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촬영하면 위험한 장면을 찍는 때가 있습니다. 촬영이 쉽지도 않고, 촬영에 참여하는 배우나 스태프가 위험한 상황이 많습니다. 그런 위험한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저는 안전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조연출 시절에 겪은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블루]라는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제작하던 때, 주인공인 배우가가 다이빙을 하다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남자 대탐험]이란 드라마에서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사전에 했었음에도 스턴트맨이 2층 높이의 빌딩에서 예정된 낙하지점과 다른 곳으로 추락한 적도 있었습니다. <대풍수>라는 드라마에서 말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 말이 타고 있는 배우를 옆의 지형지물에 부딪치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란 드라마에는 유독 이런 위험한 장면의 촬영이 많았습니다. 건물에서 배우가 매달려 기어 올라가는 장면이 있고, 차량 넉 대를 가지고 주인공을 덮치는 스턴트 장면도 있습니다. 1부 첫 신부터 헬기 촬영이라 헬기 두 대가 근접 촬영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저는 항상 촬영 현장에서 안전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후배에게도 이런 장면을 찍을 때에는 연출이 '과욕'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 드라마 촬영에는 '일상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현대물에서 많이 나오는 차량 장면은 사실 대부분 위험합니다. 좋은 그림을 위해서는 카메라가 차량의 진행 방향에 마주 보고 서있어야 합니다. 차량 내부를 찍을 때는 레커라는 특수차량 위에 차량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스태프가 매달려 카메라와 조명, 오디오를 설치하고 차 위에 매달려 달려갑니다. 한마디로 현대물에 나오는 차량씬은 대부분 위험합니다. 사극에서 밤 장면에는 일상적으로 횃불과 초가 등장합니다. 사극 세트 건물이나 초가 등이 아주 불에 잘 타는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말이 나오는 장면은 다 위험합니다. 말이 사람 말을 잘 듣겠습니까? 갑자기 말이 화를 낸다거나, 뒷발질을 하는 등 말 주변에서는 항상 몸을 사려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드라마 현장은 전기도 많이 쓰고 인화성 물질이 많아서 상시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하물며 액션 장면을 찍을 데는 오죽하겠습니까? 때리고 부수고 매달리고 넘어지고 불에 타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흔히 스턴트 맨이라고 부르는 무술 연기자 들입니다. 그들의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촬영을 하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드라마에는 '위험한 장면'이 있고, 또 '일상적인 위험'이 있습니다. '위험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모든 제작진이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섭니다. 만일 일이 잘못되더라고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놓곤 합니다. 그러나 '일상적인 위험'은 별거 아닌 거라 생각하고 대비를 하지 않습니다. 정작 사고가 나면 대책 없이 일이 커지는 게 바로 이 '일상적인 위험'한 상황이 비극적인 상황으로 바뀌었을 때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촬영장의 문화는 이런 '일상적인 위험' 마저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가장 위험한 요소는 '익숙해진 위험한 상황'입니다.
식사하다 촬영장에서 난 사고 얘기를 한 덕분에 이런 주제로 글을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