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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Sep 22. 2023

미국일기 5.

주지사의 사임. 2005년 2월12일 쓴 글.

제가 살던 2004년 즈음, 뉴저지의 주지사는 제임스 맥그리비 James McGreevey였습니다. 뉴저지에 이사 오는 순간부터 여러 곳에서 McGreevey주지사의 가족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 정보 책자, 주택과 아파트 구입에 관한 인터넷 사이트 등  온통 주지사가 아름다운 아내와 아이를 안고 함박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가 지난 8월 11일 수요일에 갑작스레 사임했습니다. 


    "At a point in every person's life, one has to look deeply into the mirror of one's soul and         decide one's unique truth in the world, not as we may want to see it or hope to see it,         but as it is, " 


    인생의 한 순간, 인간은 자신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을 바라봐야 하고, 우리가 보고 싶어 하거나, 보기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만의 독특한 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And so, my truth is that I am a gay American, " the Democrat said." 

    그래서, 저의 진실은 제가 게이 미국인이란 것입니다.


McGreevey주지사가 밝힌 말입니다. 그런데 그의 사임에 관한 변을 자세히 읽어보면 결코 그가 Gay이기 때문에 사임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자식이 있는 유부남인데, 결혼 중에 다른 남성과 지속적인 혼외정사를 벌인 것에 대해, 혼인이 부여한 정조의 의무를 저버린 것을 가족에게 사과하고 있습니다. 


    "It was wrong. It was foolish. It was inexcusable, " 


또, 그가 Gay라는 사실로 인해 주지사로서의 자신의 역할이 '루머에 취약할 수 있고, 거짓된 주장과 폭로라는 협박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임한 것입니다. 40대 민주당의 잘 나가는 정치가였던 그가 탄탄대로의 순항길을 저버리고 낙마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미국이 게이들의 인권도  보장되는 사회이지만, 아직까지 게이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보수성이 강한 사회입니다. 정치인들의 정직과 도덕성의 의무는 한국보다 몇 배는 더 심하게 요구하는 나라입니다. 이런 보수성이 강한 나라에서 자신이 Gay임을 밝히고, 혼외정사를 시인한 이 주지사는 지금까지의 경력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대단한 결정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타인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음험한 진실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쾌락에 대한 욕구나, 이기적인 욕심들이 어떻게 그의 사회적인 삶과 조화를 이룰지는 개개인이 일생동안 짊어질 영원한 과제이겠지요. 특히 그의 사회적인 위치가 높아질수록 이런 갈등은 더욱 커져 갈 것입니다. 오늘 주지사 James McGreevey의 사임을 바라보면서, 욕망에 취약하고 한 없이 연약한 파우스트 같은 인간의 일면을 다시 한번 느껴봤습니다.



오랜 시간에 지나 그의 근황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신학 대학에서 목사 자격을 취득했으나 교단에서 임명을 거부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최근 주지사가 아니라 뉴저지 주의 큰 도시 Jersey City의 시장으로 출마하면서 다시 정치계에 컴백하려고 한답니다. 그의 복귀가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는 위의 발표 이후에 이혼을 한 모양입니다. 그의 정사의 상대였던 보좌관을 그가 사임한 직후, 성희롱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모양입니다.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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