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배경 성장기 단편소설
퍼-억
마른바람을 가르며 앙상한 뼈 주먹이
석우의 턱뼈를 강타했다
여름 저녁의 푸른 노을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지만,
진흥아파트 2동 놀이터에 모인 10 댓 명의
아이들의 흥분은 점점 고조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쓰러져있던 석우에 성큼성큼 다가서는
위성욱의 발걸음은 기세를 지배하고 있었고,
턱을 맞고 쓰러진 석우는 모래판 위에 자빠진 채
흔들리는 초점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일어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석우였다
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호하게 결심한
싸움의 결과는 석우의 예상을 강탈해버렸고
서 있기조차 버거운 석우는 마지막 힘을 다해
결단력있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빠르지도 않은 다리였다.
시야도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방향감각만큼은 어느 때보다 또렸했다
저 언덕만 넘으면 바로 집이다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위성욱은
록키 발보아처럼 두 팔을 치켜든 채 우쭐대며 ..
비틀거리는 석우의 뒤를 밟았다
구경하던 열댓명 아이들도 일제히 따라
싸움의 엔딩을 형해 쫓아가고 있었다.
진흥아파트 놀이터를 벗어나,
위성욱의 집인 남양 빌라를 지나 언덕 위로,
현대 슈퍼를 지나,
석우의 집인 골든빌라까지....
골든 빌라에 도착한 석우는 뒤따라온
위성욱과 구경꾼 열댓 명을 돌아보고는
마지막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
힘의 열세를 깨닫고 본능적으로 도망친 게
쪽팔렸고, 두려웠다.
동시에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까지
만감이 교차하고 있을 즈음
석우의 동생이 무리안에서 튀어나와
골든 빌라 3층까지 빠르게 뛰어올라가
초인종을 눌렀고 집안으로 들어갔으며
이내 석우 엄마가 화내는 소리가 들렸다.
성욱의 기세에 뒷걸음질 치던 석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3층까지 올라갔다.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엄마의 개입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 도망을 친 석우를 뒤로하고
위성욱의 아드레날린과 테스토스테론은
과다 분비되고 있었으며 급기야
포효를 해버렸다
더 패든, 덜 패든 위성욱의 승리였다
나머지 구경꾼들은 헷갈렸다.
판정단이나 다름없는 꼬마 구경꾼들의 머리속에는
‘병신 좁밥 위성욱?’
위성욱을 재조명할 필요성을 느꼈다
전혀 약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주일 뒤...
이미 석우와의 싸움의 전말이 또래들 사이에서 많이
전파되고 있었고
석우의 동생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의 와전시키려고 했으나 … 내용은 이렇다
석우가 그날 몸이 많이 안 좋았고
다음날 다시 싸워서 이겼다는 것인데..
그 말을 누가 믿을 진 모르겠지만
전혀 현실성없는 시나리오였다
여전히 의아했다.
그날의 매치는 과연 위성욱이 좁밥인가?라는
인식체계에 진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었다
석우가 다시 붙어 이겼다는 상상까지 갈
필요도 없이 성욱의 마지막 펀치는 파괴적이었다.
게다가 선빵을 날린 깡따구와 기세는
돌려보고 싶을 정도의 카리스마 였다 !
하지만, 그 일이 있은 뒤에도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에서 뉴스를 들은 동네형들의
반응은 싱거웠고 …
동네형들은 성욱이 얼마나 약한 존재이며,
간사하고 자신들이 부하처럼 굴릴 뿐 아니라
이상한 짓을 시켜도 대들지도 못한다는 거다
또 어떤 형의 이야기는
진짜 석우가 다음날 싸워서 이겼을리는 없겠지만
성욱이 운이 좋았을뿐이라는거다
자기한케 성욱이
얼마나 쉽게 제압당하는지 이야기하며 자만하고 있었다.
동생들 앞에서만 설칠 뿐이지 중학교에서는
쪽도 못쓰는 좁밥이라는 거다.
1년 차이일 뿐인데 중학교는 국민학교와는 완전 다른
무서운 세계라는 사실에 더욱 내년이 두려워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입을 통한 이야기와 실재 상황과의
괴리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내가 봐오던 성욱은 거칠었고 깡다구가 좋았으며
쌍커플없는 메서운 눈빛이나 피부의 상처
걸걸한 말투 등에서 건달스러운 에너지가 전달되었고
그날 놀이터에서 석우의 비참한 모습은 결코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으며
고로 성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주변 형들의 이야기만으로는 완전히 휘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묘사하는 부류들이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기도 하면서
확정은 점점 미루어져 갔다
어쨌든 내가 사는 그랜드 빌라엔
상목이 형도 있고, 용태형도 있고,
그들이 반드시? 성욱보다는 위라는 사실이..
성욱이 나를 괴롭히거나 삥 뜯지 못할 거란
안전장치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꽤나 자주 마주치는 동선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락실과 문방구가 그러했다
그리고 다시 1주일이 흘렀다...
싸움 당일날 나와 함께 성욱의 승리를 목격한
또래들 중에는 진흥아파트 패거리 4명도 포함되어있었다
내 나이 또래에서는 싸움실력으로 최강자 부류였다
윤석, 재홍, 정호, 윤영
멤버 중에 정호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데
성욱에게 비참한 꼴을 당했다는 거다
진흥아파트에서 불과 1분 거리에 성욱이
사는 빌라가 있었고
똑같은 길 위로 쭉 더 가면 석우가 사는
골든빌라가 나오고 쫌 더 가면 내가 사는
그랜드 빌라가 나온다.
그 길 위에서 성욱이 정호를 오라고 해서 쪽을 준거다
정호는 싸워서 이길 수 있었지만
학원이 늦어서 일단 후퇴했는데, 억울함이 복받쳐
대결을 신청했다고 한다.
난 정호가 한 다리 위인 성욱과위 대결을 의심했다.
아니 정호가 대단해 보였다.
형을 상대로 그것도 위성욱을 상대로 싸울 상상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호가 성욱에게 그날의 복수를 하기로 했고...
대결 당일이 다가왔다.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정호포함 4명과 함께였다.
우리 또래 대장인 윤석과 그 밑으로 윤영, 재홍, 정호
이렇게 네 명이서...
그리고 그랜드 빌라에 사는 나까지 포함 다섯 명이
성욱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다른 동네로 분류되기 때문에
패거리로는 인정이 안되기에 또래일 뿐
싸움에 연루된 건 4명이라고 보는 게 맞다.
나는 구경을 위해 따라갔다
남양 빌라.
성욱이 사는 곳이다.
내가 사는 그랜드 빌라에는
성욱과 같은 나이인 용태형, 상목이 형,
더 나이 많은 상혁이 형
그리고 나보다 동생들인 상규, 영규, 준호가 살고 있었다
같은 동네면 한 그룹으로 엮이는게 당연한 시스템이다.
그랜드 빌라에는 내 또래가 많지 않은 반면
진흥아파트는 동네에서 가깝고 또래들이 많았기에
자주 어울리곤 했었지만
종종 이방인 취급을 받았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윤석, 정호, 재홍이, 윤영이 네명은 늘 함께 다녔다.
축구화를 살때도 함께가서 똑같은걸로 사고
비비탄총을 살때도 한명은 레밍턴을 사고 각자
우지, 엠16, 콜트를 산다던가 그런식으로 팀플레이가
좋은 무리들이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아까 대장이라고 언급한
윤석이네 형인데 윤석이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고등학생인 데다가 잘 나가기 때문에
윤석이 대장으로 행세하는데 든든한 배경이 되고있었다.
그 외에
골든빌라에는 석우, 석환, 허영 등이 있다.
헌데
남양 빌라에는 성욱 혼자였다.
또래도 동생도 형도 없이 무리는 성욱 혼자였다.
그것은 마치,
신우빌라의 희곤형,
현대빌라의 장희처럼
같은 빌라의 무리가 없는 현실인 거다.
어쨌거나
혼자 뿐인 녀석의 남양 빌라 앞으로 네 명의 패거리와 내가 찾아갔다.
-----2 부에서 계속
성욱의 카리스마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