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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마지막 밤 2부

단편소설

by 크리스

7명의 중국인 여자사람 중에

한 명이 유독 눈에 띄었다

어색한 중국식 영어를 구사하는데

말도 많았고 영어를 쓰는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었다


자기 옆에 있는 여자사람을

고르라는데 산만했다


그래서 난

중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활발한 여자사람을..지목했다

주변 여자사람들보다

나이도 많아보였고

설치는 것으로 재밌었다


마담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마담도 나의 장난기가 발동한 것을 알고

몇 번씩이나 중국식 영어로 자기 말고

옆에 사람을 고르라고 했지만

마담을 선택했다


청개구리


물론 잭도 맘에 드는 여자사람을 골랐고

그렇게 네명이서 낡은 소파에 앉게되었다


이런 상황에선 무릇

대화가 시작되어야하는데…

여자사람들은 영어를 못하고

남자사람들은 중국어를 못하니

하는 수 없이

만국 공용어 바디랭귀지로 소통을…


마담은 자기 뜻대로 되지않은 것에 대해

분개한 상태였다


마담


'나의 있을 곳은 홀이지 룸이 아냐'

라고 생각했을까 ?


도도함이라기 보다,

질긴 고기같은 성격이 느껴져서

이내 이사람을 뽑은 것을 후회했다


가장 이상했던 건 마담은

스스로 웨이터를 불러 버번을 시키는데

비정상적인 스피드다 !

원샷해버리고

한잔 더 가져오란다


수작을 부리는 건가 ?

술값은 우리가 낸다 쳐도

저건 너무 도둑놈 스럽지 않은가?


대화는 없고 버번은 계속 마셔대고

저 버번의 가격은 모르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게 당연했다


나는 맥주 하나

잭은 맥주하나

잭의 여자사람도 버번 한잔

그리고 맥주를 다 마신 잭도

버번을 주문하려고 하는 순간


수상함을 감지한 나는

잭에게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


처음엔 잭이 못 알아들어서

설명 좀 하려는 그 와중에도

마담으로 추정되는 여자는

'감당할 수있으려나?' 라는 표정으로

새로운 버번을 시켰고

마담의 얼굴은 연이은 원샷으로

알콜램프로 변해가고 있었다


알콜램프로 변한 얼굴과

중국식 영어의 조합


전율이 안 느껴지면 이상한거다


다급해진 나는 잭에게

"우리 여기서 빨리 나가야된다 "

("Yo we gotta get outta here we are fucked")


잭은 나와 입장이 달랐다

녀석은 나름 즐기고있었던 것이다

능동적인 바디랭귀지로

미중간 소통의 돌파구를 찾아낸 잭은

느닷없는 한국의 개입에

맘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둥글둥글한 성격의 소유자인

잭은 쿨했다


"ok lets go"


잭이 일어서서 계산하겠다고,

빌지를 달라고 마담에게 말했고

마담이 나가서 빌지를 가져왔는데..

글쎄 가격이...


영수증에는

대륙의 사기적인

숫자가 적혀있었다


약 100만원


들어온지 30분

둘이 맥주 한잔씩 먹었다


바가지도 이런

공산주의 바가지가 없다


넉넉히 2-3 만원 쓰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100만원 ?


본토에 사는 인민들의 체감시세로 치면

500만원도 더 할 거다


마담의 중국식 사기행각에 화가나서

항의를 했다

“우린 맥주 2병 마셨고

니가 다 마셨잖아?”


익숙한 상황 예상했던 반응이 었나보다

천안문 광장의 보초스러운 표정으로

1초 정도 바라보더니

휘 돌아 밖으로 나가버렸고

20초 뒤에 돌아왔다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우리에게 남은 옵션은

선지불 후귀가 외엔

달리 방법이 없음을...

알게해주었다


대륙적으로 흉폭한 관상을 지닌

남자가 등장했다


적갈색 피부에 거대한 배 벌어진 떡대

나이는 힘이 셀거 같은 나이며

얼굴에 흉터인지

수천개의 여드름을 짠 자국인지 ...


곰보


를 실재로 보긴 처음이었다


곰보빵의 곰보란 단어가 사람 얼굴에 붙었을땐

전혀 소보루 스럽지 않더라


원나라스럽게 올라간 눈꼬리와

흉노스러운 체형으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워크래프트가 오크가 UHD 화면을 박차고

현실세계로 나온 사람 같았다


사람 외모만 보고 쫄아보긴 처음이었다


이미지와는 달리 영어를 구사했지만

무서움이 줄어드는데 도움이 되진 않았다


중저음의 차분한 템포의 영어는

귀에 쏙쏙 들어왔다


나의 목숨과 연결된

토익리스닝에서

문장간 단어의 연결은 메끄러웠고

빠짐없이 뇌에 새겨졌다


버번 값이 잔당 10만원

우리가 마신 8잔

버번값 토탈 80만원


여자사람의 서비스 가격 10만원

맥주는 개당 4천원

맥주 2병은 서비스

결론 100만원


버번이란 술도 이때 처음 알았다

저 여자가 먹은 술이 버번이구나

그러든지 말든지


맥주 2병은 서비스 ?

지금이 장난질이나 할 때인가?


“우리가 마신건 맥주 2병이 전부야 “


“여자사람 서비스? 쟤들이 뭘 해줬는데 ?”


“우린 버번에 입도 안댔는데

80만원을 내라고 ? 이 사기꾼아”


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여기선 오크의 입에서 나온 말이

법이었고 하라는대로 하는게 편할 것같다


우린 상식이 사라진 공간에 있었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거였다



가진 돈 전부를 꺼내놯다

30만원정도…

택도 없었다


갑자기

여자 둘이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오사마 빈라덴을 수색하는

JFK공항 직원 마냥 야무지게

몸을 구석구석 훑었다


살결이 얼얼할 정도로 성실했으며

팬티 속까지 손을 넣더니

신발 속까지 탈탈 털어서

온 몸에 지닌 현금을 다 털어냈다


급작스러운 바디랭귀지에

잭도 나도 문화충격을 받은 와중에


내 양말 속에서

20만원 가량의 돈이 나왔다


테러에 실패한

빈라덴의 쪽팔린 마음으로

50만원이 모였다


돈은 여잔히 부족했고

우리에게 필요한건

50만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


맥주한잔 값으론 큰 돈이나

목숨과 비교하면 작은 돈일 것이다


난 곰보 형님께 조심스럽게 네고를 시도했다


솔직히 우리는 버번가격이 그렇게 비싼 지 몰랐으며

지금도 적지 않은 금액이니

너그럽게 보내달라고


무서운 표정과 냉정한 목소리로


“노---”


얄짤이 없었다


그 와중에 테이블 위에 잭의 지갑 속에

튀어나온 신용카드 모서리가 보였다


잭에게 눈짓을 했고

잭은 돈을 뽑아오겠다고 곰보에게 물어봤다

곰보는 대답도 없이 밖으로 나갔고


문 틈으로 로비를 바라보니

삼십명 가량의 젋은 남자들이 어느새 자리잡고있었다

모두 검은 티셔츠에 옆머리는 밀고 윗머리는 세운 스타일을

하고있는 걸로 보아 깡패들이 틀림없었다


검정색 티셔츠를 입은 세명의 젊은이가 곰보의 명령에

잭을 불러서 데리고 나갔다


나 혼자와 마담과 또 한명의 여자사람

이렇게 세명이 앉아있는데

감시당하는 기분이 영 공포스러웠다


중국 ATM에서도 돈이 뽑힐까 ?

만약 돈은 못낸다면 우린 영화 벤허에서 처럼 노예선을

타게 되는건 아닐까 ?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여러가지 상황을 궁리해보았고

도망갈 궁리도 해보았다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고 나서

빠른 발로 잡히지 않고 지상까지 탈출할 수있을까 ?

'내가 탈출에 성공한다해도 잭은 어떻게 되는걸까?'

일단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마담에게 물어봤다

어느새 마담을 대하는 태도가 퍽 공손해져있었다

마담은 밖에있는 곰보에게 물어봤고 다녀오라는 사인을 했다


화장실은 밖으로 나와 오른쪽 코너를 돌자 나타났다

(문도 없다)


떨리는 마음 반영한 오줌이

불규칙적으로 소변기의 흰 벽에 힘없이 부딪혔다

'잭 세끼...'


사지가 잘려 북경의 지하철 입구에서 구걸을 하게되더라도

벤허에서 처럼 눈이 불로 지져져서 노예선을 타더라도..

지하감옥에서 거대한 물래를 돌리게 되더라도


일단 도망은 시도하지말자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깐 보니

로비에 앉아있는 몇명은 연장같은 것을 들고있는 거

같았고 더욱 도망을 단념시켜주었다


단념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고

곧 잭이 돌아왔다

난 잭과 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정말 방가웠다

같은 포로의 처지를 처음 경험해본 사람들로서..


잭은 나머지 돈을 뽑아왔다

곰보 형님은 테이블 위의 돈과

잭이 뽑아다준 돈을 합쳐서 세어보더니,

아직 분간도 되지않는 적은 금액의 지폐와 동전을

대충 테이블 위에 던지더니

가장 스윗한 멘트를 날렸다

”꺼져”

("Fuck off")

그 한마디에 우리는 자유를 찾았고

곰보 형님이 던져준 몇백원 어치에 해당하는 돈을

예수의 발을 닦아주는 막달라마리아 처럼 주워담고

그 곳에서 꺼졌다


꺼지면서 보았다

다른 방에도 손님들이 있었고 흥겨워하며 들이키는 버번잔과

테이블 위에 버번을 마신 수많은 흔적을..


그들은 철근이 노출된 콘크리트 노래방에서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낼 것이고

마담이 아니었다면 100만원에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오자 어두웠고 누가 쫒아올까봐 큰 길을 향해 무작정 뛰었다

우린 학교 학생무리가 있는 그 곳을 향해 택시를 잡아탔다




북경에서 마지막 밤 1부 _아래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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