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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용태
Nov 17. 2023
멈춤, 쉼 (Calm down)
멈추고(止) 바라본다(觀)
헐즉보리(歇卽菩提), 생각하기를 쉬면 곧 깨닫는다.
<그림출처> Henck van Bilsen, The Socks of Doom
오늘은 달리는 내내 머리가 무겁다.
어디로 어떻게 왔는지?
머리는 두고 몸만 나온 듯하다.
멈추고(止) 바라본다(觀).
잔잔한 개울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두루미가 자는 듯 멈추고 그저 내려다만 보고 있다.
잔잔한 수면에는 하늘인 듯 구름도, 바람도 비추인다.
다시 보니, 하도 맑아서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동서의 많은 노래들이 자연을 노래하며, 괴로움과 슬픔에 찌든 영혼들을 달래 왔다.
비틀스의 ‘Let it be’가 그랬고,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에서는 내
속에 든 너무 많은 나(생각)로 인해 당신 또는 새들로 표현된 내 마음(영혼)이 쉴 곳이 없다고 했던가...
노자의 도덕경에서도 자연에서 답을 찾았다.
하늘과 땅(천지/天地)은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천지임자연/天地任自然)고 했고, 무위자연(無爲自然),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다고 했던가...
잘하려고도 말고, 그저 내려놓고, 구름이나 물 가듯이 그저 지켜만 보노라면, 어느새 고요하고 평안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놀랍게도 그토록 풀리지 않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떠올랐던 그런 경험들이 생각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결코 서두름 없이 느긋하게 임하던 고수들 앞에서 허둥대며 동분서주하기만 하던 과거의 못난 내 모습도...
바빠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몸이 바빠서 지친 상태가 아니고,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동분서주해서 피곤해진 것이라던 어느 국민 의사의 말씀도...
투명한 유리병에 가득 찬 흙탕물을 다시 맑게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물었던 어느 스님의 말씀도 결국은 멈추고 그냥 내버려두라는 것이었음을...
강하면 부러진다.
용맹스러운 장군 위에 지혜로운 장수가 있고, 그 위에 덕장이 있단다.
자애로운 포용력이 더 큰 힘이 된다는...
먼저 화내는 자가 진다고 했던가?
노하지 말며, 잘하려고도 말고, 생각을 지우려고도 노력치 말고, 그저 잡생각이 떠오르면 단지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 무엇을 하려는 행위자 (Doer)가 아니라, 그 자를 그저 지켜만 보는 관찰자(Knower)의 입장에서 들여다보자.
참선의 고전, 참선요지의 글귀가 생각난다.
망상인 줄 알아차리면 이내 사라진다. (망기즉각 각망즉리/妄起卽覺 覺妄卽離)
인지 과학자들 가라사대, 생각의 화학적 수명은 90초. 내버려 두면 사라질 화에, 생각이란 기름을 계속 부어대니 스스로 만든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고...
멈춤 · STOP!
들숨, 날숨, 들숨, 날숨...
들어오는 숨을 따라 밖으로 나간 마음을 안으로 불러들인다.
내쉬는 숨을 따라 생각들도 하나 둘 흩어져 사라진다.
자연스레 드나드는 숨결이 느껴진다.
참 고요하다, 평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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