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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부당거래> 2010

2010/10/22


초등학생 성폭력 살해범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를 사살해 버린 경찰은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어야 할 절박한 지경에 처합니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어서 승진에 물을 먹고 있는 최철기 반장과 그의 팀이 동원됩니다. 범인을 잡으라고요? 아닙니다. 범인을 하나 만들어야 합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부당거래에는 두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다 끝났는데 영화는 10분 정도 더 흘러갑니다. 그 뒤에 붙은 10분이 이 영화를 본 산뜻한 기분을 처지게게 만듭니다. 두 번째로 가짜 범인을 만드는 데 동원한 조직폭력배 출신 건설업자의 석구(유해진 분)의 연결고리가 약합니다. 왜 이렇게 경찰은 조폭을 시켜 범인을 만드는 무리수를 두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 두 가지 단점을 빼고 영화는 장점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영화는 리듬이 좋습니다. 두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관객의 목줄을 잡고 흔듭니다. 관록이 있는 연출이 어떻게 극의 흐름을 통제하는지 잘 느껴집니다. 느슨하지 않은 박자, 한순간도 관객을 지루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 10분이 더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스토리가 흥미롭습니다. 수 없이 반복된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이 영화는 절묘하게 피했습니다. 이 영화는 악인과 악인이 대결합니다. 특히 황정민이 분한 최철기 반장이나 유승범이 연기한 주양 검사는 우리에게 선과 악의 경계는 저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구나 하는 섬뜩함을 안겨줍니다. 악과 악의 대결에서 남은 것은 피와 선한 자의 죽음뿐이었습니다.


뛰어난 연출 탓인지 모든 배우의 연기가 캐릭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영화를 되짚어봐도 저 캐릭터에는 저 연기자가 최고의 선택이었으리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연기자가 뱉어내는 싱싱한 대사는 영화의 긴장감에 적당한 웃음과 풍자를 더해줍니다. 무엇보다 [죽거나 나쁘거나]에서 맛보았던 배우들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어시장의 생선처럼 배우들이 펄떡펄떡 뛰어오릅니다. 맛있었습니다.


영화에는 뜻밖의 반전도 있습니다. 그 반전으로 말미암아 캐릭터들은 영화 내내 추구했던 자신의 목표가 정당했는지 돌아봅니다. 반전에 대한 힌트를 조금 더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반전은 충격적이었고 적절했습니다.



오랜만에 모든 면에서 깔끔하게 떨어진 작품을 만났습니다. 여성 팬에게 큰 박수를 받기는 힘들겠지만, 이 영화가 재능 있는 감독의 부활을 알리는 고동소리임은 분명합니다. 올해 쫓고 쫓기는 스릴러 물이 많이 나왔는데 제가 보기에 [부당거래]가 제일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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