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단편소설
여자 친구와 데이트하고 온 Y는 차려입고 있었다
쥐색 빳빳한 차이나 칼라 정장 차림의 Y
앞으로 일어날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당구장 건물 앞에 도착한 Y를 보자 H는 울 뻔했다
Y 가 구해줄 거 같다기보다
이젠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친구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등장한 Y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있었다
H는 차근차근 Y 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선배들이 무척 화가 나 있고 너를 따로 부른거니 조심하라고..
그리고는 S 라는 선배가 Y 만 놀이터로
보내라고 했으니 가보라고 말하며
건투를 비는 표정을 짓는 H 였다
' 별 일 있겠어? '
Y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 더욱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놀이터로 뚜벅뚜벅 걸어갔고
또각또각
또각또각
놀이터에 도착하자 구두소리가 멈췄다
놀이터엔 총 9명의 시커먼 사내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Y 가 도착하자 사내들은 욕설을 뱉어내며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 새끼 야구 잠바 입고 다니는 거 죽여버리고 싶어"
"2학년들 뭘 믿고 깝죽거리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
대장격인 A 가 결정적 한마디를 했다
“오늘 좀 맞자 “
준비해놓은 흰 티 건대며 입으라고 했다
때린다고 해놓고 흰 티를 준비 놓은 무리들의
마인드가 헐렁하다고 느낀 Y 였다
'이게 뭔 짓거린지.. 참'
어쨌든 Y는 흰 티를 정장 위로 입으며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궁리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진 않았다
그렇다고 덤볐다가 다구리 당할 명분만 주는 꼴이었다
뿔테를 쓰고 있는 S가 먼저 다가왔다
"내가 이날을 좀 기다렸다"
욕을 섞은 몇 마디로 분위기를 잡더니
손바닥이 Y의 뺨에 접촉하는 순간
"짝 -! "
'이게 뭐지?'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위-잉'
귀에 이상함을 느낀 Y 였다
S의 손바닥이 한방 더 날아오려는 순간
S를 밀어낸 Y 는 승질이 났다
Y “잠깐-! 아이 씨발..."
Y 가 소리쳤고 S 가 움찔하며 멈췄다
Y "고막이 터진 거 같은데...요?”
Y가 고막이 터졌다는 말이 떨어지자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선도부 녀석이 대장격인 A에게 다가가 물었다
"야 이거 어쩌지..?"
A는 별 표정 변화 없이 Y에게 다가와 말했다
"코 막고 숨 불어넣어봐.."
Y 가 코를 막고 숨을 불어넣었고
귀에서 바람소리 새는 소리가 들렸다
A “고막 터진 거 맞다...”
순간 9명의 검은 깡패들은
순진한 고등학생들이 되어 얼어버렸다
그 순간부터 8명의 친구들과 S 사이에 뚜렷한 선이 생겼고
가해자 S는 이 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 몰렸다
친구라고 모여있던 놈들은 행여 자신에게 피해갈까 두려웠다
'모든 책임은 S 감당해야 마땅하다'
모두가 A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가
A는 이미 진단을 내렸다
"이건 니가 떙값 보상해줘야돼"
S 의 어깨를 두드리며 건투를 빌어준 A 는 자리를 떴고
나머지도 하나 둘 자리를 떴다
어느새 놀이터엔 Y와 S 둘만 남게 되었다
피해자인 Y 조차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왜 맞은건지도 모르겠지만
앞에 있는 무리들이 이렇게 빨리 해체된 이유도
황당했다
죽일듯 달려들더니 고막하나 터뜨렸다고
출행랑이라니..
S는 암울한 목소리로 내일 치료비 받으러
3학년 3반으로 오라고 한 뒤 그 마저 자리를 피했다
혼자 남은 Y는 H에게 전화 걸어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알렸고
친구얼굴보고 갈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집으로 갔다
데이트로 좋았던 기분을 망친 채 ...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이 늦은 시간에 이런 옷차림으로 집에 갔을때
엄마가 머라고 할지..
엄마의 짜증내는 소리가 귓가에 멤돌았다
다음날, 등교하자마자 Y는 치료비를 받으러 3학년 3반으로 가서
교실 문 앞에서 S의 얼굴을 열심히 찾았다
잘 찾아지지가 않아서
선배들을 잡고 계속 물어봤다
"이름이 S 인데 교실에 있으면 불러주시겠어요?"
결국 뿔테 낀 자그만 녀석이 나왔다
S 였다
Y는 맞은 날 너무 어두워서 같은 사람인지 못알아보았으나
녀석이 뿔테를 벗자 S 녀석이 맞았다
‘어제 날 때린 그 세끼 맞네’
Y는 손을 내밀었다
"치료비 주세요'
S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일단 이것부터 받으라며 지폐 몇 장을 건네었는데
3000원이었다
'장난치는건가?'
남은 돈은 내일 더 주겠다는 말에 기분이 더 더러웠다
'계속 구걸이나 하러 오라는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또 볼일은 없을 예정이었다
꼬깃꼬깃 3000원을 주물럭 거리며
Y는 교무실로 향했다
인상도 더럽지만 스스로 정의를 명분으로 구타할 명분을 찾는
체육 선생 P를 찾아가서 고기를 던져주었다
Y는 고막 터진 사건과 어제 있었던 폭력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약 30 분 뒤에
3학년 3반은 뒤집어졌다
P는 하키 스틱을 들고 바로 3학년 3반으로 쳐들어갔다
Y를 비롯한 6 명이 죄인처럼 교무실로 우르르 끌려내려 왔다
검은 깡패 무리는 총9명이었으나 나머지 3명은 타학교 학생이었고
독서실에서 만나 친해져 무리가 된 것이었다
고발자 Y도 교무실 한편에서 범죄자 무리들이
들어오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막이 터졌을 때부터 불안감을 느낀 사람은 선도부였다
공부도 잘했고, 집안도 좋으며 , 큰 문제없이 모범생이었던 선도부의
농구코트에서의 오기로 시작된 이 사건 때문에
수능을 몇 달 앞두고
독서실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타이타닉처럼 침몰해 가려하고 있었다
선도부는 곁눈질로 Y를 쳐다보았으며
Y 도 선도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손댄 녀석은 S 녀석뿐인데... 왜 나까지'
털끝하나 건드린 적도 없는 멤버들을 억울했다
그날 오후, 학교폭력에 가담했던 학부모가 모두 모였고
Y의 어머니도 등장했다
수능을 앞 둔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고 통곡하기 시작했고
Y의 어머니는 징계를 줄 마음이 전혀없었다
"내 자식을 제일 잘아는 부모로서.."
쿨하게 용서를 해 준 Y의 어머니와는 달리
체육선생 P는 징계를 운운하며
고3들의 마음에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지 않았다
며칠간 체육선생 P 와 가해자 엄마들 사이에 논의가 오고 갔고
어떤 '딜'로 인해 쌍방의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폭력에 가담한 멤버들은 체육선생P의 괴롭힘에 시달려야했다
Y는 체육선생의 뒤처리에 만족했고
어머니의 쿨한 용서에 혀를 찼다
'저러니 범죄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지'
Y는 앞으로 계속 농구코트를 이용했고
두번다시 그 멤버들을 만날 기회를 없었다
고막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지 않았으나
자연치료되었고
그렇게 사건은 잠잠해졌다
학교앞 신호등 앞에서 패거리 중 한 명이었던 선배를 보게 된 Y는
인사를 했으나 빨간 불에서 초록불로 바뀔 때까지 Y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2년이 흐르고 Y는 졸업 후 입대를 했고,
곧 백일 휴가를 나왔다
휴가 첫 날 바깥바람을 쐬고 싶어서
집에도 안 들어가고 특수부대 정복을 입은 채
강남역을 배회하고 있었는데
강남역 씨티극장 앞에는 '식스센스'라고 쓰인
거대한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는 매표소 앞에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아직 입대를 하지 않은 듯한 사복을 입은 뿔테안경을 낀 한 남자가
여자 친구로 추정되는 사람과 영화를 보려고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Y 은 공수부대 앰블럼을 드러내 보이며 녀석 앞으로 다가갔다
Y가 다가오자 녀석은 깅가밍가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Y는 장난기 품은 눈빛으로 녀석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주며 말했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야..”
-
끝
1998년 고2여름 1부 아래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