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PD Oct 03. 2023

미국일기 12

뉴욕에서 만난 인연. 2005년 3월에 쓴 글. 

1.

한때는 정말 음악을 많이 들었었습니다. 음악을 들은 긴 시간 동안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Pat Metheny라는 재즈 기타리스트이고, 그의 그룹 Pat Metheny Group의 음악을 즐겨 들었습니다. 2005년 뉴욕의 유학시절에도 그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았고 남다른 감회에 젖었습니다. 한국에 내한한 연주자의 공연장을 찾는 것과, 본토에서 그곳 사람 사이에 섞여서 연주를 듣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2005년 당시 팻메시니 그룹의 드러머는 안토니오 산체스라는 멕시코 사람이었습니다. 그 전후로 한국 공연에 왔던 안토니오는 재즈드러머 답지 않게 힘 있고 박력 있는 리듬을 만들어 내 PMG 그룹 전체의 사운드가 확 바뀐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연과 인연이 겹쳐서 제가 유학시절 만든 단편 영화의 작곡자가 안토니오 산체스의 친구였습니다. 


    "어, 걔 내 친구야. 버클리음대에서 나랑 같이 놀았지. 사실 걔 여자친구와 더 친하지만.."


세상이 좁은지, 뉴욕이 좁은지, 팻 메시니의 드러머인 안토니오 산체스의 여자친구와 친한 미국 친구한테 영화음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미국친구가 만든 영화음악은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2.

헤어진 지 15년이 되었고,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지난 친구를 2004년 뉴욕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고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고 제게는 [데미안] 같은 그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1988년 텍사스 오스틴으로 황망히 떠났습니다. 가슴 한구석에 풀어야 할 숙제처럼 그 친구와의 재회를 기다렸는데, 2005년 어느 일요일 저녁, 대학원 과제를 하다 불현듯 친구가 떠올라 Google로 친구의 이름을 검색했습니다, 검색 결과 페이지를 몇 개 넘기기도 전에 그 친구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그 웹페이지를 통해 얻은 전화번호로 통화에 성공했습니다. 오랜 시간 먼 곳에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불과 저와 10분 거리에 살고 있었습니다. 전화한 후 15분 후에 15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만났습니다. 그 긴 세월을 떨어져 있던 친구가 10분 거리에 살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 기적 같은 우연이 발생한 것을 보고, 우연을 뛰어넘은 인생의 인연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샬 네트워크 발달한 지금이야 친구를 찾는 일이 쉬웠지만, 그 당시에는 이렇게 이름을 검색하며 친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토니오 산체스는 그 후 2007년 한국에 공연을 왔을 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팻 메시니 공연의 스폰서 역할을 한 SBS의 13층 공개홀에서, 그룹이 리허설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나 인사도 했으니, 저로서는 신기한 인연이었습니다. 다만 그가 제 영화음악을 작곡한 친구를 기억하지 못해 좀 어색했습니다.


다시 재회한 친구 하고는 이제 SNS 세상이 열린 덕분에 수시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쉽게 연락이 되니, 그리 자주 연락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연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일기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