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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본질

: 민주적 결정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

by Utopian

1. 디자인의 정의와 현대적 맥락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찰을 요구한다.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은 단순한 스타일링이나 기능적 해결책을 넘어선 복합적인 가치 창출 과정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제조업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에서, 디자인은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 브라운의 디터 람스, 무인양품의 하라 켄야와 같은 디자인 거장들이 만들어낸 혁신적 제품들을 보면, 그들의 디자인은 단순한 외관의 꾸밈이 아닌 제품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2. 디자인 의사결정의 딜레마

민주적 의사결정의 한계

많은 기업에서 디자인 품평회는 마치 중요한 의례와도 같다. 영향력 있는 임원들이 모여 의견을 개진하고, 때로는 다수결로 디자인을 결정한다. "디자인 민주화"라는 매력적인 용어로 포장된 이 과정은, 실제로는 좋은 디자인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니의 워크맨이나 애플의 아이팟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소비자 조사나 다수의 의견으로는 결코 탄생할 수 없었던 혁신적 제품들이었다. 이들은 소수의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디자이너들의 비전에서 시작되었다.

전문성의 가치

디자인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외주를 주는 것은 단순히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 통찰력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상급자들은 자신의 취향과 의견을 관철시키려 하고, 이는 디자이너들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3. 미래를 위한 디자인 사고

현재와 미래의 균형

디자인 결정은 현재의 대중적 취향에만 기반해서는 안 된다. 대중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디자인은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초기 갤럭시 시리즈나 LG전자의 프라다폰과 같은 혁신적 제품들은 당시 대중의 평균적 의견을 넘어선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직관과 논리의 조화

디자인은 예술적 통찰력을 가진 이들의 "Gut feeling"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감정적 판단이 아닌, 오랜 경험과 전문성에 기반한 직관적 판단을 의미한다.


4. 디자인과 경영의 협력적 관계

새로운 패러다임

현대의 디자인은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로 확장되고 있다. IDEO나 프로그 디자인과 같은 선도적 디자인 기업들은 이미 디자인을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불확실성 속의 가치 창출

VUCA(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 시대에서 디자인은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도구가 되었다. 테슬라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이나 에어비앤비의 서비스 디자인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5. 디자인의 미래

좋은 디자인은 논리적 분석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훌륭한 음악이나 예술 작품이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서는 것과 같다. 디자인과 경영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협력할 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해진다.

미래의 디자인은 스타일링이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 해결과 새로운 가치 창출의 핵심 도구로 발전할 것이다. 이는 디자인이 가진 본질적 가치, 즉 창의적 통찰과 혁신적 사고의 결합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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