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나의 존재감

가족 단편소설

by 크리스

-유학편-


누나란 존재


밖에서만 웃는 여자가 있다

생글생글 잘웃는다

그녀의 미소는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어디서도 나쁜 소리를 듣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그녀의 별명은 천사다

아주 오래전 부터 가진 별명이다

때론 바보 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보다 남의 감정을 챙길 줄 아는

환하게 웃는 천사


그런 여자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된다


밖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집안에서의 행동이 완전 정반대인 것


그녀는 현재 유학중이다

미국이란 땅덩어리에서 시카고라는 도시에서

하나뿐인 남동생과 함께 살고있다


그녀는 남동생의 컴퓨터를 쓰고 있었다

다운받아놓은 영화를 보려는 참이다

과자를 먹으며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한 채로

USB 포트에다가 외장하드를 꼽으려고

컴퓨터 옆구리를 열심히 뒤적거렸다

USB 포트가 제대로 맞지 않았는데

억지로 쑤셔넣다보니 포트 하나가 망가져버렸다

'어? 고장났네 ?'

그러든지 말든지..

그녀는 별 생각없이 나머지 포트에 꼽았다


밖에있던 남동생은 집에 들어와서

포트가 부서진 걸 보고 의아해한다

‘이게 왜 망가졌지 ?’

사실 이유를 알고있다

뻔한 이유이긴 한데,

'저 미친년이랑 엮여봐야 좋을 거 없으니...'

알고도 그냥 넘어간다


그녀는 밖에서는 천사

안에서는 미친년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몇일 후...

컴퓨터의 USB포트 3개중 2개가

부서져있는게 아닌가 -!

남동생은 매우 황당했지만

그래도 화가난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몇일 후

USB 포트가 세개다 부서져있을때

남동생은 화가 났다

남동생 “누나 포트 이거 고장내면 어떻해?!

남의 물건 쓸때는 조심히 써야지

이렇게 만들면 어떻해 !”


그녀는 우기기 시작했다

그녀 “내가? 니가 봤어? 봤냐고?”


남동생 ”보긴 뭘봐 안봐도 뻔하지..

아 왜.. 남의 물건을 함부로 쓰냐고 !

작업 다 이걸로 해야되는데 ! “


그녀는 갑자기 얼굴이 변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우라늄이

핵 폭발을 하고 만 것이다


남동생이 갖고 있던 컴퓨터를 빼았아

번쩍 들어올렸다

(아참, 그 컴퓨터는 노트북컴퓨터 였다)

그 안에는 디자인 전공이었던 남동생의

작업물들의 파일이

들어있는 컴퓨터 였다


남동생

"당장 내려놔.."

"누나... 내려놔"

"진심이야 내려놔 제발"

불쌍한 표정의 남동생은 자비를 구걸했다

내가 잘못했어

(던지고도 남을 인간이기에)


그녀

"...." (잠깐 생각하는가 싶더니)



노트북 컴퓨터를 바닥에 내리 꽂아버렸고

남동생의 눈에는 바닥에 부딪히고

튕겨올라오는 컴퓨터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컴퓨터는 박살났다


'씩씩'

식은 분노의 열기가

그녀의 입과 코를 통해 수증기가 되어

빠져나가고 있었다


남동생은 박살이 난 노트북 앞에 얼어붙었고

입이 붙질 않았다

남동생 "내 작업들..."


누나에 대한 질책은 컴퓨터가 부서지는 결과로 이어졌고

컴퓨터가 부서지는 공포는 누나에 대한 분노로 변했다

분노는 급기야 폭력으로 이어졌다


남동생 "이 미친련아 !!!"


짝-


자신도 모르게 누나의 뺨을 때렸다


누나의 뺨과 동생의 손바닥 사이의

마찰음이 메아리가 되어 허공을 갈랐고

1 분간 정적이 흘렀다



**

그 다음 장면은

남동생은 경찰 앞에서 진술을 하고있다


누나가 동생을 신고한 것이다 !

그것도 미국에서 시카코PD 가

남매의 집으로 들이닥쳤고

방안에서 남동생은 고개를 떨군채

심문에 응하고있었다


신고자 인 누나는

토라진 표정으로 거실 한켠에 서서

심문 당하는 동생쪽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를 때렸냐?” 라는 경찰의 질문에

‘어떻게든 설득해야만 한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남동생은 차분하게 자신을 변호했다


“나쁜 의도는 정말 없었고 민 정도였다

정말 나쁜 의도는 없었다”


그러자

갑자기 방문이 열고 그녀가 들어오더니

“He is Lying -!!!!”

("그는 거짓말을 하고있어 !!!")


그녀가 외쳤고,

그 말이 남동생의 귀에서 메아리 쳤다

(X됐다…)

남동생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경찰들이 보기에

정황 상 중범죄를 일으켰다고 보기 힘들었고

그렇다고 남동생을 도와줄 수도 없었다


경찰 " 신고가 들어와서 데리고 가긴 해야할 거같다

별일이 없을거다 "


수갑에 채워 경찰에 이끌려 집밖을 나가는데

장을 보고 돌아오는 학교 동생들과 마주쳤다


정환 "형 ~ 무슨일이에요?"

기영 "오빠 .. 먼일 있어요?"


남동생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동생들을 만난게

너무 신경이 쓰였다

‘나를 머라고 생각할까…ㅜㅜ’


남동생 “나, 나중에 설명해줄께..그럼 이따봐.”


***


유치장은 추웠다

들어올때 휴지를 네바퀴 감은 정도를 받았는데,

똥마려워서 똥싸려고 감방 변기를 가자

너무 더러워서 주변부를 닦는데만

다 써버려서 결국 못쌌다


들어갈때 쓰레기 같은 샌드위치를 나눠 줘서,

다이어트도 할 겸 한개만 짚었는데

너무 배고파서 힘들었던 남동생이었다

그렇게 비참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누나와 법정에서 만나게 된다


법정에 선 남동생은 그저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쳐다봐선 안된다고 한다

변호사는 그녀가 말을 잘해줄거라며,

용서할 뜻이 있다고 들은 바를 전달했고,

남동생은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보이진 않지만 그곳에 누나도 있었고

목소리가 들렸다


판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피고를 계속해서 집행할 의사가 있습니까 ? ”


(이 상황에선 '노' 라고 대답해야

남동생의 구속이 끝나는 것이다)


남동생은 속으로

'노..'

'노..'

'빨리 노 라고 말해..'


그녀의 영어실력은 매우 서툴렀다

그리고 짧고 명료하게 대답했다


“예스”


남동생은 다시 유치장 속으로 끌려들어갔고,

속으로 누나를 원망했다

‘아휴... 저 멍청이 -!!’


다시 유치장 신세를 진 남동생은

변호사와 피해자의 면담 끝에 오해가 풀렸고,

그러기 까지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5시간이나 더 유치장 신세를 졌다


남동생은 유치장에서 풀려나서

돌아가는 길에서 누나에게 물었다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예스라고 한거냐고,

그러자 그녀는

용서해줄꺼냐고 물어본 줄알았다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북경에서 마지막 밤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