원의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생기곤 한답니다. 그래서 임원을 선발할 때 다혈질인 사람은 기피한다고 합니다.


리더는 결정하는 사람이니 만큼 다른 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자입니다. 권력자인 리더는 아랫사람에게 화내기 쉽습니다. 저도 과거에 촬영 현장에서 자주 화를 내곤 했습니다. 제가 화를 내면 모두가 조용해지고 모두 어쩔 줄 몰라하니, 기분이 으쓱해지면서 화낼만하다 싶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점점 나이가 들수록 더욱 화내기 쉬어졌습니다. 그런데 화내는 것이 리더에게는 단점이라면 리더는 어떤 덕목을 갖추어야 할까요? 리더는 아랫사람의 눈치를 보고 달래야 할까요?


리더는 여러 갈등이 교차하는 지점에  중재와 타협을 통한 결정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은 모두가 서로의 이익과 이해에 첨예하게 대립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의 타협을 유도해야 하는 만큼 전 그들 모두를 달래야 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A도 달래고, B도 달래다 보니 제 영혼이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달래고 달래다 보면 운 좋게  쟁점이 해결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파국에 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과연 리더로서 참고 달래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저는 달래지는 않습니다. 대신 충분히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많은 상황이 리더가 그 의견을 충분히 듣고 알아주었다는 걸로 해결이 됩니다.


이런 여러 사항을 거치면서 제는 촬영현장에서 화내는 법에 대해 저만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 원칙은 첫째, 화를 낼 때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전략적으로 화를 낸다는 것입니다. 화를 낸 뒤의 결과를 예상해 봅니다. '연기하듯 화낸다'는 것이 제 전술입니다.  둘째, 절대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감정적으로 휘둘려서 과한 언행의 실수를 방지합니다. 셋째, 화내는 현장을 그 누군가 카메라로 찍고 있다고 간주합니다. 사후에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넷째,  무엇보다 아랫사람의 성장을 목표로 화를 냅니다.  다음의 대사를 가급적 화를 정리하면서 반복합니다.


 "내가 화를 내는 건, 네가 이 사건의 의미를 명심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나 과오를 반복하게 하지 않는 거야, 다음에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


이런 생각으로 현장에 나가니, 어느 날 보니 화를 낸 지도 한참 지나있었습니다. 화내지 않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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