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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Oct 03. 2023

미국일기 11

시너지 효과 2005년 3월에 쓴 글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뜻입니다.


     "독립된 기능을 가진 2개 부문 이상이 결합했을 때 발생되는 상승 작용을 가리킨다. 예컨대 1 + 1 = 2이지만 이것이 3이나 1,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때 시너지 효과가 높다고 한다. "


제가 매일 오고 가는 뉴욕 175번가 역 플랫폼에는 지나가는 행인의 적선을 바라는 홈리스와 거리의 음악가가 한둘은 꼭 있습니다. 그중에 발걸음을 세우고 귀를 붙드는 거리의 음악가로는 플루트을 부는 아저씨와 큰 북으로 리듬 연주를 하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플루트을 부는 이는 꽤 덩치가 큰 흑인인데 솔직히 연주실력은 그저 그렇습니다. 가끔 호흡이 딸리고 하고 음정을 벗어나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도 재즈 스탠더드나 라이트 무드의 서정적인 곡을 연주할 때가 많아 지나는 동안 귀를 심심하게 하지 않습니다.


북 치는 아저씨는 바싹 마른 흑인인데, 아주 정열적으로 북을 두드립니다. 오른발 앞에는 냉면 사발 같은 것을 엎어놔 발에 묶어 놓은 북채로 마치 베이스 드럼처럼 박자를 넣어줍니다.  이 아저씨는 '흥~ 흥' 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그의 호흡이 마치 김영욱과 같은 클래식 연주자의 음반에 들어간 거장의 숨소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행색이 그리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북 치는 아저씨는 약간 몽혼한 상태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약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에 연주의 성의에 비해서 수입이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이 두 사람이 합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운 플루트 소리에 타악기가 합해지자 흥이 살아났습니다. 두 가지 악기가 결합되자 독주라면 도드라지게 들렸을 개인의 부족함도 가려졌고 그럴듯한 음악으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합을 맞추자 상당히 진진한 뮤지션으로 격이 올라 보이더군요. 수입도 늘은 모양입니다. 사람들도 꽤 많이 모여 열심히 듣습니다. 바구니에 모인 돈도 훨씬 많아 보입니다. 아마 두 분은 걷힌 돈을 즐겁게 나눠갔을 것입니다. 이런 게 시너지 효과가 아니겠습니까. 혼자라면 안쓰러웠을 거리의 뮤지션이 듀오를 해서, 서로 품격도 올려주고 수입도 올리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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