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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제임스 카메론의 강연

2010/05/14


거장이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을 거장이라 부르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를 통해 앞으로의 영화는 과거와는 다른 행태가 문화가 될 것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유성 영화가 무성영화로 바뀌었고, 흑백 영화가 칼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2D가 3D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있었습니다. 13일 오전 [상상력과 기술의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오스카를 수상하는 자리에서 '왕'이니 어쩌고 하며 거들먹거리던 과거의 선입견을 품고 있었는데 의외였습니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3D 콘텐츠의 미래에 대해 청중에게 설명했습니다.  자신은 3D영화의 도입자가 아니라며 정점을 찍었을 뿐이라고 겸손했습니다. 그도 나이를 먹어 변해가는 모양입니다. [아바타]의 제작 기간 4년 반, 연구 기간과 테스트 촬영 등, 6년이 넘는 기간,  그가 고민하고 인내한 세월을 생각해 보면 오늘 그가 누리는 영예가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저는 3D 촬영에 대해서는 일반인과 비슷한 정도의 상식 밖에 없어서 좋은 선생에게 입문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카메론은 영화사를 통해 볼 때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변화하는데 2년 정도 걸렸고. 흑백에서 칼라로 전환하는 데는 25년이 소요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 개발 속도와 콘텐츠의 보급 추세를 볼 때 3D영화의 보급은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3D기술로 '좋은 콘텐츠는 훌륭하게', '지루한 콘텐츠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3D의 경향은 비단 영화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TV에도 쉽게 적용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는 아바타를 위해 스포츠, 쇼, 드라마 장르를 통해 테스트를 해보았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3D 콘텐츠는 56인치 이상의 대형 TV 화면으로 보면 환상적인 매치라고 합니다. 


3D 촬영을 위해 3D용 카메라 등 많은 장비를 개발해야 했다고 합니다. 카메라는 좌우의 렌즈가 정교하게 동조되지 않으면 장시간 상영하면 관객이 두통이 생기고 눈의 피로가 극심해질 수 있답니다.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 [샤이닝]의 긴장감을 위해 '스테디 캠'을 도입한 것처럼 [아바타]를 위해 카메론 감독은 거의 모든 장비를 새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극단적으로 아바타의 제작기간 4년 반은 3D라는 것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3D제작이라는 것은 촬영 현장, 후반 작업 등 모든 작업과정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3D 촬영과 제작도 문제이지만 이것을 상영할 극장(DLP 시네마 프로젝터를 갖춘)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영화의 제작비를 맞추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미국에서만 수 천 개의 3D 스크린이 필요한데, 극장주들에게 이 시설을 갖추도록 설득하는 게 힘들었다고 합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로 비유할 만큼, 극장주는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보급되지 않기에 DLP 프로젝터로 교체하기 싫었고, 제작자들은 수익을 올릴 만큼이 극장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카메론은 직접 극장주를 설득하기도 했고 자신의 말에 책임지기 위해 [아바타]를 연출했으며, 이후의 자신의 모든 작품을 3D로 만들 것이라 선언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도 극장이 부족해, 디즈니가  배급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오자 Imax상영관에서 Avatar가 막을 내리는 상황도 벌어졌답니다. 


[바타]의 경우 2D와 3D극장 배급비율은 6:4 정도였지만, 총수입의 75~80%는 3D상영관에서 벌어들였습니다. 올해 할리우드에서만 30여 편의 3D영화가 제작에 들어간다고 하니 판세는 기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카메론 감독은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직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2D로 촬영한 영화를 8주 만에 3D로 전환하는 무모한 작업(영화 타이탄 같은)은 관객을 실망시킬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3D영화는 3D로 찍어야 한답니다.


제작자라기보다는 감독이기에, 그는 충분한 투자와 시간, 노력 없이는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제작사에서 제작비 절감을 위해 나비 족의 꼬리를 잘라버리자고 제안할 만큼, 그와 같은 거장에게도 많은 견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안목과 관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겠다는 의지가,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하는 문제작들을 만들게 하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그를 거장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좋은 공부를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대중은 3D를 선택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3D 영화를 시청하면 화각이 좁아지면서, 영화의 규모가 작아 보이는 단점이 있고, 3D 촬영, 상영 시설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시청환경이 고르지 못한 것도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투자 대비 성과가 불확실하기에 3D 콘텐츠가 양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저도 최근 Avatar2를 보면서 3D보다는 2D IMAX 영화관을 찾았습니다.(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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