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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추억 1부

중학교 배경 성장기 소설

by 크리스

이태원에는 상점이 늘어 서 있다

보이는 곳의 상점과 보이지 않는 곳의 상점

보이지 않는 곳의 상점에 진짜 물건이있다


이태원엔 깡패가 있다

깡패처럼 생긴 삐끼도있다. 생긴건 똑같다

강매스러운 세일즈를 하는 놈이 삐끼

골목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와 돈을 요구하면 깡패

삐끼도 깡패도 훅 나타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진다


삐끼반 깡패반 이었던 그 시절 이태원에

반드시 가야만했던 필연과 우연에 대한 글




그 곳에는 짭이 있었다

시중물가가 단백하게 반영된 ‘짭’은

서민의 정서와 호흡하는 한국인의 의복이며

훗날 미래가 도래했을때

짭의 기여와 인식이

바로 잡혀지는 날이 오길


물론

엉성한 짭이있고 진짜 배기 짭이있다

진짜 배기 짭은 숨어서 팔아야 될 정도로

ctrC&ctrV 한 정도로 정교한

물건들로 보이지않는 상점에서만 판다

내가 궁극적으로 만나고자하는 물건이다


이태원으로 가는 길은 매우 멀다

는 설명을 하기에 앞서..




1993년 6학년의 여름이 왔다...

6학년이 되었을때 또래 아이들의

화두는 싸움이나 운동이 아니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했겠지만 ..공부도 물론 아니었다.


학교는 소리없는 패션의 전쟁터였다

학교에는 두 종류의 학생이 존재했다.

상표를 아는 학생과 모르는 학생


상표를 모르면 모르고 살아도 편했겠지만

상표를 아는 학생은

엉덩이 뒤에 붙은 캘빈클라인

딱지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당시에

패션을 논할때 디자인 혹은 핏을

운운하는 사람은 없었다.

혹여 있었다면

무례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힙합이냐 복고냐 항아리냐 등의 운운도

수년 뒤의 이야기로

밑도 끝도 없이

상표가 있느냐 ? 아니면 없느냐 ?

죽거나 살거나

대장이냐 졸개냐

흑이냐 백이냐


와 같은 이분법이 패션에 적용되던

다분히 과도기적 시기였으며

갑오개혁이 있고 근대화가 있 듯

필연적인 시기였다.


캘빈클라인 바지의 힘이

칼보다 펜보다 쎘던 시절이고

백화점에서 제값주고 사면되지만 비쌌고

어디서든 어떻게든 구해입으면 폼이 났다

그만큼 심플했다


학교에서는 인격과 교양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게스와 켈빈클라인을 배워나갔다


Guess의 철자가 Guest 로 바뀌는 것을

엉성한 짭이라고 한다

건축학개론의 이제훈이 입었다가

놀림당한 그 옷은 엉성한 짭이다

게스가 영어로 뭔 뜻인지는 몰라도

게스트여선 안되며

Guess에서 s 가 뒤집혀있는 것도 뻔뻔하다

신경써야하게 하나 더 있는데

게스 빨간색이 여자용 초록색이 남자용으로

초록색은 …세일도 안하고…사이즈도 잘 없다..

물론 짭의 세계에선 이런 조잡한 룰은 적용되지않는다


캘빈클라인은 엉덩짝 뒤에 상표가 붙어있었고

게스도 리바이스도 마찬가지

저버는 당당하게 지퍼 앞에 붙어있고

겟유즈드도 당당하게 지퍼에 붙어있었다

당당한 브랜드들은 현재는 도태되고 흔적을 찾을 수없다



머나먼 이태원으로 여정을 떠나게된

배경엔 디테일한 사정이 있던 것이다


하지만 심플하게 이태원을 개척하게 된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돈이 있으면 문제 될 게 없다

콜럼버스도 돈이 없어서 멀리 갔던 거고

삼장법사도 돈이 없어서 걸어갔던거다


백화점 판매가는 심플하게

10만원 정도

상표를 막론하고 10만원을 넘는 경우는 많지않았고

그 당시에는 10만원은 거액이었다


나이키의 에어조단이나

리복의 샤크어택도 10만원을 넘지 못했다


엄마를 졸라서 (백화점은 기대도 안했고)

버스 두번 갈아타고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은마상가라는 곳의 상설할인매장을 방문하기 이른다

그 곳에서 이월상품을 40프로씩나 할인 된 가격에 판매했고

얼추 5만원대로 형성된 가격에 진퉁 캘빈클라인을

형하나 나하나 사이좋게 구입했다

그 바지를 두번입고 빨래통에 내놓은 볏 좋은 날

야외 빨래건조대에서 도둑맞게된거다

엄마의 안일함에 비통함을 금치못했고

자아가 분열할 뻔한 것을 이겨낸 것은

형이 다음날 공수해온 짭-캘빈클라인 덕분이었다.

그날 형은 나를 짭의 세계로 초대한 것이다


과도기적인 시대배경과 딱한 개인사를 계기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거장을 거쳐 도착하게 될

이태원으로 향하게 된다 !

어짜피,

바지 뒤에 캘빈클라인 딱지만 착 -!

붙어있으면 되는거 아이가 !


이태원의 추억 2부 아래클릭

https://brunch.co.kr/@yongtmk/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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