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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2. 2023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2012/06/16

이 글은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군의 과학자가 외계생명체를 조사하기 위해 '프로메테우스'라는 우주선을 타고 먼 우주로 떠납니다. 그들은 외계생명체가 인류 탄생에 큰 역할을 한 '엔지니어'라고 믿고 있습니다. 고대 유적지의 좌표를 근거로 외계인의 별에 도착한 과학자들은 '엔지니어'의 유물과 만나고, 그곳에서 또 다른 생명체와 맞부딪치게 됩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그들이 겪는 위험이 지구에 남은 인류 모두의 파국으로 번질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는 이상한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허술하고, 캐릭터도 여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탁월한 영상과 사운드, 거장의 연출력으로 인해 관객은 영화를 끝까지 흥미롭게 봅니다. 이 세 가지 조합은 플롯의 허술함을 보완하며 관객을 먼 우주 밖으로 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너무 많습니다. 지구인에게 DNA를 주었음이 분명한 '엔지니어'의 동기와 목적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홀로 지구에 와 스스로를 파괴하며 생명의 씨를 퍼뜨린 첫 번째 '엔지니어'의 의도는 무엇인지? 또 다른 엔지니어가 지구에서 온 과학자들과 조우했을 때 벌인 행동은 무엇인지? 마지막 '엔지니어'가 그럼에도 끝끝내 지구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저는 영화를 다 보고서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DNA를 퍼뜨린 것에 불과하다면 왜 고대 유적지에 그들의 좌표를 유추할 수 있는 문양이 남아있었는지, 이 영화는 답이 없는 질문으로 가득합니다. 오죽하면 영화의 막판에 여 주인공 쇼박사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지구로 귀환하기보다는 다시 외로운 탐사를 시작한다고 말했겠습니까?


캐릭터들의 행동도 동기가 분명하지 않고, 행동의 단초가 분명히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먼 우주로 동면을 해가며 찾아온 웨이랜드 그룹의 상속녀 비커스(찰리즈 테론)양의 동기가 무엇인지 불분명합니다. 과거의 영화 [Alien]은 외계생물체를 군사 무기화 하려는 웨이랜드 사의 목적이 분명했습니다. 비커스 양이 감염된 동료를 불태우는 장면을 보면 그녀에게는 경제적인 목적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와의 해묵은 관계를 청산하기 위함이라고 보기에는 이유가 빈약한 것 같습니다. 살신성인의 행위를 한 캡틴과 파일롯들이 어떻게 그런 선의의 캐릭터가 되었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영화 [프로메테우스]가 79년작 [에이리언]의 프리퀄인지 아닌지 하는 점입니다. 프로덕션 디자인과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에이리언의 외모적인 특징을 감안한다면 에이리언과 별도의 영화라고 볼 순 없습니다. 유사한 세계관을 가졌지만 또 반드시 전편이라고 보기에 확연한 연결고리도 발견되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리들리 스콧은 <에이리언>의 프리퀄을 염두에 두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런데 1979년에 나온 원작의 프리퀄을 만들기에는 요즘의 미술 디자인이 너무 발전해 버린 겁니다. 79년도의 영화의 우주선을 비롯한 여러 디자인이 이제는 원형으로 삼기에는 너무 낡아버린 것이죠. 그래서 연출로서 자유롭게 비주얼을 추구하고자, 의도적으로 프리퀄 논란을 피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Alien>을 떠오르게 하지 않을 수 없어요. 'Weyland'란 회사가 여전히 등장하고 Zeta 성운이란 같은 항성계가 등장합니다. 사실 저는 이야기의 긴장감이나 구조가 거의 <Alien>과 비슷한 양태로 풀려나간다고 보았어요. 그래서 이건 오마주나 리메이크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로 <Alien>은 Alien과 지구인의 투쟁이었다면, <프로메테우스>는 여기에 'Engineer'들이 추가되어 지구의 기원이나 진화론에 관한 담론을 끌어들였지만 말이에요.


제 예상에 리들리 스콧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편집본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봐요. 극장 상영시간에 맞추어 이곳저곳을 들어내다 보니 영화가 지금의 형태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발전 부분이 도막도막 끊기고,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이 널려 있다고 봐요. 이런 의문점은 감독판 DVD가 출시되면 확인할 수 있겠지요. 세기의 거장, 리들리 스콧이 이렇게 이야기에 구멍을 뚫려있는 대본을 애초에 용인할 리는 없다고 믿습니다.


여하튼 영상과 사운드가 주는 충격이 상당합니다. 샷들을 현란하게 분할하지는 않았지만, 그 장대함은 이미 관객을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최근 영화를 본 후 이렇게 잔상이 오래 남아있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마케팅 면에서도 독특한 시도를 했더군요. 특히 Viral Campaign이라고 해서 영화와는 독립적인 Clip을 만든 것은 기발한 것 같아요. 아래의 영상을 보면 [프로메테우스]의 세계관을 대충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Weyland' 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강화하면서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관객의 흥미를 돋우는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E4SSU29Arj0

신문에 영화와 관련된 광고도 냈군요,  

이렇게 영화를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수단은 우리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 같아요. 과거의 작품과 같은 걸작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리들리 스콧은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문제작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이런 도전이 계속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제게 수많은 영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주는 연출가이니까요.


  


2012년 당시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의문은 2023년에 와서는 많이 풀렸습니다.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연작을 <Alien Covenant>를 2017년 발표하고, 그 후 나올 3, 4부가 <Alien1>과 연결된다고 밝혀 < Alien> 시리즈의 프리퀄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팬들 사이에선 이 영화가 <Alien>의 프리퀄인지, 아니면 세계관을 공유한 별도의 영화인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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