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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Oct 01. 2023

저작권이 검열을 한다?!

2005년 3월에 쓴 글.

문화를 창달하고 저작권자의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 저작권이 생기게 된 본래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저작권이 검열의 도구(censorship)로 쓰이는 것이, 저작권의 폐해일 수도 있습니다. David Stowe는 미시간 대학의 '미국 사상과 언어(American Thought and Language) 학과의 교수입니다. 그의 주된 연구 테마는 미국의 20세기 문화사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음악을 연구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1940년대의 Big Band 재즈 그룹에서 활동했던 여성 뮤지션의 지위와 밴드 내의 정치적 관계를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Down Beat, 이라는 재즈 잡지에 기재된 다양한 만화를 이용하길 바랐습니다. 잡지사는 David Stowe가 요청한 만화를 검토한 후 그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그 만화가 인종차별과 여성 차별의 내용을 담고 있어 잡지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토우 교수는 이 연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카데미는 저작권자인 잡지사가 스토우 교수의 연구자료를 검열한 덕분에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입니다.


과거의 사례를 살펴본다면 다시 디즈니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1970 년대 언더그라운드 만화가인 Dan O’Niell은 미국의 대기업을 풍자하는 그의 만화 Air Pirates에서 ‘쥐’를 주요 캐릭터로 사용했습니다. 디즈니 그룹은 이 만화가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습니다. 1971년부터 9년간에 걸친 소송은 디즈니 그룹의 승리로 끝나 댄 오닐로 하여금 이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고 출판도 금지시켰습니다. 이 소송은 저작권이 검열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대기업이 그들이 싫어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제어하는가에 대한 실례로서 문화계, 학계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판결 후에도 오닐은 계속 ‘쥐’를 그렸습니다. 4년 뒤 그는 법정의 판결을 무시한 이유로 다시 벌금형과 함께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를 지지했던 Air Pirates Supporters는 the Mouse Liberation Front(쥐 해방전선)을 결성하고, 미키마우스를 풍자한 해적만화를 그리면서 이에 관한 전시회를 곳곳에서 열어 오닐의 소송비용을 지원했습니다. 마침내 디즈니에서는 협상안을 오닐에게 제시했고, 그는 다시는 쥐를 그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소송에 대한 두려움과 소송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또 저작권 침해자로 법정에 서게 될 것을 두려워해 많은 문화계와 학계인사가 저작권이 발생하는 저작물을 학문적인 목적이나 풍자의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하길 꺼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작권이 또 다른 검열기구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의 문화를 창달한다는 목적에서 본다면, 한 저작물이 교육과 연구의 목적에서 사용된다는 것이 과연 저작권을 얼마나 침해하는가는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저작권이 침해되는 손해와, 반대로 연구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비교해 보면서 저작권의 적용에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으로 발생하는 손해와 이득을 비교하기가 쉽지는 않을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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