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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관찰

명상수행의 기본자세 (3)

by 이용태
몸을 곧게 세우고,
편안히 앉아,
숨이 나가고 들어옴을 지켜만 봅니다.


명상수행에 임하는 자세를 한 문장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그러하다. 달리 말하면, 몸, 호흡, 그리고 마음을 바르게 두는 것이 핵심이다.

(1) 신체의 조절(調身)- 바르게 앉기(坐法)
(2) 호흡의 조절(調息)- 바르게 숨쉬기
(3) 마음의 조절(調心)- 바르게 마음 갖기


지난번 정리해 본 명상수행자세 (1) 좌선과 (2) 행선(걷기 명상)에 이어, 오늘은 호흡 보기(관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앉은 자세에서의 명상이던, 걷기 명상에서든 호흡 관찰은 알아차림을 위해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수행 방법이다.


1.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힘이 들어간 부위가 있나 를 살펴봅니다.

* 몸도 마음도 부드럽게, 편하게 그냥 바라보세요!

2. 코를 통해 세 번 심호흡합니다.

* (호/呼) 먼저 숨을 크게 내쉬면, (흡/吸) 들이마시는 숨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호흡은 입은 다물고 코로만 편안하게 합니다.

3. 코로 들어온 숨이 어디를 지나갔다가, 다시 코로 나가는지 호흡의 감각을 느껴 봅니다.

* 또는 숨이 들어가고 나감에 따라 가슴과 배가 오르내리는 감각을 느껴봅니다.

4. 이제 본격적으로, 숨결이 콧구멍을 통해 오가는 감각에만 주의를 기울여, 코 앞(인중)에서 들어오고 나가 는 호흡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 그러나, 숨이 접촉하는 물리적 장소(지점)에 집착하려 하지 마세요. 접촉하는 물리적 지점이 아니라, 그 접촉 지점을 드나드는 숨에 집중하세요.

* 호흡보다 접촉이나 지점에 중점을 두고 지나친 노력을 할 때, 코 주위, 이마 등 얼굴에 단단함, 긴장감, 두통 등의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상기병/上氣病)

5. 들숨과 날숨, 긴 호흡과 짧은 호흡인지 알아차리고 지켜봄(관찰인식)을 통해 집중하되,

* 호흡은 마음의 눈으로 구경꾼처럼 지켜보고, 느끼거나 통제하려 하지 마세요.

* 하는 자(Doer)는 통제자로 긴장되고 인위적인 호흡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 아는 자 (knower)는 통제와 간섭을 내려놓는 순간 고요한 상태로 평온을 찾게 됩니다.

* 초보자의 경우, 마음 속으로 숨을 세면서 관찰해도 좋습니다. 호흡에 대한 관찰이 가능해질 때까지, 호흡세기를 반복해 보세요. (10, 9, ...0,1,...9, 10).

* 호흡보기가 잘 진전되면, 호흡이 몸에 닿는 감각, 즉 에너지 (찬 기운, 더운 기운 등), 압력, 진동 등의 미세한 느낌 관찰로까지 이어 갑니다.

6. 떠오르는 생각을 애써 지우려 말고 그런 생각이 일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 생각에 끌려들어 가면 망상이 됩니다.

7. 다시 호흡관찰로 돌아와, 전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관찰하세요!



바른 호흡만으로도 건강과 면역력 증진

이왕 하는 호흡이라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호흡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성장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잘못된 호흡에 길들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잠시, 자신의 호흡이 어떤지를 점검해 보자.

1. 숨을 내쉬고 들이마실 때, 입이 열려 있지는 않나요?

2. 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고, 숨이 들어오고 나갈 때,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

숨을 들이마실 때, 가슴과 어깨가 올라오고, 배는 오히려 꺼지고 있지는 않나요?



건강을 위한 바른 호흡 방법은, (입으로 하는 호흡이 아니라) 코 호흡과 (흉식, 가슴으로 하는 호흡이 아니라) 복식 호흡이다.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들숨이 목구멍을 지나 폐를 채우고, 다시 복부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배를 확장해(내 밀어) 준다.

숨을 내보낼 때에도 배를 납작하게 해 주며 폐를 지나 다시 콧구멍으로 나가도록 조절한다.

흉식호흡만 하면 어깨에 부담을 주게 된다. 복식호흡 훈련을 할 때는 숨을 마시기 전에 먼저 어깨의 힘을 빼야 복식호흡이 쉬워지고, 나아가 전신운동까지 확장될 수 있다.


자료: KBS 1
코 속에는 섬모와 점액이 자리하고 있어 이물질을 여과하고, 이후 편도 림프조직이 다시 이물질을 방어하며, 부비강에서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습기를 공급하여 일정 습도가 유지된 공기가 폐로 들어가게 된다.
반면,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되면, 외부의 오염된,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여과 없이 그대로 폐로 들어가게 되어 각종 폐질환 유발의 위험에 노출된다.

들숨에 배가 불러오고, 날 숨에 배가 들어가게 한다.
가슴으로 숨 쉬는 흉식호흡은 어깨의 상하 움직임(수직 호흡)을 동반하여 목의 통증과 심하게는 두통을 초래한다.
반면, 복식호흡(수평호흡)은 횡격막을 이용한 호흡으로, 깊고, 느린 호흡을 하면서 교감 신경계의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방출을 감소시키고, 부교감 신경계 활동을 촉진시켜 심박동 수 저하, 정서 안정, 환경 통제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BUT,

위에서 권장한 건강을 위한 코 호흡과 복식호흡은 매일 꾸준히 훈련하여 무의식적 호흡 시에도 그리 될 수 있는 바른 습관으로 길들여 가되, 명상수행 시에는 이 조차도 의도치 말고, 그냥 자연스레 오가는 호흡만을 지켜보도록 한다. 거듭 명상에서의 호흡은 의도적으로 행하는 것(Doer)이 아니라, 객관적 관찰자(Knower)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코호흡과 배호흡을 의도하다 보면 알아차림에 대한 주목에 장애가 되어 명상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호흡 관찰은 마음 챙김(mindfulness) 또는 알아차림(사띠; 념/)을 실천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손쉬운 방법이다. 어른의 경우, 하루에 약 2만 번의 숨을 쉰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 중 단 한 번이라도 숨을 쉬고 있음을 알아차린 적이 있을까? 하나의 숨이라도 주목해 본 적이 있던가?


분주한 일상으로 지치고 힘들 때나, 외롭고 우울할 때,

가버린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이나,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괴롭힐 때면,

잠시 멈추고,

크게 세 번 심호흡을 하며, 밖으로 나가 떠도는 내 마음을 안으로 불러들이자.

그리곤 자연히 드나드는 호흡을 가만히 지켜보자.


나를 괴롭히는 번뇌망상들은 가버린 과거이거나, 오지도 않은 막연한 미래를 헤매이는 허상 또는 망상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만이 실재(實在) 이다.


호흡은 매 순간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현재의 지표다. 과거나 미래의 호흡을 할 수는 없다, 생각일 뿐.

지금 현재에 존재하는 호흡은, 과거와 미래 또는 허상 속을 방황하는 내 마음을 현재로 되돌아가게 이끌어주는 닻줄이나 등대와 같다. 호흡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고, 나아가 매 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인식할 줄 아는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 무의식적인 반응과 행동으로 후회와 미련을 되풀이하는 대신, 알아차림을 통해 매 순간 주어진 현재에 충실한다면, 매 순간의 점들이 이어져 미래가 될 터이니, 두려워하거나, 막연히 기대할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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