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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07. 2023

<오블리비언> 2013

2013/04/16

외계인과의 전쟁 후 지구는 폐허가 되었습니다. 지구인들은 지구의 남아있는 자원을 추출하여 타이탄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자원추출 기기를 관리하기 위해 잭과 빅토리아는 지구에 남아있습니다. 보안을 위해 기억을 삭제당한 채로 말이죠. 그러나 여전히 지구에 남은 정체 모를 반군은 자원추출 기기들을 공격하고, 잭은 여전히 남아있는 전쟁 이전의 잔상으로 탓에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오블리비언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아스라한 불안감을 심어줍니다. 사실 비주얼 적으로 이 영화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외계인의 공격으로 달이 파괴되었고, 달의 중력이 사라지자 지구에 엄청난 환경적 재앙이 왔다는 사실, 외계인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핵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이 비주얼로 인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우와하고 놀랄만한 미스터리도 없고 반전도 없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예상대로 흘러가서 후반부에서는 지루하기조차 합니다. 마치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음색 좋은 아나운서를 통해 다시 듣고 있는 기분이죠.


스토리의 낡음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몫이 크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스토리의 원형을 개발해 낸 사람이 감독이니까요. 이 영화는 제목부터 이야기를 누설하고 있는데, 관객은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잭 하퍼가 과거의 잔상들을 기억할 때마다, 또 그들이 기억을 삭제당했다고 말할 때부터 이미 이야기의 결말을 눈치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요, 우리는 모두 [매트릭스]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 드리워진 다른 영화의 그림자는 이뿐만이 아니에요. 저는 [오블리비온]을 보면서 [혹성탈출]의 풀샷을 보았고, [2001, SPACE ODYSSEY]의 흔적도 너무 많이 발견했어요. 톰 크루즈가 폐허 속에서 자기만의 재미를 찾는 것은 애니메이션 [Wall- E]의 실사 판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어요. 주인공들과의 관계는 [토털 리콜]을 연상시켰어요. 의상은 감독의 전작 [트론]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재활용했다는 설도 있더군요. 아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더 많은 영화의 그림자들을 [오블리비언]에서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자기주장은 없는 공허한 남자친구를 보는 듯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시간 낭비 같은 쓰레기는 아니에요. 다만 제작자가 자기의 이야기와 주장에 확신이 없어서, 다른 레퍼런스에 기댈 때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 교훈을 주는 영화입니다. 좀 거칠더라도 돌직구 같은 확실한 메시지나 이야기가 있을 때, 영화나 드라마는 싱싱해 보이잖아요. 이 영화는 세련된 대신 그런 싱싱함이 없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에요. 제가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고요? 저도 최근에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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