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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5. 2023

<신비의 거울 속으로> 1995

2011/03/13 조연출 이야기

폭염이 세상을 달군 95년 여름,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던 그해에 이 미니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나름 뮤지컬 드라마를 기획했습니다만, 결국 대본과 제작이 늦어지면서 뮤지컬 부문은 대본만 써 놓고 제작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연출은 나중에 SBS 드라마의 본부장이 된 구본근 PD, 작가는 이선희, 김영찬 두 분이었습니다. 롯데월드에서 매일 퍼레이드를 하는 공연부원의 삶을 취재해서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의외로 성과가 좋았고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때 조연출인 저는 구 선배에게 '도대체 롯데월드 공연부원들의 삶을 누가 궁금해하느냐, 기획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당돌했죠.  뜻밖에 시청자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캐릭터들의 삶을 지켜 보더군요. 


드라마 주인공의 미션(Mission)은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받느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깨달았습니다. 즉 주인공이 절실하게 추구하는 미션이 있고, 그것을 시청자가 공감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주인공의 삶도 드라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박소현, 이진우, 나현희, 오대규, 김남주, 이윤성, 김홍표, 이아현, 원기준, 이하얀, 남경주, 장혜숙 등이 출연했고, 정말 원 없이 밤을 새우면서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성공한 '뷔페 기획'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그룹부터 조연 그룹까지  무려 7쌍의 커플이 나왔는데 그들의 속닥거림이 모두 알콩달콩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영향으로 배우들이 폼 잡고 힘주는 드라마만 계속 나왔는데, 주인공들이 버스 타고 다니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그런 소박함이 왠지 제 마음엔 와닿더군요. 


당시 드라마 음악은 가요 작곡가로 유명한 김형석 씨가 담당이었는데 제 속을 꽤 썩였습니다. 촬영장만큼 김형석 씨의 스튜디오를 쫓아다녔습니다. 그 결과 몇몇 씬에서는 사전에 편집한 그림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음악을 즉석에서 받아 오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드라마에 딱 어울리는 낭만적이고 고운 음악을 쓸 수 있어서, 저는 성공한 드라마 음악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회가 대본이 늦어져 어설프게 [해리와 샐리]의 프롤로그, 에필로그 식으로 얘기를 정리했는데, 왜 그때 독하게 끝까지 다부지게 대본을 만들어 찍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가 좀 더 경험이 많은 AD였다면 두 팀을 가동해서라도 완성도 있게 마무리를 했을 텐데, 오히려 잔머리를 쓴 것이, 전무후무한 이상한 마지막 회를 만들었습니다. 믹싱, 편집 등 후반 작업은 거의 제가 다했는데, 몇 년 전 재방송을 보니 어설픈 부분이 많이 보여 반성을 많이 했었습니다.  


롯데월드 홍보팀에 계셨던 남기성 형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아직까지 좋은 관계이고, 이제 연락이 끊어진 안무 담당 임선명 씨는 어디서 뭘 하는지 궁금하군요.



왓차와 SBS 홈페이지에서 이 드라마를 다시 서비스 합니다. 오랜만에 찾아보면서 향수에 젖어볼까 싶습니다.(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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