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귀신, 그리고 도깨비들의 타령
<요괴 퇴치>, <지네 요괴>, <달걀귀신>, <처녀귀신>, <도깨비불>
누구든 한밤중에 귀신을 만난다면 혼비백산 도망가기 바쁠 것이다. 귀와 신, 혼과 백은 유교이데올로기에서 사유철학 대상이었던 네 가지이기도 하다. 시신이 되어 땅에 묻히며 날아가고 흩어진 조상의 혼과 백을 다시 지상의 후손들 앞에 불러들이는 것이 제사이다.
귀신이 나타났다! 귀신이라고 하지만 본디 둘은 물과 기름처럼 다른 귀와 신으로 나뉜 개념이었다. 성스러운 공간에 머무는 신과 속스러운 공간을 어지럽히는 귀는 모두 경계의 존재이며 분열의 대상이다.
여우가 도술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이야기 도중에 고양이가 부처 안에 들어가서 운다고 하자 김순이 할머니와 최명숙할머니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또 중간에“앙”하고 소리를 래자 이장딸이 갑짝 놀라 일어서기도 했다. 어떤 지방에 가믄 이런 전설이 있는데, [청중들이 귀 기울이지 않으니 중단하다가] 그 이런 전설이 있는데, 그게 가믄, 그게 가믄, 그러이 옛날에 그게 가믄 이 우리 동네 겉으은 여 됫산 골짝에 큰 절이 있는데, 절에서러밤마중 처녀 죽은 구신이 나와 가지고 울어쌓니, 그 동민이 살 수가 없는기라. 그래서러, 그 동리에서러 이릴 기 아이다. 이 무슨 신의 노름이니우리가 이거 동리에서러 연연이 한 해 한 번씩 제사를 지내는데, 제사를 지내는뎨, 그러이 서울에 어떤 장군의 아들이 이 이야글 가만이 들으이, 이어느 부당한 소리거든. 구신이 나와 가지고 밤 새두룩 울고 돌아 댕기고동네 사람 잠을 몬 자구로 한다니,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소리라. 그래 가지고 그 장군의 아들이 무관의 자식이꺼네, 용맹도 시거든(세거든). 내가이 놈의 구신을 잡겠다. 그래 자기가 자청하고 그 절에 갔는 기라. 그래그 사실 동리 동리에 가가 물으이 사실이라 카거든. “밤마중 처녀 죽은 귀신이 나와 가지고 어찌 울어쌓이, 울어쌓서러, 재수가 없어서 불안해서러, 그 신을 위로하기 위해서러 우리가 한 해 한분썩(번씩) 이 동네 자본을 가지고 제사를 지냅니다.” “그래요!” 그래 이 장군의 아들이가, “그러믄 내가 이 절에 가서러 이 구신을 잡을 모양이니, 당신들이 조석.때 돼거든 밥이나 해다고.” “아, 그거는 그리 하겠읍니더.” 그래 참 이 장군의 아들이 큰 진(긴) 장찰 칼을 들고 그 절에 가이 절은 버(벌써) 망해뿠고, 그 큰 절에 있던 절니 망해놓이, 수 년 묵어놓이 미금(먼지)이 보하이(하얗게) 앉아가 있는데, 이 장군의 아들이 말큼(말끔히)다 씌러뿌고 대법다아서러(대법당에서) 앉아가 있다. 앉아가 있이이, 밤중되이까네 사실 참 절이 와앙 하이 울거든. 이거 무슨 소리냥 귀로 가만기울이니 한 분(번)울디마는 또 기척 없어, 이거 우짠 일이냐. 그래 이사람이 딱 정신을 차리고 칼로 딱 들고, 칼로 딱 들고 앉아가 있다. 앉아가 있으이까네, 갱이(고양이)가 한 바리 빼째래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마는’아옹’ 캅서 쳐다보거든. 쳐다보는 거로 이 장군의 아들이가 칼로 가지고갱이 때리 잡을라고 탁 치니, 요너러 기가(것이) 팔딱 뛰이가지고 어데로들어 가느냐 하며는, 놋부치(놋쇠로 만든 부처)가 아주 큰 기 있는데, 놋부치가 참 수 백년 수 천년 됀 기라. 돼 노이까네 삭아가지고 한 쭉이 구머가(구멍이) 나가 있었는 기라. 이 놈의 갱이가 팔딱 뛰이 가지고 그 부처 안에다 쏙 들어가거든. 부처 안에 들어가는 놈을 막 때려 잡을라고 막칼로 가 가이까네, 부처 안에서러 와앙 우이까네, 이 참 온 산천이 뒤비지는 겉고, 그 고랑이 째지는 소리가 나거든. 그러이까네 부처 안에 개내이(고양이)가 심심하면 부처 안에 들어가서러 울어 대믄 처녀 울음 소리고, 처녀 울음 소리고, 동네 사람 듣기에는 이래 가지고 그 장군이 그 날 저녁에 부치 그 놈 때리 뿌사(부수어) 뿌고 나이까네, 그 처녀 죽은 구신은 울음이 끊이더랍니더.
<요괴를 퇴치한 장군 아들> 경상남도 김해군 상동면, 1982.08.13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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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무서운' 것이란 '모르는' 것이다. 알 지못하거나 알 수 없는 '무엇'. 그것이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성스러운 신의 공간, 부처의 처소이자 수도자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는 장소인 절간이 그만 음산한 처녀귀신의 무대로 전락해 버렸다. 주지스님과 절에서 수행 중인 스님들은 그저 그런 '중'에 지남 아니었을까? 모두 정체불명의 처녀귀신 소리에 혼비백산하였는지 그만 폐사지가 되어버렸다. 내가 가보리다! 이 용감무쌍한 한마디는 장군의 아들이 내었다. 종로를 누빈 시라소니와 장군 김두한 무리가 아니라 정말 장수의 아들이란다. 장검하나 들고 귀신이 출몰한다는 절을 가보니 먼지가 가득하다. 방치된 철거지역처럼. 재개발로 공실이 가득한 마을처럼 절간은 텅 비어있었다. 그 빈 공간을 괴이한 곡소리로 채우던 존재는 처녀귀신이 아니라 쇠붙이로 만들어진 불상의 틈으로 들어간 고양이 녀석이다. 어쩌면 배고파 울었을 뿐일지 모른다. 금속의 공간에서 공명된 한 짐승의 울음이 그만 처녀귀신 곡소리로 둔갑해 있던 것이다. 늘 지레 겁먹던 것의 정체는 이처럼 보잘것없는 것 아니던가. 에라이. 이런 불상은 부처의 불상 아닌 귀신의 금속에 지나지 않다. 부수어 버렸다. 부처님도 어쩔 줄 몰라하는 귀신이 고양이에 지남 아니었다니, 허무하다! 우리에게 겁주는 대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의 심연에 어딘가 틈이 생기고 균열의 구멍이 나면 환각의 귀신이, 불안이라는 귀가 들러붙어 그만 확장되고 만다. 공황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종이로 만든 종이호랑이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구경자) : 옛날에 오성 대감 얘기 들어봤어유? 얼마나 짓궂었는지 어려서 한 네 살 먹은 애가 고, 어머니가 디 갔다가 와보니까는 세상에 집이 빼꼼할 틈이 없드래유. 송곳으로 얼마나 찔렀는지 그니까 그 빼룩{벼룩}을 송곳으루 찔러 잡는다구 막 해가지구 인제 야단을 치니까 으른 어느, 저기야 누구 야단치지 말라구 얘는 머리가 보통 좋은 애가 아니니까 나중에 큰 사람이 된다고 했디야. 그런데 한 열 세 살인가 멫 살 됐는데 인제 큰 절이 있는데 해마다 거기는 사람을 하나씩 갖다 바쳐야 된닥 하드랴. 오성 대감이 얼마나 저기 한가 내가 한번 가본다고. 까지는 거, 죽기 아니믄 살기라고. 오성 대감 배짱이 좋았나봐. 들었지? 그런 소리. 그 오성 대감 그랬다는 소리. @: 네. # : 게, 인저 그 절에를 갔는데 그 옛날 전설이라 책에도 나왔어. #(김복녀) : 어, 한밤중 쯤 되니까 # : 아주 얼마나 얼마나 큰 지네가 내려오드라는겨. 그래서 인저 담배를 그냥 말아가주그 담배를 지네가 싫어하는가봐. 그래, 저기 해는데 피우구 있으니까는 막 웃음소리가 천장에서 나드래유. 그래서 이 요괴가 뭐하는 거냐구 응? 이게 무슨 소리냐구. 꼬챙이로 팍 천장을 찔르니까는 막 한바름{한발} 되는 지네가 뚝 떨어지드랴. 그게 요물 노릇을 해가주 사람을 일 년에 한 번씩 이렇게 잡어먹었대유. 그래서 아침에 막 이거 큰일났다구 이제 그 부모들이구 뭐구 인제 그 오성 대감 이름이 뭐 이항복이라나 뭐라나. 우리 항복인 이제 죽었닥 하구 와보니까는 지네가 한바{한발}름 되는 걸 해서 꼬챙이루 끌구 나왔대유. 이게 그렇게 요물 노릇을 했다구. 그 정도루 그렇게 배짱이 좋았대유, 오성 대감이.
<오성대감과 지네> 제보자:구경자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2015. 07. 02.(목) 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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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한 대상을 '항복'하게 만드는 무기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최첨단 군사용 드론? 핵무기? 항모전대? 공권력? 아니다. 배짱. 두둑한 배짱 하나면 충분하다. 그런데 범인들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이 배짱이다. 우리가 위인이라 부르는 이들에게만 있는 것. 그것이 배짱인데 이 이야기도 그렇다.
역시 성소의 절간이 귀신의 장소로 둔갑되어 있다. 심지어 이곳의 요괴는 살인요괴이다. 사람 하나 꿀꺽 삼키는 것은 일도 아니란다. 그 요괴는 다름 아닌 큼지막한 지네이다. 한방에서 거담제 오공의 재료가 되는 지네가 여기에서는 사람 잡아먹는 지네요괴다. 지네가 싫어하는 담배. 뻐끔뻐끔 헤비스모커가 되어 태워대는 분은 오성대감 즉 이항복 어르신이다. 사람들의 '카더라' 통신 속에서 점점 몸집이 커진 지네요괴는 역시 우리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콱! 꼬챙이로 천정을 찌르니 툭! 지네요괴가 떨어진다. 푹! 꼬챙이로 오성대감은 지네요괴를 포획하였고 지네요괴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껄껄껄 두려움을 웃음으로 제압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뚝심 가득한 배짱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든 불안을 종식시키는 꼬챙이는 배짱뿐이다.
대개 보름 날 그 뭐야 게들 잡으러가구 그럴 때, 그 때가 온제지? 게 즛으러 간다는 날이. [청중 : 단오날?] 단오날인가요? 저의 지방이 특히가 그래요. 고기 바다가 붙은 데, 고기가 부곡리이구 인저 부곡리에서 좀 떨 어져 있쟎아요. 오곡리가. 이게 오곡리는 부곡리 그 쪽 전설이 워떡히 되느냐 허면 부곡리는 인저 부자가 많이 살어서 부곡리이구 오곡리는 오그러들어서 오곡리라는 말도 있읍니다. 그건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옇든 그런 얘기가 나와요. 거기선 사람들이 오고 가는 얘기가, 그리서 그런지 그 바다허구 붙은 부곡리 사람들은 갯펄에 가서 뭘 잡는 사람이 지금두 거의 없어요. 부자 마을 사람들이 상대를 별로 않는데, 이거 오곡리 사람들은 아직까지두 바다에 의존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이거여. 남녀 노소헐 것 읎이 거의 가요. 그래 그걸루 인저 업 삼아 가지구서 먹구 사는 사람 까지두 많다 이거여. 근디 단오날 그 가가주구서 인저 게를 많이 잡았다 이거여. 잡았는데 이건 여간 좀 황당무계헌 것 같어서 말여. 근디 그곳 갯펄은 좀 편편허잖어요? 그래서 오는데 뭐가 인저 굴러오더라 이애기여. 쪼끄마하니 달걀만한 게 인저, [청중 : 바다에서?] 근디 인저 사람들이 인저 그 전만 해두 사람들이 확실히 귀신이 나타난다 뭐 이런 거에 굉장히 뭐 너 나 헐 것 읎이 다 믿구 그랬잖아유. 근데 그 당시 간 사람이 인저 부인들이 많이 갔거든. ?야 저거 달걀귀신, 달걀귀신이 아니냐.? 근디 이 사람들이 인저 겁을 먹었어유. 전부 갔던 사람이, 근디 그게 오면서 이저 커지더라는겨 그것이 달걀귀신이, 근디 그 때 가서 달이 좀 훤하니까, 사람들이 그냥 그 마당에다 그냥 멍석을 깔아놓구 앉어서 이 사람들이 언제 쯤 올까 싶어 가지구 부인들이 갔으니까 남자들이 기다려 가면서 얘기두 주구 받구 허는데 그 사람네들을 인제 뭐가 틀림읎이 자꾸 따라 왔던 모냥여. 그리서 돌을 던지다 던지다 던져두 소용 읎다는 얘기여. 계속 따라 오는 거라. 그리서 이 사람들이 인저 나중에는 허다가 안 되니까 인저 게를 마악 끄냈어. 게를 끄내가지구 그래서 바다에서 육지루 올 때는 게가 한 마리두 읎이 다 내벼렸다는겨. 게를 다던졌 길래 괜찮었지. 그걸 만약 잡어 가지구 왔더라면 큰일나지 않었느냐 뭐 이런 얘기가 있고.
<달걀귀신> 제보자:이창원 충청남도 당진군 당진읍 1979.08.25 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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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넉넉한 부곡리가 있고, 살림이 오그라든 오곡리가 있단다. 부익부빈익빈인지 부곡리 사람들은 생전 노동을 하지 않는다. 불로소득으로도 부가 유지되는 듯하다. 비트코인일지, 주식일지, 금일지, 부동산일지, IP지적재산권인지 뭔지 모르지만 그들은 노동할 까닭을 모른다.
힘겨운 노동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오곡리 사람들은 발이 푹푹 들어가는 갯벌에서 게를 잡아야 먹고살 수 있다. 평평한 갯벌에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겠다고 게를 줍줍 하는데 데구루루 뭔가 굴러온다. 뜨악! 달걀귀신이란다! 돌은 던져보아도 계속 굴러온다. 간신히 줍줍 한 고생의 산물 게를 던지니 더 이상 달걀귀신은 민초를 괴롭히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진화 속에서, 사회주의 계급사회의 변화 속에서, 테크노크라트 재벌들이거나 공산당 귀족이거나 그들은 노동의 공포를 겪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과 인민의 대부분은 어떤 체제라도 끔찍한 노동을 매일 수행해야 한다. 데구루루 데구루루 사회구조의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억압은 끊이지 않는 달걀귀신이 되어 국민과 인민을 괴롭힌다. 하루종일 노동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그 괴롭힘에서 잠시나마 해방된다. 전세사기다 무슨 사기다. 서민을 괴롭히는 달걀귀신들은 오늘도 데구루루 우리에게 굴러온다. 언제까지?
@조사자 : 아 왜요 말씀 잘하시는데.... 이 섬에는 뭐 귀신 나오는 이야기 같은 건 없습니까? 그런 얘기가 제법 있을 것 같은데? 섬이 외져갖고? #제보자 : 귀신? 뭐 옛날에는 뭐 많이 나왔다 그러더라고요. 저는 뭐 보지는 안했는데 옛날 사람들 얘기로는 무.. @조사자 : 어떤 귀신입니까? #제보자 : 글쎄.. 많이 봤다카는 사람도 있고. 그렇더라고 하기사.. @조사자 : 어디서요? 그런 얘기좀 해주세요 아시는 거 좀 이러헥..#제보자 : 아니 인자 저는 한 번 본 게... 옛날에 옛날에는 여 전기불이 없고 그럴 때 좀 으스스하이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 뭐 저는 경운기를 타고 경운기를 타고 인자 서포에 가서 인자 기름을 타고 오는데 요요 금섬마을이라카는 데가 있어. 근데 그 이 쪽을 지나오면 거기가 옛날부터 좀 으스스하이 무서운 곳이거든. 그.. 거를 지나오는데 뭐를 인자 내가 무서워서 경운기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밤에 새벽 3시나 됐나 2시? 2시반이나 3시반이나 됐을끼야. 놀다가 인자 오니까는 노래를 부르고 오는데 어떤 여자가 하얀 소복을 입고 경운기에 탔더라고. @조사자 : 타라고도 안했는데요? #제보자 : 예. 경운기에 타가지고 내가 노래 부르고 있으니까 지도 따라서 노래를 부르더라고. 그거를 내가 한번 경험을 했지. 흐헤헤헤 @조사자 : 어우 그 여자도 보셨어요? #제보자 : 아이 여자는 인자 인자는 인자 @조사자 : 그러니까 여자를 힐끔하고 보신 거에요? #제보자 : 예 힐끔하고 보니까 뒤에 거 뒤에 @조사자 : 웬 여자가 있는 거야. #제보자 : 예 거 앉아있대. 지도 같이 노래를 부르더라고 그래서 인자 한번 경험을 한번 했지.
<처녀귀신> 2013. 02 03 (일)제보자: 강건용 경상남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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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상황: 김계진 제보자가 앞서 터구렁이에 관련된 이야기의 구연을 마쳤다. 그러자 조사자가 제보자에게 도깨비를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제보자가 웃으며 작은할아버지에게 들은 도깨불이야기 구연을 시작하였다. 이야기가 끝나자 청중 한 명이 여성의 생리혈이 빗자루에 묻으면 도깨비가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옛날에 우리 작은할아버지는 저 양주로 시제를 지내러 가시는데, 그-냥 비바람이 치고 그냥 소낙비가 오는데 불이 인제 번개가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그냥 번쩍 거리는데 깜깜한 밤인데. 시제 지내러 가시는 데 그 묘막으로. 근데 거리에서 시뻘건 덩어리가 그냥 하나 [옆 사람을 잡는 시늉을 하며] 탁 붙었더래. 그래서 [앉아서 씨름하는 흉내를 내며] 그거하고 막 씨름을 하다 보니까. 그게 싸래비더래요. #청중: 그게, 그게 돼갖고 싸래비가 도깨비가 돼가지고 우리 작은할아버지하고 밤새도록 씨름을 하고, 땀을 철철 흘리고 그냥 씨름을 하는데 그걸 이겨서 보니까 싸래빗자루더래. 그래서 이제 가시다가 주막에서 주무셨대요. 무서워서 갈 수가 없어서. 그 이튿날 새벽같이 가서 시제를 지냈다고 그러시더라고. 항상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 우리아버지가. 그런 일이 있어. 옛날에는. #청중: 그 저 빗자루에 여자들 이거. 저 벼슬하는 피가 묻으면 그렇다 소리가 있더라. 예. 그렇대요. 예."
<도깨비불> 제보자:김계진 경기도 하남시 샘재로 2015. 1.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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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깨비 불
[구연정보] 조사일시 : 2009. 4. 17(금) 조사장소 :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전류1리 189번지 전류리 마을회관
제보자 : 송을회 청중 : 11인
[구연상황] 도깨비 이야기를 마친 할머니께 어렸을 때 술래잡기 하면서 부른 노래를 청하자 별다른 노래가 없다고 하다가, 숨키낙(술래잡기)하면서 도깨비 불을 봤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화투판이 한 차례 끝나면서 다른 할머니들의 말소리에 이야기 뒷부분의 녹음 상태가 다소 시끄럽다.
[줄거리] 어렸을 때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술래가 되었을 때 친구들을 찾으러 노간주나무 뒤로 갔다. 그런데 나무 뒤에서 웬 불이 일어나 놀라서는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가 봤더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도깨비불이었다.
[본문] 술래잽기를, 그전엔 노는 게 없잖아요? @조사자 : 어렸을 때? 술래잽기허지, 술래잽기허고, 숨키낙{(+술래잡기의 지역 사투리이다.)} 허고 그랬는데, 그냥 여럿이 이렇게 숨키낙들을 하고 그러는데. 이렇게, 그냥 굴묵쟁이{(+골목의 한 켠을 말한다.)} 거, 노간주나무{(+향나무의 일종으로, 키가 얕으막한 우리나라 토종 향나무이다.)}가 이렇게 많아요. 근데 인저, 숨었나 하고 냅다 뛰어가니까, 뭔 불이 이렇게 일어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깜짝 놀라서 그냥 되 뛰어왔어요. 되 뛰어와서, 친구들 있는데 가서 “아, 저기 불이 있다.” 구 그러니까, 도깨빈 줄도 몰랐지. 불이 있다고 해서 와보니까, 불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요. 그래서 그걸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게 도깨비불이더라구요. @조사자 : 그 불이 무슨 색이었어요? 네? @조사자 : 그 불이 무슨 색이었어요? 그냥 뻘건데 조금 푸르시근허고 그렇더라구요. @조사자 : 그 노간주나무 뒤쪽으로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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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헛것'이라고 헛개비라고 한다. 하지만 분명 육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것이 처녀귀신이건 도깨비불이건. 내 목소리를 흉내내는 장산범이거나 도깨비가 된 빗자루거나 분명히 우리를 감각적으로 괴롭히고 신경을 예민하다못해 과민하게 만드는 것이 귀신들이다.
어쩌면 귀신이란 우리가 끊임없이 갖는 탐욕의 이면은 아닐지. 우리는 쉼없이 무언가를 탐낸다. 그 욕심이 커질수록 그만 두려움도 커진다. 이미 우리 자신이 귀신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전국 곳곳에 돈귀신들이 적지 않다. 돈에 사로잡힌 이 요괴들이 못할 짓이 없다. 청소년들은 학폭이란 이름의 귀신들에 시달린다. 입시경쟁이라는 탐욕의 균열이 만든 도깨비불들.
욕심을 버리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막연한 무엇인가가 오늘도 큰 지네요괴가 되고 처녀귀신의 울음이 되며 붕붕 날아다니는 도깨비불이 된다. 그 막연한 무엇이 알고보면 우리 스스로 모르게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의 의식이 잠들면 무의식에 봉인되어 있던 불안의 잔영들이 이렇게 깨어나기 시작한다.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