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PD Jul 30. 2023

1. 리더십에 관하여(똑게형, 멍부형 리더)

2007년 4월 12일 쓴 글입니다. 

스탠퍼드 대학 관련 학과에서 가져온 이미지. 그림에 달린 주석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어떤 조직에 속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겠지만, 특히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어느 조직에건 목표가 있을 것이고, 그 목표의 달성여부는 어느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거나 공과를 따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직장 상사나 학교의 교사, 영화나 TV의 감독,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밴드의 리더를 찾아 그들에게 책임을 돌리곤 합니다. '그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라고요. 


리더의 존재는 소속한 팀원이나, 성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제 아무리 히딩크라도 모든 나라의 감독으로 부임해서 다 월드컵 4강에 오르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개개인의 역량과 조직이 처한 환경에 따라, 리더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리더인가> 


리더십에 관한 제일 처음 떠오르는 이야기는 '똑게', '똑부', '멍게', '멍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똑게'는 '똑똑하고 게으른'을 줄인 말이고 '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리더란 뜻입니다. 당연히 똑부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한'의 약자입니다. 이 구분은 '부지런함''이란 가치를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최고의 리더는 '똑게'형 리더입니다.  조직에서 리더는 똑똑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반드시 부지런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는 대세를 읽고 주요 포인트에만 관여를 합니다. 조직의 이념이나 업무의 방향성 등 큰 흐름만 관여하는 것입니다. 게으르기에 부하 직원들의 자율성이 자연스럽게 존중되며  적절한 '권한과 책임의 위임'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부하들은 알아서 자기 일을 챙깁니다. 그 리더가 사라져도, 자율을 누리면서 성장한 부하직원이 리더의 자리를 이어받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기에 조직의 생명과 활력이 지속된다는 주장입니다.


저는 주로 '똑부'형 리더를 만나왔습니다. 그들의 성실함과 박식함에 후배들은 항상 기죽어 지냈으며 똑부의 한마디는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아랫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똑부가 권좌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 중간 관리자는 모두 그 리더의 눈치만 봤습니다. 실제로 중간관리자의 기능은 마비되었고 단순히 윗분의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의 기능만 수행했습니다. '똑부'와 일하는 동안 아랫사람의 삶이 피폐해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를 '똑부'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에 의해 이루는 것도 보았습니다. 반면에 '똑부' 리더의 잘못된 방침에는 그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했고, 그에 대한 반기는 오로지 '중이 절을 떠나는' 극한의 방식으로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리더 형태 중에서 최악의 리더는 누구일까요?  물론 멍청한 주제에 부지런한 리더입니다. 사사건건 부하에게 간섭하고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매달립니다. 대부분 근태를 강조하고, 원칙을 내세웁니다. 정해진 규범을 따르라고 강조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멍청한 주제에 엄청나게 부지런해 모든 조직원과 업무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만듭니다. 'Band of Brothers'에서 데이비드 쉬머가 연기한 소블 대위 같은 사람입니다. 장교가 지도조차 제대로 못 보기에 부하들을 사경으로 이끌곤 합니다. 그런 주제에 잘 나가는 부하나 동료에게 시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부지런함은 실패로 향하는 길을 최대한 단축시킵니다. 


제가 만난 최악의 리더는 멍게 주제에 욕망과다형인 사람이었습니다. 멍게의 특징을 다 가지고 있지만 성취욕이 강해  가끔 부지런을 떨면서 후배를 지독히 괴롭혔습니다. 그들은 문제의 원인을 주로 자신이 아닌 남에게서 찾기에 끊임없이 부하직원을 탓하고 새로운 사람을 끌어들였습니다.(이런 면에서는 부지런했습니다.) 결국 그의 멍청함과 게으름, 욕망에 의해서 프로젝트는 교착 상태에 빠지곤 했습니다. 가장 나쁜 점은 실패로 이르는 모든 과정에 그는 한 발 물러나 서있고, 후배나 부하들을 시켰습니다. 과오에 대한 책임을 아랫사람이 더 많이 져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리더에서 나쁜 리더로 순위를 매긴다면 1. 똑게 2. 똑부 3. 멍게. 4. 멍부 일 것입니다. 저도 '멍게/욕망과다향' 리더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똑게'형 리더가 되고 싶고 그게 사실 몸도 편할 것입니다. 한편, 게을러지긴 쉽지만 똑똑해지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멍청한 리더보다는 똑똑한 리더를 많이 만난것을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결국 이 논의의 교훈은 적당히 게으르게 지내라는 것입니다. 적당히 게으르면, 최고의 리더(똑게)가 되진 못할지라도 최악의 리더(멍부)가 되는 길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너무 부지런한 리더를 만나거나, 당신이 부지런하다면, 마음속으로 경계경보를 울려야 할 때입니다.


한편 그 누구도 인생에 한두 번은 리더의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리더십의 문제는 남의 일 보듯 넘어갈 부분은 아닙니다. 저 또한 항상 리더에게 이끌림을 받습니다. 저도 리더로서 책임진 부분이 있기에 '무엇이 바람직한 리더십인가'는 항상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From Earth to the Moon> HB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