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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5. 2023

<사랑은 블루> 1995

2011/03/12

드라마 포스터 등 당시 사진을 구할 수가 없어요.

조연출 두 번째 작품으로 미니시리즈에 투입되었습니다.

보통 미니시리즈 조연출은 입사 후 3년 뒤에나 하는 건데, 그 당시는 사람이 부족해서인지 바로 맡게 되었습니다. 연출은 나중에 [미스터 큐], [토마토], [명랑소녀 성공기]등 일련의 트렌디 드라마를 성공시킨 '장기홍 감독'이셨고, 작가는 세상에는 '최연지'로 돼있지만 사실 이희명 작가가 대본을 썼습니다.  장기홍 감독은 첫 미니시리즈 연출이니 힘을 줄대로 주었고, 저도 미니시리즈 AD는 처음이어서 여러모로 삐걱거렸고,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박상민, 이종원, 권해효와 전도연, 김예린, 유혜정이 나왔습니다. 이 작품이 유 혜정 씨의 데뷔작이었습니다. 얼마 전 엄마가 된 혜정 씨와 방송국에서 만났는 데 감회가 새롭더군요. 


 드라마는 연기자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장면을 구현할 때 고난이 시작됩니다. 연기자가 수영을 잘해야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스포츠의 열기와 스피드를 생생하게 영상으로 재현하기에는 턱 없는 수준이죠. 수영 장면을 전부 대역으로 촬영하고, 샷을 쪼개서 대역 운동선수와 연기자를 번갈아 가며 옷을 갈아입히고 찍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대역하는 운동선수들 투덜대는 것 달래느라 진을 뺏습니다. 연기자는 연기자대로 체력 소모가 극심했습니다. 


 MBC의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런  '스포츠 드라마'의 붐이 일었습니다. 이런 류의 드라마는 정말 사전에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합니다.  연기자를 훈련시키든지,  아니면 완벽한 대역 파트너를 구해야 하고, 또 언제나 촬영할 수 있는 경기장을 준비하는 등 철두철미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힘든 장면을 구현해 봐야 시청자들이 입을 쩍 벌리며 감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힘은 힘대로 주고 시청자의 주목은 못 받는 경우죠.(예전 MBC의 '아이싱'이나  KBS의 '슈팅", MBC의 '트리플'이란 드라마를 생각해 보세요. 아마 기억도 못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스포츠 드라마는 많이 제기되는 기획이지만 '외화내빈'의 경우가 많아 편성할 때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 얘기를 '스포츠'소재 등  '특이'소재를 빌어 접근하는데 결국 그 사랑의 방식은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스포츠 자체를 목적으로 할 때는 제작이 너무 힘들어지고,  결국 메인인 운동선수로서의 성공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인 사랑 이야기 사이에서 방황하다 둘 다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성별의 구분이 있기에, 남자 주인공 경기할 때, 여자 주인공은 관객의 입장이 되고, 또는 각자 남자 부문, 여자 부문 다른 분야에서 노는 경우가 많으니 드라마 공간으로 적합하지 않은 면도 보입니다.  주로 스포츠의 라이벌인 두 남자가 애정 관계에서도 한 여자를 라이벌로 두고 있다는 진부한 설정을 많습니다. 이런 구조라면 일단 클리셰라고 생각하고 경계경보를 울려야 합니다.


제가 맡은 드라마 중 가장 제작이 힘들었던 드라마였습니다. 수영 시합 때는 중계차 카메라 7대에 수중 카메라, 메인 Eng 등 카메라 9대, 10대씩 통제하려니, 정말 머리에 김이 났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조연출 할 때 주위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제가 거의 실성한 체로 돌아다닐 때가 많았답니다. 당시에 저도 이 작품만 끝나면 드라마 업계를 떠나겠다고 굳게 다짐했었습니다. 이제 생각하면 참고 넘기길 잘한 것 같습니다.

 

그때 열심히 수영하고 도와주었던 한체대 수영 선수들, 고명수 코치 모두들 잘 지내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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