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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대화하기 피곤한 사람

2010/10/12

A 씨를 만나고 나면 항상 피곤합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있지 않더라도 그와 만나고 헤어진 뒤에는 이상하게 머리가 띵합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와의 대화가 항상 제 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그의 비꼬는 말투와 냉소적인 태도 때문에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편하지 않습니다. A 씨가 계기가 되어 제가 만난 사람 가운데 상대방을 편하지 않게 했던 말버릇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B 씨는 아는 체하는 말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와의 대화는 일정한 주제로 이어지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가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흐름으로 빠지곤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그가 잘 알고 있는 분야로 항상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뒤돌아보면 그와의 대화는 저에게는 시간 낭비였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C 씨는 화제를 독점하곤 합니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거나 대화에 비슷한 양으로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줄곧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잠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면 금세 대화의 주도권을 다시 뺏습니다. 결국, 우리의 대화는 그의 연설이나 강의로 변할 때가 많습니다.


D 씨는 항상 거짓말을 합니다. '기분 나쁘다.'라는 표현도 '기분 좋아요.'라고 합니다. 전후의 사정이나 상황을 보면 그가 지금 기분이 나쁜 상황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분명히 아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그는 반어적으로 표현합니다. 그의 거짓된 표현 방식, 좋게 말하면 반어적 표현 방식은 결국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대화에서 소외되게 만듭니다. 결국, 그의 발언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소리 없는 메아리가 되곤 합니다.


대화의 방식은 화자의 마음과 관계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열고 상대를 존중한다면 비꼬지도 않을 것이고 심하게 잘난 척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혼자 화제를 독점하지도 않을 것이며 모든 이야기를 반어적으로 꼬아가며 거짓을 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A, B, C, D 씨는 모두 제 말버릇을 조금씩 대변하고 있습니다. 저와 얘기하고 피곤하셨던 여러분에게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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