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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opian Aug 12. 2023

Another day in Paradise -#3

천공의 성

활주로를 달리는 것은 가로 200미터 세로 150미터의 어쩌면 거대한 새와 같은 것.

 천천히 날아오른다.

 하늘을 마주하는 위쪽은 전체가 태양열 전지판으로 덮여있고 아래는 하늘빛을 닮은 하늘색이다. 온전히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추진을 해야 하기에 전기모터를 이용한 프로펠러로 추진을 하고 수직 이착륙도 가능하지만 그만큼의 빈 공간은 지금의 공항 시설 이외에는 여의치 않기에 오늘 이 광경을 지켜보는 우리는 멀리서 커다란 새가 날아오르는 듯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게 한다. 언젠가 아즈텍 문명이 말하는 거대한 콘도르를 오늘의 이 광경을 그들이 본다면 다시 부르짖게 될 것인지 모른다.


천천히 날아오른다.

그러나 들리는 것은 바람 소리와 약간의 프로펠러 소리뿐 거대한 규모가 주는 압박감에 준하는 소음은 없다. 이렇게 날아오른 기체는 구름을 뚫고 올라가 대기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도에까지 오른다. 우리가 보기엔 거대한 비행기 혹은 새일 수 있으니 이 기체의 온전한 역할은 대기 중에 이산화 탄소를 분해하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기술이 이젠 이산화 탄소를 산소와 탄소로 나뉘는 말도 안 될 것 같은 기술로 발전해 있다. 이 새가 날아다니면서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 그리고 만들어진 탄소 덩어리는 다른 재료를 만들기 위한 원재료로 활용되기 위해서 일정만큼이 수거되면 원격으로 조정되는 별도의 소형기에 실어져 집하장소로 모이게 된다.


 이 거대한 기체는 지상에서 관리될 수 있으나 어쩌면 생길지 모르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3명의 상주하는 근무자가 있다. 아니 이들은 어쩌면 근무자가 아닌 하늘의 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젠가 걸비러가 여행한 라퓨타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처럼 고상한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거대한 기체를 관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로 바쁠 테니까. 하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 우리가 바라보는 회색 건물과 달리 끝없이 펼쳐진 구름의 바다에 멀리서 뜨는 태양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면 고상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얼마나 근사하고 사치스러운 일인가. 태양은 그렇게 땅에서 새로운 프런티어를 만들어가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기도 하지만 하늘에서 지구를 지구답게 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웅장한 기분을 들게 할 것이다.

 일 년에 한번 마치 외양 어선을 타는 그들과 같이 이들도 땅에 내려와 새로운 멤버들과 교대를 하고 기체의 손상 등을 점검하여 필요한 물자를 채워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최근 의미 없을 것 같았던 이산화탄소 포집의 새로운 방식이 차츰 결과를 만들어가자 이 기체와 유사한 다른 기체들이 더 만들어지고 이젠 지역별로 구획을 나누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케 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있다. 때로는 스타링크가 커버하지 못하는 대역의 원거리 통신과 지역 통신을 중계하기도 한다.  

 


 이산화 탄소를 모으기 위해 지상에서 탄소 포집을 위한 방법도 많은 부분의 발전이 있었지만 이제 하늘에서 직접 포집하는 방법을 통해 프로펠러는 지상에 고정된 포집기를 벗어나 움직이는 기체에서 공기를 모으는 것과 동시에 자체적인 추진력으로 활용하게 되고 활공이 가능한 넓은 날개는 동력이 없이도 떠 있을 수 있는 글라이더와 같이 작은 추진력에도 오랜 기간 활공할 수 있게 한다. 초기 비행기와 함께 제플린이라는 비행선을 만들어 하늘을 날고자 했던 기술은 비극적인 사고로 지금은 대중적인 활용은 않게 되었지만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통해 물체를 띄우는 것이 아닌 이를 활용한 전력의 생산은 의미 있는 기술로 활용될 수도 있다. 또한 저장된 수소는 이전에 제플린처럼 불안정한 튜브에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연료전지를 위해 안전한 수소탱크를 적용해 넓게 펼쳐진 날개이지만 하단부에는 필요한 만큼의 수소를 담아둘 수 있어 비상시 비행기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게 되었다.

  자체적으로 떠있으면서 이산화 탄소를 포집해야 하고 또한 비행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해 태양을 따라 계속 날아다니는 이 기체는 어쩌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하루 만에 이루는 여행 지도인지도 모른다. 쥘 베른이 생각하던 여행과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 기체 하나로 만족하게 될 수도 있다.

  이제 얼마 있으면 이러한 고고도 비행기에서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업용 기체도 제작될 예정이다. 그리고 언젠가 드디어 걸리버가 경험했고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의 파츠와 시타가 다녀온 라퓨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항상 떠있는 하늘의 섬에서의 시간은 고정된 자연을 보는 지상에서의 경험을 급변하는 대기의 움직임과 태양이 만드는 장관을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을 주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주로 나기가 위한 정류장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은 어딘가로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머무르는 여행이고 어딘가의 인간이 만든 과거의 인공물을 감상하는 것에서 자연이 만드는 역동적인 현상을 감사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구 자체를 존경하게 되는 감동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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