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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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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Sep 29. 2023

미국일기 9

차이점, 공통점. 2005년 3월에 쓴 글.

뉴욕은 세계의 인종 시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에도 거의 30여 개국에서 학생이 모여들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이거나 대충 인사하는 얼굴 아는 학생을 나라별로 나눠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이탈리아, 터키, 대만, 일본, 독일, 중국, 인디아,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러시아, 독일 사람이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서양사람들 틈에 끼어있는 아시아인이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약간은 오만해 보이는 중국인을 제외하고… 일본, 대만 학생들과는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극동지역을 벗어나 인디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학생과도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터어키 학생들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생긴 우정으로 일단 좋은 인상을 갖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우랄 알타이어족 출신이라 한국말의 악센트를 들으면 마치 터키어를 듣는듯한 친근감을 느낀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적으로 가까운 아시아인이 미국이나 유럽인보다는 훨씬 쉽게 친구가 되곤 합니다. 그런데, 지난번 한 인도 사람과의 대화는 저에게 문화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뉴저지주에서 뉴욕시를 연결하는 조지 워싱턴 다리가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려면 셔틀버스를 타거나, 히치하이킹을 합니다. 차 안에 세 사람 이상 타면 다리 통행요금을 할인해 줘서, 히치하이킹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저를 태워준 인도인은 제게 NYU(New York Univ.)에 다니는 자식 자랑하느라 입을 다물 줄 몰랐습니다. 우리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자식에게 지금까지 한 학기에 들어가는 만 이천 불의 학비를 포함해 용돈을 대주고. 아침, 저녁으로 통학까지 시켜준다는 것입니다. 자식 사랑은 한국인이나 인도인이나 다를 바가 없더군요. 하지만 제가 던진 마지막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저를 멍한 충격에 빠져있게 했습니다.


    “근데 너희 인도는 카스트 제도라고 사회 계급문제가 심각하지 않니?"


다음이 제가 놀란 그의 대답이었습니다.


    “맞아. 근데 할 수 없어. 우리나라가 독립하고 나라를 세운 지 아직 60년도 안되었잖아. 그 짧은 시간에 이런 걸 어떻게 해결하겠어”


인도는 1947년 8월 15일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그 시기에 우리도 비슷한 역사적 행보를 겪었는데, 우리에게는 까마득한 과거로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같은 60년의 시간이 우리에겐 한 없이 길고, 그들에게 짧은 시간인 모양입니다. 시간에 관한 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은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이 도 많기에 이 세상이 다양하고 가지각색으로 굴러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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