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PD Jun 16. 2023

<해결사>

2010/09/19


대중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콘텐츠의 생명력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영화나 드라마라면 상영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끌었는가인 흥행여부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작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회자되는 가'는 작품의 생명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를 작품의 영향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액션 영화를 보고 작품의 생명력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웅본색'이 오늘날 원산지도 아닌 타국에서 '무적자'란 이름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 작품의 생명력이 무엇인지 감이 오실 것입니다.  액션을 뛰어넘은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공공의 적]이 생명이 긴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스화되어 속편이 나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국적 액션물에 걸맞은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레옹]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극도로 단순한 된 프로페셔널 킬러가 소녀 마틸다와 교감을 나누며 성장하고 변하기에,  관객은 액션보다 더한 인간애의 맛을 보았습니다.


[해결사]는 여러모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숨 가쁘게 전직 경찰관인 태식을 몰아붙여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올려 태웁니다. 그러나 몇 가지의 결함은 이 액션물의 생명을 지독하게 짧게 만든 것 같습니다.

첫째, 캐릭터의  전형성이 아쉽습니다. 주인공 태식에게서 배우 설경구의 전작들이 어른거립니다. 그 외의 캐릭터들도 [공공의 적]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습니다. 결국, 영화는 [공공의 적]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둘째, 인물을 움직이는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주인공, 악당 모두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그 동기가 빈약합니다. 스토리는 액션을 보여주는 연결 고리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셋째, 배우가 캐릭터에 녹아있지 않고, 배우가 캐릭터를 지배합니다. 오 달수와 송새벽은 인물과 결합되지 못하고 공중에 떠 있습니다. 이야기와 결합하지 못하였고 설경구와 마찬가지로 전작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습니다. 캐릭터가 보이지 않고 배우가 보이는 것은 결국 머지않아 그 배우가 소진될 가능성을 많아질 뿐입니다. 그 배우의 탤런트를 여전히 우려먹고 있다는 것이고, 관객은 얼마 후 지겨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결사]는 짜임새 있는 연출과 이야기의 흐름, 긴박한 리듬감에도 결국 일회용 상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연출과 배우가 최선을 다 했지만 '꼭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흥행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액션영화일지라도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와 관심, 삶에 대한 통찰력이 영화의 생기를 돋우는 데, [해결사]는 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다른 곳에 들인 공을 생각한다면 그 배려가 그리 어려울 일은 아니었을 텐데 말입니다.  영화를 선택하고 본 것에 후회는 없지만, 걸작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계속 남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대화하기 피곤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