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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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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Oct 01. 2023

미국일기 10

미국에서 운전하기: 2005년 3월에 쓴 글

저는 부끄럽지만 우리나라 운전면허 시험에 무려 여섯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제가 운전면허를 취득하던 시절에는 필기시험을 본 후,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코스와 주행으로 이루어진 실기 시험을 봤습니다. 필기시험에야 한 번에 붙었지만 코스시험에서 모두 여섯 번을 떨어졌습니다. 차의 시동이 꺼져서 한 번 떨어졌고 금을 밟아서 다섯 번 떨어졌습니다. 6전 7기 끝에 일곱 번째 시도에서 주행까지 단 번에 붙어 오늘날까지 차 잘 몰고 다닙니다. 물로 제가 운전면허를 따던 시절에는 오토매틱 기어로는 면허를 딸 수 없었고, 오직 수동 기어 차량으로만 면허를 취득할 수 있던 옛날 얘기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두 번이나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2001년 캘리포니아에서였고, 2005년 뉴저지에 살면서 또 한 번 미국 면허를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한마디로 자동차 문화가 번성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개인이 파산신고를 내고 은행 등의 채무를 갚지 못하겠다고 '배 째라"를 선언하면 당연히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해 차압을 들어올 겁니다. 미국에서는 이 경우에도 자동차만은 차압하지 않습니다. '생활필수품'이라고 간주하기에 생존과 직결되는 물건을 뺏어가지 않는 '따뜻한' 면이 있는 겁니다.


이렇게 미국인의 삶과 자동차는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운전면허증은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증 구실을 합니다. 차량관리국(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은 우리나라 동사무소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물론 주민번호처럼 쓰이는 Social Decurity Number(사회보장번호)를 주는 사무실은 별도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교통체계는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있고, 여기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있습니다. 첫째, 미국의 교통신호에는 거의 좌회전 신호가 없습니다. 녹색 주행신호가 들어오면 좌회전 운전자들은 반대쪽 교통흐름을 보다 눈치껏 좌회전을 합니다. 제가 항상 헛갈리는 부분인데 서울처럼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위험한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센터라인이란 것이 있습니다. 중앙선이 아니라 차선 가운데 양쪽에서 오는 모든 좌회전 차량이 뒤에서 오는 직진차량의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고 대기할 수 있도록 차선의 가운데 공동의 공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좌회전을 하려면 양차선의 차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있기도 한데, 저로서는 자꾸 정면충돌이 연상돼 모골이 송연한 경우가 있습니다. 당연히 공간의 여유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선 볼 수가 있지, 뉴욕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셋째, 회전을 하는 운전자는 반드시 깜빡이를 켠 후, 회전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고개를 돌려 다른 차량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건 의무사항이라 면허 시험 볼 때마다 동승한 시험감독관이 고개를 돌리는지 확인합니다. 즉 사이드 미러로 볼 수 없는 사각(死角)이 있기에 꼭 육안으로 확인을 하라는 겁니다. 좋은 가르침이라 생각합니다.


넷째,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에 주차할 때, 꼭 앞바퀴를 길 턱 쪽으로 돌려놓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혹여나 브레이크가 풀릴 경우에도 길턱에 걸려서 차가 멈출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겁니다.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습성화되었다면 많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우리나라도 매뉴얼에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오래돼서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그럼, 미국이 운전에 관한 한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인가요? 대답은 '그렇다'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다'로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 중부나 서부처럼 땅덩어리가 넓고 여유가 있으면 운전자들끼리 양보도 잘하고 젊잖게 운전합니다. 길이 막히지 않으니 짜증을 부리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뉴욕의 맨해튼에서 운전해 보십시오. 서울과 비교할 정도로 치사하게 운전합니다. 막 끼어들고 조금만 불이익당하면 욕을 합니다. 이곳의 노란 택시의 끼어들기는 한국 택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결국 교통문화는 운전하는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지, 선진국의 교통문화라고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는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운전자가 차에서 나와 상대차에 달려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총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손가락질은 해도 서로 육탄전을 벌이는 모험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주행을 한번 떨어졌고, 이곳 뉴저지에서는 필기를 한번 떨어졌습니다. DMV마다 시험 보는 환경이 다른 것이 제 경험으로 알 수 있었던 사실입니다. 좀 엄격하게 체크하는 곳이 있고, 여유만만한 곳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한국 교포들이 기피하는 DMV에 갔었는데, 역시나 까다롭더군요. 이곳 뉴저지에선 주위분들이 권해준 DMV에 가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갔는데, 예상문제와 다른 문제들이 나와 한번 고배를 들었습니다. 남의 조언은 잘 듣고 볼일입니다.



2013년에 미국에 다시 여행 가서 겪을 일이 있습니다. 차를 후진해서 주차하다가 뒷 유리창을 깬 일이 있습니다. 보험 처리하면서 들은 얘기로는 캘리포니아에서는 후진 주차를 못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건물의 배관이나 내부 시설물이 후진 주차 차량을 배려하지 않고 설치되어 있기에, 후진으로 주차하다가는 차량 후면이 파손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또한 미국의 땅 덩어리가 넓어서 생긴 문화 같습니다. 주차하기 편한 곳에 사는데 뭐 하러 후진 주차를 하겠습니까? 미국에서는 가급적 전면주차 하세요.(2023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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