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에는 세 마리의 하이에나가 등장한다. 쉔지(Shenzi), 반자이(Banzai), 그리고 에드(Ed)가 그들이다. 이들 셋은 함께 어울리며 작품의 조연으로 웃고 떠든다. 용신선(容神仙), 체동(螮蝀), 하괴저(下怪猪) 셋은 사자(獅子)가 표상인 대학의 연구기관에서 만났다. 그리고는 마치 세 마리의 하이에나처럼 서로 웃고 떠들곤 했다.
셋은 국적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며, 성별이 다르다. 다른 것이 비단 이뿐이랴. 다른 것 찾기를 한다면 무수히 많은 다른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잘 어울렸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웃고 떠들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셋은 '국문학'이라는 묶음을 가졌고, '연구소'라는 묶음을 가졌다. 학문과 장소라는 묶음줄은 험한 세상에서 연결고리로 삼기에는 연약한 끈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셋은 그 약해 보이는 끈 덕에 연결될 수 있었다.
학문과 장소라는 실과 바늘로 무엇을 엮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천예록〉이라는 야담을 함께 읽어보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커피와 차, 간식을 나누고 수다를 나누던 셋은 야담(野談)이라는 완구(玩具)를 새로이 얻어 매주 금요일마다 함께 조립하고 분해하며 놀기 시작했다. 여기에 모인 열두 편의 글동이들은 모두 그 놀이의 흔적들이다. 학부생, 석사생, 박사수료생의 셋이 만나 공부모임을 가졌으니 그 공부놀이의 성글은 정도란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럼에도 독자 분들께서는 우리 셋이 만든 항아리들을 부디 달항아리의 넉넉하고 너그러운 곡선처럼 완만하게 보아주셨으면 한다.
《라이온킹》의 명대사로는 무파사의 한 마디가 있다. "Remember who you are." 우리는 낡고 오래된 이야기들에 관심이 있는 존재들이다. 이를 잊지 않기를 각자 스스로에게 당부하며 글을 줄인다.
2023.11.
항아리 공방의 세 사람을 대표하여 용신선 삼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