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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태 Nov 10. 2023

명상 ABC

명상에 임하는 마음가짐

앞 장(기본자세 편)에서, 명상에 임하는 외면, 몸의 자세(조신/調身)와 호흡 보기(조식調息)에 대해 돌아보았다. 여기서는 내면, 마음가짐(조식/調心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호흡은 몸과 마음의 연결통로 역할을 하는 관계로, 몸의 자세에서는 물론 마음의 자세에서도 연결하여 설명된다.


필자는 명상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독자들이 쉽게 기억하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명상 ABC, 또는 3식[쉴 식(息), 숨 쉴 식(息), 알 식(識)]으로 소개해 왔다. 


Calm down.  <쉼/息> 멈춤과 비움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마음으로,

Breathe.  <숨/息>  (무엇을 하려거나, 판단하려고도 말고) 자연스레 드나드는 숨을 지켜보며,

Aware. <알아차림/識> 가버린 과거, 오지도 않은 미래나, 허상이 아닌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알아차리자!


역으로 설명하자면, 

허상에서 깨어나(Awaken) 실재하는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기(Aware) 위해,  

호흡을 지켜보며(Breathe),

열린 마음으로 멈추고 비우자(Calm down)는 것이다.



Aware, 알아차림 
하루에 몇 가지 생각과 몇 번의 호흡을 할까?


현재 미국 등 서구 명상의 대명사로 알려진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는 '사띠'라는 빨리어의 영어 번역이라 한다. 사띠는 한문으로는 념(念)에 해당한다. 현재를 뜻하는 '이제 금(今)'아래에 마음(心)이 놓여져 있다. 결국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본다, 챙긴다는 뜻이니, 알아차림을 의미한다. 결국 명상의 기본은 알아차림을 통한 마음챙김이다. 

알아차림은 과거나 미래의 환상/허상에 끌려들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게 잡아주는 닻과 같다.

알아차림이란, 지금 이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잘 지켜보는 수행이다. 무의식적, 습관적 반응 대신 멈추고 통찰을 통해 악업으로 연결됨을 예방하기 위한 첫 단계이다. 

감정이 이입된 주관적 입장에서는 시야를 좁게 만들어,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판사도 검사도 자신이 피고인 소송에서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다. 경기장을 뛰고 있는 프로 축구 선수보다도, 감독은 물론 축구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관중이나 시청자의 판단이 더 맞는 경우를 많이 본다. 거시적, 객관적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의 머릿속에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생각들에 관여하거나 개입하지 말고, 구경꾼의 자세로 그저 지켜만 보자는 것이다. 



Breath, 호흡 보기
“호흡은 몸(身)과 마음(心)을 하나로 연결시켜, 몸과 마음의 내면을 비추고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틱낫한>


호흡은 물체도, 형상도 아니나, 실재(實在) 임을 부정할 수 없는, 훌륭한 알아차림 대상으로, 현재의 확인점이기도 하다.(지금 살아 있음을 호흡을 통해 알아차림)

의도적인 호흡도 가능하지만, 살아 있는 한, 호흡은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일어나므로, 하는 호흡이 아니라, 객관적 관찰을 통해, 호흡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호흡은 몸의 상태에 대한 표현인 동시에 본질적으로 마음상태와도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는 몸과 마음의 연결통로이다.

이렇듯 마음의 동요를 호흡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고,  알아차려진 번뇌를 놓아두고 호흡으로 돌아옴을 통해 안정을 취할 수 있어, 호흡을 통해 밖으로 나간 마음을 다시 안으로 불러들여 고요히 머물게 하는 호흡관찰이 명상의 기본이 되고 있다.


Calm down, 평정심/방하착(放下着)
孰能濁以精之徐淸/숙능탁이정지서청 (노자, 도덕경 15장) 흐린 물을 그대로 두어 서서히 가라앉아 맑아지게 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 Let it be!


참된 명상이란, 통제를 포기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기 시작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스스로 탐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아디야 샨티-근본적인 평화>

방하착(放下着): 단순히 손을 내려놓으라(放下)는 의미를 넘어 베풀었다는 마음(着)마저 내려놓으라. 
방하착이란 저항, 판단, 집착을 내려놓는 3 무(無)를 의미한다.

마음의 본성은 고요/청정/행복: 일상에서의 번뇌 망상으로 흐려진 상태(無明/癡)로 인해 집착과 고통으로 이어진다. 내려놓음을 통해 번뇌/동요/불안을  가라앉히면, 본래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평정심이란, 결코 만들거나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염을 가라앉히고 소멸시켜 본래의 텅 빈 상태, 즉, 형상 지어지거나 오염, 왜곡 전의 비(非) 상태를 의미한다. 

알아차림 이후의 고요, 침묵을 통해 (과거) 집착/미련/후회, (미래에 대한) 욕심, 갈망, 기대를 내려놓고, 저항, 판단. 집착 없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통해서만, 본래의 모습(본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열린 마음을 위해서는 "자애(사랑, 연민, 친절)"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with Compassion). 이솝우화에서처럼, 길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 것은, 강한 폭풍이 아니라, 따스한 햇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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