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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마지막 밤 1부

단편소설

by 크리스

삼합회와 조우



내 멋대로 삼합회라고 그들을 칭한다

진짜 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들은 삼합회의 일원들이라고 생각한다



내 삶에 있어서 중국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그 세상은 내가 진짜로 죽어서 도달할지도 모를 세상이다



시카고 유학생활을 한지도 3년 차

한국에선 3학년이라 하고,

미국에선 주니어라고 한다

주니어는 3학년 시니어는 4학년

모두 같은 뜻이다


쨌든

주니어를 앞둔 여름방학 때

필드트립으로 (학습차 가는 여행 ) 간 중국

동행한 인원은 교수님 3분 포함 35명


미국인에서 나고자란

한국인 남자애 1명과 중국인 여자애 1명도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검은 머리 미국인들로

나빼고는 다 미국인들이었다


첫 번째 방문한 도시는 북경이었다

공기가 무척이나 더러웠던 기억 외에 천안문이 낯 이익 었다

뉴스에서 중국 보도 나올 때 가장 먼저 보여주는 그곳!!!


3일 동안 힘든 북경에서의 일정을 소화해내고,

자금성, 천안문 광장을 디카에 잘 담아두고

내일이면 난징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언제 또 북경에 올지 모르는데

이대로 지나치기는 너무나 젊었고

모든 친구들이 다 함께 번화가에서 놀자고 했지만

막상 힘든 일정으로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다들 뻣어버리고

나와 나의 절친이 된 잭 만 살아있던 것


결국 잭과 나만

북경에서의 마지막 밤을 불태우기로 했다


잭이란 백인 친구의 인상착의는 대충 이러하다

검정색 락앤롤 밴드의 티셔츠를 입었고

아래 입술에 피어싱을

전형적인 금발에 옆머리는 하얗게 밀고

나머지 머리는 젤을 발라 삐죽삐죽 서 있었다

팔에는 쇠구슬이 박힌 검은 가죽 팔찌를

다리에는 크고 투박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다 175cm 정도에

어깨 넓고 배 나온 느낌?

그런 맥주 좋아하게 생긴 백인이다


사는데 큰 고민거리 없고

대화 주제는 마리화나와 음악, 여자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없는

전형적인 중산층 미국인 가족의

철없는 20대 아들 느낌이다


어쨌든 할아버지는 6.25참전 용사로

공군이셨는데 네이팜 폭탄을 투척했던

이야기를 해줬는데

왜 남의 땅에 폭탄을 그리 많이 떨궜는지

따지고 싶었다


뭐 여튼 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발판 삼아

매우 친해졌다


겉보기에 진중함과 거리가 먼 친구인데

나 역시 누가 봐도

진중한 태도로 사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 거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와 잭은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고 무작정 말했다

"렛츠 고 투 다운타운..."

중국인 기사님이 알아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다운타운스러운 곳에 우린 도착했고

그 당시 중국 위안은 달러를 쓰는 입장에서

뭐든지 싸게 느껴질 정도의 환율이었다

가격에 대한 스트래스가 거의 없었다

뭐든지 예상보다 싼 그런 시절이었다


번화가에 도착하자 길거리에서 파는

짝퉁으로 추정되는 칼라 담배, 소브라니를

한 대씩 물고 한 모금 빨자 기분이 좋아졌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우리 세상인 냥 돌아다니며

어디든 들어가서 맥주나 한잔 하려는데

어딜 들어가야 하는 지 결정을 할 수없었다

그 와중에

길거리에서 삐끼들이 엄청 들러붙었다


삐끼 놈들의 숫자는 대한민국 번화가와 비교했을때

차원이 다른 숫자였다

물 반 삐끼 반인 듯했다


어디라도 들어가야 했으니

비위를 잘 맞춰줄 것 같은

삐끼 한명을 따라가기로 했다


삐끼 녀석은 한 팀 건졌다며 신난 얼굴로

우리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 우릴 끌고 가는데

한편으로는 흥겨워하는 녀석이 애처로워 보였다

환율 낮은 중국의 음지에서

적은 수익에 행복해하는 모습이랄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팁이라도 두둑이 …줘야지

라는 생각을 할 즈음

파라다이스에 점점 더 가까워 지고 있는 듯했다


휴우(한 숨)


우리가 향하는 곳이 파라다이스가 아닌

지하감옥이라는 사실을 감히 상상하지 못 했다


얼마를 따라갔을까,

골목길에서 빠져나오자 큰 도로가 나왔고,

갑자기 택시를 잡더니 우리 보고 타라고 한다

뭔가 이상했지만, 끌려가던 관성에 이끌려 그냥 탔다


거기에서 의심을 했었야 했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우린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사실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 긴 했었다

산통 깨고 싶지도 않았고,

최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택시는 어딘가에 도착했고 우린 내렸다


구역 자체가 전반적으로 매우 어두웠고

북경의 어느 공사판 중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너무 어두워서 주변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다

한적한 그곳엔 매우 허름한 빌딩이 있었고,

매우 깜깜한 시간이었던지라,

허름한 빌딩에서 발산하는 누런 빛이

주변의 적막 속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다


허름한 빌딩의 지하로 우리를 안내했고

처음 보는 느낌이라 설명라기 힘든데

망하기 직전의 시골 노래방 같은 느낌이랄까?

거대한 라운지와 수많은 방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한국의 유흥업소에는

기본적으로 인테리어라는 것이 되어있는데

이곳은 노출 콘크리트, 컨셉이 아니라

진짜 낙후된 빌딩에 철근이 부산하게 삐져나와있었고,

벗겨진 흰색 페인트 위로 덧칠 한 페인트 마저 벗겨져있어

벽이 갈라져있거나 울퉁 불퉁했다


그때라도 이상함을 발견하고 정신 차렸다면

탈출할 수 있었을까?

우린 그럴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방으로 보내졌다

방 안은 털면 가루가 날릴거 같은 회색 벽에

누추한 소파가 디긋자로 배치되어있었고

중앙에 80년대에나 존재했던 배불뚝이 티브이를

엉성한 다이가 힘겹게 떠받들고 있었다

노래방 기기나 마이크도 없었고,

화질이 너무 별로인 티브이에서

비슷한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무한반복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와 잭은 앉자마자 맥주 각 1병씯 시켰는데

맥주보다 먼저 여자 사람 7명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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