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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욱의 카리스마 2부

국민학교 배경 성장기 단편소설

by 크리스

성욱의 카리스마 1부

https://brunch.co.kr/@yongtmk/52


그것은 마치,

신우빌라의 희곤이 형,

현대빌라의 장희처럼

같은 빌라에 또래가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혼자뿐인 녀석의 남양빌라 앞으로 네 명의 패거리가 찾아갔다.


——1부 끝


나는 구경꾼 즉 판정단 자격으로

앞으로 벌어질 매치에 참가를 했을 뿐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성욱은 두려움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적' 혹은 '이방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는 빌라도, 학년도 다르고 접점이라곤

외부세계에 해당되는 오락실과 문방구뿐이었다

언제나 주변에 있는 존재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

지구에서 함께 사는 외계인이랄까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네 명과 한 명의 싸움에

나까지 합세해

다섯 명과 한 명의 싸움은 싫은 거다


남양빌라앞에 죽을 치고 서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성욱이 나타났다

늘어져있던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바짝 조여졌다


내가 처음 한 행동은

나는 얘네 편 아니라고... 구경꾼이라고....


'머라는 거야?

그러든지 말든지'

성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매서운 눈으로 네 명 무리들을 한놈 한놈

느릿하게 시선을 돌려가며 노려보았다.


성욱은

큰 키도 아니고

체격조차 왜소하지만

그의 날 선 눈빛이 늘 문제였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을 하게 만드는

길게 찢어진 쌍꺼풀 없는 매서운 눈은

선배들이 보기엔 반항하는 눈빛이었고

후배들이 보기엔 삥 뜯는 형의 눈빛이었다


눈가 옆의 사마귀나 부르튼 입술 같은 건 크게 상관없었다.


진흥아파트의 회색 벽을 등지고 네 명의 아이들이

위성욱과 대치해있었다.


네 명의 등 뒤에는 진흥아파트가,

위성욱의 등 뒤에는 남양빌라가,

나는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을 관찰하고 있었다.


오후 4시.

학교가 끝나고 30분 정도 기다린 시간이다.

위성욱은 혼자였으나

네 명은 밀리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성욱의 카리스마 커버2psd.jpg


눈빛으로 걸어오는 성욱의 시비를

네 명의 아이들은 서로에게 미루고 있었다


조여드는 긴장감은

성욱의 한마디에 고조되었다


“어떤 세끼 먼저 덤빌래?”


공기를 찢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서운 눈빛을 도와

네 명의 입지를 압축시키는 것을 도왔다


원래대로라면 윤석이가 나서야 정상이다

우리 학년 대장이니까

다만 윤석의 든든한 형의 존재는

이미 시작된 싸움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오로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정말 뒷걸음질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에 4명은 계속 뒤로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세끼 먼저 덤빌래 라는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오히려 누가 대답해주길 바라는

모양새였다


무리 지어 다닐 때

자신이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만 무리에 주눅 들지 않는 상대를 만나면

4배로 커졌던 나는 반대로 1/4 만큼 쪼그라들어

혼자였으면 해결하는 것도 못하게 되어버린다


4명이나 모여서가 아니라

4명이나 모였기 때문에 서로 떠넘기느라

대답조차 못하고 얼어있다


“그럼 한꺼번에 덤벼 이 개세끼들아 “

성욱의 제안은 당당했으나

쪼그라들어있는 녀석들에겐 살벌한 것이었다,


딱 두 마디 했다.

옆에서 보는 나도 졸아있었고,

네 명은 고슴도치 형제들이 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사건의 중심인 정호가 몇 대 맞은 것에 대해

혼자 절치부심하여 복수의 칼을 간 뒤 1대 1 대결을 신청했다면

복수가 시시하게 막을 내리지 않았으리라



15분 뒤...



난 떨어지는 태양을 등지고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런 싸움도 일어나지 않았고,

성욱이 '병신들 한심하다'며

자존심을 뭉개는 언어들로 쏘아대는 내내

4명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내 성욱은 몸을 집 쪽으로 돌려 들어가는 등 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네 명을 보며

완벽하게 졸았다

라는 판정을 끝으로 싸움이 끝났다


그리고 석우형 사건 때보다 더 짧은 시간에

성욱을 두들겨 팼다는 이야기가 그날의 네 명 중에

무려 세명에게 연이어 들려왔다.


말하지 않은 한 명은 윤석이었다

윤석의 강단이 그 정도는 아니란 걸 나도 알기에

그의 상처를 알 수 있었고

특히 친구들에게 대장으로서 면이 서지 않는 것 포함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였다


그들의 언론플레이에

판정단으로 참여했던 나는 일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누가 말리겠는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너희들 졸았잖아?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플레이에 의해 제압당해버린 성욱이 여전히 무서운 존재라는 거다

최근엔 신게임이 입고되었다는 소식에

방문차 오락실에 들어가려다가 성욱이 있는 모습을 보고 못 들어간 적도 있었다.


오락실에선 선배들이 종종 절재력을 잃고

동생들을 폭행하는 일이 왕왕 일어났기 때문에

나도 몇 번 맞은 적이 있다


어느 날,

학교 앞 문방구에서 새로 입고된 ‘G.I 유격대 기지’ 물끄러미 감상하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집에 저거보다 더 큰 기지 있는데.”

뒤돌아보니 성욱이었다.

“우리 집에 백인대장(건담피규어) 실제 모형도 있어, 같이 갈래?”

걸걸한 목소리에는 친근함이 묻어있었다

난 그를 따라갔다.

백인대장이 궁금했다기보다 나도 모르게 내린 결정이었다

성욱 집은 이 방향이 아니었다. 뺑뻉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 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는 리더십 있게 당찬 발걸음엔 신이 나있었다.

한 번도 못 가본 문방구를 방문했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떡볶이집에서 처음 먹어보는 짜장 떡볶이를 먹고

돈을 내지 않고 몰래 튀었고

다시 오락실로..

그의 뒤를 별생각 없이 따라갔다.

그러다 보니 백인대장 피규어 실재 모형도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가지고 놀고 싶었던 건담피규어 중에서는 가장 인기 있다고

여겨지는 모델이었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보여주기만 한다는 약속은 점점 나에게 준다는 약속으로 변했고

선물에 대한 기대에 인내심을 갖고 그를 따라다녔다.

따라다니는 동안 그에 대한 무서움도 사라졌다


해가 질 즈음에서야 그의 집 남양 빌라에 도착했다.

항상 지나다니는 남양 빌라 앞이지만 내부까지 들어와 보긴 처음이었다

그 형은 3층에 살고 있었다

형은 지아이 유격대 기지는 사실 없고 백인대장은 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상관없었다

사실 조금은 실망했지만,

메인디쉬는 백인대장이었기 때문에

달라고 했고, 그는 백인대장을 집안 들어가 1분도 되지 않아 가져왔다.

실재 모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근사한 장난감이었다.

멋졌다.

그리고, 건담 비디오도 나에게 건네주었는데

불법 녹화 뜬 비디오였다


집으로 와서 틀어보니 1편부터 5편까지 녹화 떠놓은 나름 멋진 선물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선 다시 진흥아파트 녀석들의 성욱을 얼마나 팼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제 만난 형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이질감이 드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친구가 되기엔 너무 먼 성욱이 형


그 이후에도 형들을 통해 성욱의 하찮음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들려왔고

나와는 아주 먼 거리에서 손짓하고 있는 어떤 형이 준

건담 비디오가 우리 집 비디오서랍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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