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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태 Dec 01. 2023

문제의 진원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많이 들어왔다.

나에 대해서는 일반 수행자뿐만 아니라, 의학계에서도 학설이 분분한 듯하다. 
 ‘나’라고 생각되는 마음은 내 몸의 어디에 있을까?
심장이 멎으면 ‘나’라는 생명은 존재치 않으니, 심장에 ‘나’로 대변되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뇌가 멈추면 어떤 생각도 의식도 멈추므로, 마음은 ‘두뇌’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논란은 일단 뒤로 두고, 인간사의 모든 분쟁이 발생하는 진원지가 어디인지를 돌아본다. 

놀랍고 단순하게도, ‘나’를 떠 올리는 순간, ‘나’와 그 나머지, 즉 ‘나’ 이외의 무리로 이분화된다. 이런 이분화로 인해 나와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고, 이를 지키려는 경쟁과 분쟁이 이어지고 결국은 고통받게 된다.


이래서  “나는 누구인가?”는 나의 존재를 찾기보단, 역설적으로 사성제(四聖諦), 즉 고집멸도(苦集滅道) 수행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되니, 

그 집착을 버리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그 집착은 ‘나’라는 분별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럼, “나는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ㆍ로마 철학자들은, 모든 존재는 지수화풍(흙地, 물水, 불火, 바람風)의 4대 요소로 이루어졌다고 하고, 여기에 에테르(에너지, 기氣)를 더한 5대 요소로 이루어졌다 하기도 했다. 성경에서도 “흙을 물과 섞어 모양을 잡은 후, 불로 굽고 마지막으로 숨을 불어넣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구절이 있기도 하니 4 요소 설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과학적으로도, 모든 존재의 화학적 특성을 유지한 최소단위는 원자이고, 원자는 원자핵(중성자와 양자로 구성)과 주위를 맴도는 전자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래서 결국은 에너지가 빠지면 너, 나 할 것 없이 한 줌도 안 되는 재, 먼지로 돌아간다던가. 


이런 죽고 태어남은 ‘나’라고 구분 짓는 몸속에서도 매 순간 수많은 세포들의  생멸이 반복되고 있기도 하고...


근데, 사실은 4대 요소 관점에서도 나를 이루는 4대 요소가 구분된 독립체로는 생존할 수 없음을..

몽뚱이라는 지(地)는 외부로부터의 음식(地), 물(水), 공기(風)의 공급을 필요로 하고, 냉난방과 옷 등을 통한 체온(火) 유지도 필요로 한다.
결국 외부의 4요소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함이다.
그래서 사람을 뜻하는 한자어 인은 서로 기댄 형상을 하고 있다.


결국 구분될 수 없는 4요소로 내가  이루어졌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4요소와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고, 생명이 다하면 결국 4요소로 분해되어 자연으로 회귀하여 윤회를 거듭한다. 이리 보면 연기에 따라, 서로 얽히고설켜 생멸을 반복하며 주고받는 상호의존적 관계이니 구분된 ‘나’라기보다는 불이(不二)가 맞는 듯하다. 


이리 보잘것없는, 결국은 스러질 나를 지키겠다고, 집착하다 보니 악업(惡業)만 반복하느라 힘만 든다.
고통이다.


바람 따라 떠돌다, 때에 따라, 곳에 따라 구름도 되고, 비도 되고, 강물 되어 바다로 흘러가는 물을 움켜잡아 보겠단다. 


무지(無知) 하니 용감하나, 고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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