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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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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Sep 22. 2023

미국일기 4.

Hispanic Invasion.  2005년 2월에 쓴 글입니다.

한 민족이 다른 나라를 정복하는 것이 총칼 같은 무력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괌과 사이판은 많은 상가와 부동산을 일본인들이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경제적으로 이 두 곳을 정복했다는 말을 현지인들이 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국력이 세거나 경제력이 우월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주요 기반을 장악하며 지배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은 멕시코인과 같은 스패니쉬들이 야금야금 잡아먹고 있습니다.


3년 전 미국의 한 공중파 방송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에 스페니쉬어로만 방송하는 공중파 방송 채널을 연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스패니쉬 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상당수를 차지해서 그들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3년이 지나 미국에 가니 상황이 더욱 급진전해 있었습니다. 공공 봉사 기관에 가면 대부분의 직원이 서반어와 영어로 동시에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그들끼리 , '어느 어느 사무실에는 서반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창구에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멍청하게 사람을 쓸 수가 있느냐'라고 불평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각종 공식 서류는 영어와 서반어가 병기되 있습니다. 케이블 TV의 편성표를 보면, 제가 가입한 Time Warner Cable은 800번대를 스패니쉬 채널 밴드로 만들어 서반어 동시더빙을 한 미국 제작 프로그램을 방송하거나, 아예 그쪽 나라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줄곧 방송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그저께 신문에는 미국은 이제 흑인보다 스패니쉬인들이 더 인구가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3년 전에 비해 스패니쉬인들에 대한 국가기관의 서비스가 좋아지고 있고, 이대로 나가면 10여 년 뒤에는 서반어와 영어가 공용어로 되지 않을까 예상할 정도입니다. 결국 오늘의 미국은 스패니쉬 계열 사람들이 야금야금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년 60만 명의 멕시코인들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일자리를 찾아 미국 국경을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한 해에 200에서 300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이곳저곳에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조금씩 미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흐름이 우월한 곳에서 저열한 곳으로 흐른다는 Spill Over의 원칙을 비웃고 있습니다. 양으로 밀어붙여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죠.  


한국인도 이런 흐름을 일으키는 이주민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포트리는 이미 한국인 인구가 거의 60%에 달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시장을 한국 사람이 해야 될 때라는 여론이 일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현상을 볼 때 미국은 아직도 서부시대의 '땅따먹기' 논리가 통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인터넷으로 문화의 국경이 무너지고 있지만, 그보다 이렇게 이주를 통해 자리 잡고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인해전술이 유효한 모양입니다. 태어난 곳, 자란 곳 만이 고향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제2의 고향으로 만들려는 인해전술식 Invasion이 21세기의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출생률이 떨어지고 인구 감소 국면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어떻게 합니까? 결국 내수를 진흥시키고 경제를 돌아가게 하려면 이민 정책을 활성화시킬 수밖에 없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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