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PD Jun 12. 2023

It Might Get Loud(2008)

2012/07/17

80년대의 록음악 애호가는 '딥퍼플'파와 '레드 제플린'파로 나뉘었습니다. 간혹 '주다스 프리스트파'와 '핑크 프로이트'파가 있었지만 그들의 위세는 '딥 퍼플'과 '레드 제플린'의 양대 산맥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레드 제플린'파였습니다. 아버지가 해외 출장 후에 사 오신 'ABBA'의 테이프를 통해 팝 음악을 듣기 시작했지만, 결정적으로 저를 유혹한 건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이었습니다. 지미 페이지의 독특한 음색과 연주, 존 보냄의 심장을 두드리는 드럼, 존 폴 존스의 사이키델릭 한 베이스, 로버트 플랜트의 절규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당시 Deep Purple의 'Highway Star'를 들었지만, 당시에는 속도가 빠른 소음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기에 제게  지미 페이지와 단둘이 마주 앉아, 그의 음악과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면,  제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고 여겼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본 다큐멘터리 'It might get loud'가 제게 그런 은밀하고 사적인 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것도 U2의 기타리스트 'Edge'와 제게는 좀 낯설지만, White Stripes의 기타리스트 '잭 화이트' 세 사람을 같이 만납니다. 록의 전설적인 인물을 이토록 친밀하게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거장들의 음악과 인생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것도 다른 누군가에게 걸러진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CD와 LP가 차곡차곡 모여있는 Jimmy Page의 방에 함께 들어갑니다. Jimmy Page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음반을 짚어 턴테이블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그 연주를 들려주며 그 음악과 자신의 관계, 어떻게 그 부분을 연주하고 있는지 설명해 줍니다. 오래 만난 친구처럼, 선배처럼 속내를 드러내며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어떻게 그들의 독특한 사운드가 개발되었는지, 그들이 좋아하는 연주가는 누구였는지, 자신의 데뷔 무대는 어떠했고, 그들의 첫(기타) 경험은 어떤 것인지 얘기해줍니다. 작곡가로서 창조자로서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창작의 과정을 위해 그만의 의식이 있고 절차가 있는지 털어놓습니다. 아티스트들에게 추억이 어린 중요한 장소를 따라가 보는 것은 덤으로 주는 보너스입니다. 레드 제플린의 초기 명반들을 녹음했던 저택을 소개해주고, 처음 U2가 처음 올랐던 무대가 있는 동네 골목으로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이 거장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스스로 경험과 추억을 나누고 뮤지션으로서 정보를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연주합니다. 이렇게 해서 록의 전설은 제 스크린 앞에서 온전하게 제 소유가 되어 버렸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The Song Remains the Same' 이후 음악 영화로서 가슴을 쿵쾅 거린 것은 실로 오랜만입니다. 80년대 록음악의 팬들은 반드시 감상하셔야 합니다. 아주 큰 보상이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대풍수>를 마쳤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