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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종합편성 채널의 미래

2011/01/08

종합편성 채널이 네 개 생깁니다. 선정 과정에서 말도 많았고, 방송 주체가 선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종합편성 채널을 둘러싼 논란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방송 제작 시장의 유통 질서가 혼란해진다는 것입니다. 잘 나가는 작가, 연예인, 연출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 몸값이 오를 것입니다. 몇몇 드라마 작가가 최근 이전에 받던 극본료 보다 천만 원을 올린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MC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출연료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올라간 인건비는 제작비에 반영되고 현재 콘텐츠 시장에서 이루어진 가격대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둘째, 제작 주체가 보수적인 신문 매체라는 것입니다. '조, 중, 동'이라고 통칭하여 부르는 보수적인 정치색을 고려하면, 정부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민주 사회의 다양한 논의들을 제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우리 Media의 스펙트럼이 지상파 방송의 보수성에 더해 더욱 선명한 보수 일색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선정된 채널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공중파 다섯 개 채널(SBS, KBS1, KBS2, MBC, OBS)에 종합편성 채널 네 곳이면 아홉 개의 채널인데, 대한민국의 좁은 시장을 생각한다면 너무 방송사가 많다는 논리이죠. 1조 원의 광고시장이 더 생겨야 종합편성을 포함한 기존의 방송 미디어가 경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TV광고 시장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수익성도 가면 갈수록 어렵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종합편성 채널로 인해 앞으로 수익성은 더욱 어두워질 것입니다. 종합편성 채널이 생겼다고 해서 광고 시장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합편성 채널이 생긴 후에 변화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 새로운 콘텐츠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존 방송사는 안정된 수익 원에 의존하면서 타성에 젖어 콘텐츠를 만들어 왔습니다. 종합편성은 과거의 전형적인 포맷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여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반대급부도 있습니다. 종합편성의 제작 능력과 여건으로 초기에는 공중파와 비슷한 편성을 하겠지만, 이후에는 제작물의 양이 적어지고 외국 콘텐츠의 양이 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완성품의 수입뿐 아니라, 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 예능 포맷의 수입 등 다양한 형태로 외국 저작물이 국내에 들어올 것입니다.


둘째, 연예인의 수급 시장에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톱스타들의 몸값이 올랐기에, 신인이나, 연극배우, 구석진 곳에서 고생하던 배우에게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제작비를 적절한 선에서 맞추기 위해서는 낮은 개런티의 신인 연기자들을 수혈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슈퍼 스타 K'에서 처럼 새로운 스타가 발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방송 인력 시장의 동요가 예상됩니다. 현재보다 많은 수의 일자리가 생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과거 SBS가 출발할 때 '스카우트'란 형태로 좋은 대우의 일자리를 보장한 것과는 다른 모습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넷째, 종합편성 채널은 결국 케이블 채널입니다. 수익성이 나빠진다면 공중파 방송사와 비슷한 편성 구조를 가졌지만, 케이블 TV에 적용되는 느슨한 편성, 광고, 심의 규제를 이용해 무리수를 둘 여지가 있습니다. 규제의 공정성, 형평성, 미디어에 대한 차별과 역차별 논리가 거세지고 결국 방송 미디어 전반적인 규제의 고삐가 느슨해지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섯째, 독립제작사들이 일시적인 호황기를 맞을 것입니다. 방송 콘텐츠의 수요가 늘어난 만큼 생산자의 권리가 과거보다 신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한때의 바람이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이어져 몇 군데의 대형 제작사의 탄생을 고착시킬 것입니다. 늘어난 제작비, 스타급 작가와 연예인을 관리할 수 있는 제작사는 결국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합편성 채널은 한국 방송 시장의 크기를 감안하지 않은 과잉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지상파 방송이 광고 시장의 축소로 채산성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같은 파이를 나눠야만 할 수익구조를 가진 채널이 추가로 생긴 것입니다. 전체적인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 자동차 시장을 오판한 삼성 자동차와 쌍용 자동차의 시련을 생각하면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한편, 해외 지분이 참여해 있다고 공공연히 자랑하는 것을 보면, 국외의 Media 재벌에게 장래에 흡수될지도 모르는 아련한 공포감도 느낍니다. GM대우, 르노 삼성 등의 이상한 칭호가 종합편성 채널에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해 봅니다. 저의 기우이길 바랍니다.


기존 보수 언론사 중 한 곳은 급격히 재정적으로 몰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2년은 버티겠지만, 보유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종합편성 방송은 이후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KBS와 MBC가 광고료 외의 수입원이 없었다면 지난해는 아주 어려웠을 것입니다. SBS는 대형 스포츠를 중계하고, 제작비 상승분들을 감당하지 못해 작년에 흑자를 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한국의 방송 시장은 나눠 먹을 파이가 크지 않습니다. 결국, 두 군데 정도의 종합편성은 2년 내에 재정적인 위기에 봉착할 것이고, 그 여파는 모 회사로 번질 것입니다. 종합편성 채널로 선정된 것은 'Winner's Curse'(승자의 저주)가 될 징후가 농후합니다.


이상의 반대 논리와 예상에 대해 종합편성 채널 관계자가 충분히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방송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시기는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가라앉는 배에 살겠다고 신문사들이 뛰어든 격입니다.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새로운 정보를 준다는 취지에는 십분 동의합니다만 흥분을 멈추고 시장의 현실을 파악하길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종합편성 채널의 출발은 한국 미디어계의 변화를 촉진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 변화가 우리 Media 소비자의 주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이 없기에 답답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차종이 소개되었지만 과잉 투자로 남 좋은 일만 했던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과거가 떠오릅니다.



12년 전에 쓴 글인데, 거의 정확히 맞추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예상하지 못한 것은 중국의 한류가 퇴조하는 것과 해외 OTT 산업이 국내에 진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제작비용이 상승이 되었는데, 그것을 방송사의 사업 수익과 해외 OTT의 투자로 버티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채널이 늘어난 만큼 기회와 일자리가 생겨났지만, 결국 과잉 투자가 이루어졌고, 투자 재원이 부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제작은 이제 불경기의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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