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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고2 여름 1부

고등학교 배경 성장기 단편 소설

by 크리스

1

J-고등학교 시절 2학년이 되면서부터

Y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교복 바지통은 헐렁헐렁

아래통은 발목 넓이로 줄이고:

베기 힙합 혹은 항아리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자주 신는 신발은 형광색 리복 ‘퓨리’


교복 마의 위로 광나는 MLB 야구 점퍼에는

NEWYORK MATS라는 글씨가 주홍색으로 쓰여있었고

(흔한 박찬호 색깔 LA 다저스가 아니라는 게 중요)


패션을 넘어서 학교 생활 측면에서도 가로막힘이 없었다

한 문장으로 망나니?


하루는 체육시간에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Y를 본

체육선생 일명 갑빠 맨이

“너 체대 가라-! 고대 보내주마”


비슷한 무렵에

미술 선생님 개 꼰대는

“미술은 절대 하지 마라.”


그래도 Y 가 미술을 전공했던 이유는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일찍 알아냈고

(주변 사람 모두가 동의했다)

그나마 미술전공이 체육 전공보다는

미래에 먹거리가 더 많다는 그런 이유로

적성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


특히 수업시간에 교과서 귀퉁이에 그리는 그림만큼은

적성에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남자 같은 여선생님 몇 분과 남학생들만 빽빽한 남자고등학교에서

눈치 볼일도 없이 수월하게 학교를 다니던 Y 였다


H는 Y의 오랜 친구로

Y의 변화를 가장 빨리 알아챈 친구였다


Y는 10반, H는 5반,

다섯 반이나 건너 있지만

중학교 때부터 절친답게 점심식사도 함께했던 둘이었다

점심시간만 되면 H 네 반으로 건너갔던 Y 였다


변화된 모습에 호기심반 불안한 마음 반으로

H 가 조심 그럽게 질문을 했다


H

“ 여자 친구 생겼냐?”

Y

“ 당연히 여자가 최고지..”

H

“이세끼 변했어”

Y

“스카이 러버, 왜 이래? ”


사실 여자 친구는 H의 최근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로

당시 유행하던 범국민적 채팅 사이트 '스카이러브'를

수능 공부만큼 열심히 파고 있던 H 였다


멀리 떨어진 두 남녀를 이어준다는 마법 같은 사이트를

처음 시작한 것도 Y 네 집에서였다



얼마 전 여름방학 때 일이다

H는 컴퓨터를 누나와 함께 쓰고 있었고

Y 네 집에 가면 오히려 더 편하게 쓸 수가 있었기에

저녁 시간 즈음 공부한다고 건너와서

Y와 Y 네 가족 모두가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까지

'스카이러브'를 하고는 초고속 인터넷 ADSL 사용료와

전기세도 내지 않고 방학 내내 사용했던 것이다


그 뒤로 스카이러브 얘기만 나오면 별 대화도 필요 없이

‘흐흐’ 거리고 ‘실실’ 쪼개며 희망 회로를 돌리던 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5교시 시작 전

10반 아이들 전원 55명이 창문 밖으로 목을 쭉 빼고

구경거리라도 난 듯 야외를 응시하고 있었다


저 멀리 교문밖, 푸른 마을 아파트 담벼락 근처에

K여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 2명 등장!!!

그 앞엔 남학생 한 명이 서 있었다

저 멀리에서도

형광색 퓨리가 반짝이고 있었고 Y 였던 거다

Y의 여자 친구가 친구를 한 명 데리고 대담하게 남고로 온 것

남고생들의 눈에선 과도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Y의 손에 들려있는 빨간 장미꽃 한 송이의 향기가

남고 전체를 환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10반 애들만 쳐다보고 있었을까?

아마 전교생의 반이 보고 있었을 거야.


별일 아닌 것도 별일인 나이 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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