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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Aug 18. 2023

<Shortbus> 자극과 소통

2007년 3월 4일 쓴 글

영화 <숏버스>에 대한 평은 양극단 서 있습니다. 소재와 영상의 선정성에 대해 반발하는 평이 그 일단이고 그 반대쪽에는 영화의 스토리가  전해주는 정서에 감응한 세력이 서있습니다.  사실 어느 관객이 이 영화를 찾아보았다면 이유는 두 가지 정도입니다. 영화의 강력한 성적 이미지에 끌렸거나 '헤드윅'의 크리에이터 존 카메론 미첼이 제작했다는 것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전자의 이유로 찾아본 분이 더 많을 것입니다.


 커플 카운슬러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성관계 카운슬링인 소피아, 서로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제이미 커플 등 마치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뉴요커의 삶이 얽혀 영화의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러브 액츄얼리'와의 차이점이라면 인물의 삶이 이 영화에선 최종적으로 물리적일 뿐 아니라 화학적으로 용해된다는 것입니다. 모두의 삶이 교차하고 관계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영화를 지배하는 성적 이미지가 영화 속 캐릭터의 화학반응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영화의 중반, 아마 세브린이란 캐릭터가 '자신은 진지한 관계를 가지기 못하고 있다'라고 고백한 순간이라고 보이는데, 그 순간 이 영화는 자신의 테마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소통하지 못하는 뉴요커는 소통하기 위해서 섹스를 수단으로 써서 성행위에 몰입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영화 속의 성적인 내용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고 점차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독특한 미학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예술 행위는 인간의 억압된 성욕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음악, 무용, 미술 등은 알고 보면 인간의 성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수단인 예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예술을 별나라의 외계인이 보면 '지구라는 별에 사는 인류의 구애행위'라고 단순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영화 '숏버스'는 성적인 이미지로 온통 무장하고 있지만 사실 건전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미 성적인 이미지를 스크린 위에 토해 놓은 후인지라, 빈 속에서 나오는 신물 같은 진솔한 이야기와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감독과 배우는 영화의 테마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소통의 부재라는 억압된 현실을 포르노에 가까운 성적 이미지로 상징화했기에 다른 예술 작품과는 반대로 오히려 솔직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하면 이 영화는 솔직함과 가장(假裝)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인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자신의 본심을 속이기 때문에 우리는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바쁜 척하지만, 신나는 척하지만, 안 그런 척하지만 결국 우리는 외롭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은 그 어느 시기의 핀볼 머쉰을 찾아다니는 하루끼의 외로운 인간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하루끼의 소설처럼 쿨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이미지에 빠져 그 자극에 반응한다면 그 사람은 아직 철이 더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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