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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추억 2부

중학교 배경 성장기 소설

by 크리스

중학교 배경 성장기 소설

과도기적인 배경과 딱한 사정을 계기로

수많은 버스 정거장을 거쳐야 할

이태원을 향한다


어차피, 바지 뒤에 캘빈클라인 딱지만 착 -! 붙어있으면 되는 거 아이가!


------- 1부 끝


이태원을 잘 아는 동네 형이 한 명 있었다

제헌 이형이었다

제헌이형은 박학다식한 케릭인데

특히 미국 문화에 정통하여

빌보드와 마이클 잭슨에 꽂혀있었고

NBA 농구가 국내에 소개되던 시절이었는데

동네에서는 가장 빠른 소식통이었다


올해의 덩크왕 헤롤드 마이너가 어떤 선수인지

샤킬 오닐의 농구화가 리복에서 출시되었는데 칼라나 재질이라든지

유행 소식은 제헌이형을 통해 접했다


그 외 제헌이형의 강한 분야는 패션이었다

게스, 켈빈클라인을 넘어

이미 안전지대와 퀵실버에 대한 정보도 빠삭했던 형이다


제헌이 형은 동네에 이사온지 얼마 안 되었고

나와 첫 만남은 싸움이었다. (내가 쫄았지만…)

우리 동네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제헌이형은 친구가 없었고

집 안에서 밖을 내다보기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그 형네 아빠 차 트렁크에 비스듬히 기대어 놀고 있는데

다짜고짜 집에서 튀어나와 내 멱살을 잡는 게 아닌가!


“이게 니네 차야?”


한마디를 던지고 금세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로 제헌이 형과 친해졌다


제헌이 형의 정보력에 의해

나의 소비습관도 급격히 변했다.

장난감이나 드래곤볼 카드에 있던 관심은

마이클 잭슨과 공일오비 라이브 음반으로 바뀌었고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듣기 시작한 것이다

카세트를 싸게 파는 연금공단을

소개해준 것도 제헌이형이었다

보통 레코드점보다 60프로 싼 그 곳의 정보라든지

제헌이형만이 줄 수있는 서비스였다



그 외에도 유명 브랜드의 신제품,

소비자 가격과 할인 시기 같은 정보에 정통했다


한 번은 동네 또래와 형들이 모여

제헌이 형을 따라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행사 특가 1만 원에 '마우이 앤드 썬즈' 티셔츠를

공수해 온 적도 있다

그 당시에 '마우이-상어' 티셔츠는

싯가 5만원 정도였고

그 당시에 압구정동은 우리 동네에서 멀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좌석 버스를 타고 가서 득템해 온 것


학교에 가서 '마우이' 티셔츠를 입고

운동장 계단에 앉아있으면

학교에서 패션을 안다는 아이들이 더 호기심을 가졌다

뭔가 알고 있는 아이로 인식되는 듯한

뿌듯함은 매우 큰 변화였다


제헌이형은 이태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바지를 도둑맞게 된 나의 사연을 듣고

오랜 고민 끝에 그렇다면…. 이란 추임새 이후에

이태원이라면.. 이란 추임새를 이어갔다


제헌이형이 오래 고민을 한 이유는

이태원은 뭔가 다르다는 거다

본인조차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미지의 위험이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데

미 팔군 기지 근처라 흑인들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진짜 위험은 대/여섯 살 위의 깡패형들이 포진해있어서

10번 중 8번은 돈을 뺏기는 변을 당하게 된다는 거다


허나…

그곳에 가면 우리가 아는 모든 브랜드가 다 있고..

2만 원이면 '캘빈클라인' 이든

저버든 게스든 아는 상표는 다 있다고 했다


나는 막연하게 상상 해보았다

거대한 마루 위에 널려있는 바지들을 …

마구 널려있고 멀 집어도 엉덩이 뒤에는 상표가 붙어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단 한벌.

무엇을 집어야 할까?

게스? 저버? 미치코 런던? 안전지대? 인터크루?

머라도 상관없다. 엉덩이에 상표만 붙어있다면..

행복한 상상이 구름이 되어 머리 위로 둥둥 떠 다녔다


이태원에 반드시 가야만 한다!


욕망이 두려움을 밀어낸 결정이었다


제헌이형네 집에는 비디오 플레이어가 두 개였고

비디오 가게에서 대여 후 공테이프에 녹화떠서

동네 친구들과 돌려보곤 했다


제헌이형은 선구자이자 용감한 탐험가였다








이태원 출발을 앞두고 모은 돈은 3만 원

그 중 2000원은 버스비라 지갑에 넣었고

버스비를 뺀 나머지 돈은 양말 깊숙히

발바닥 부분에 안전하게 넣었다

깡패를 만났을때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면 안 되기에

안전장치 같은거다


야구 보러 잠실에 갈 때도 이 방법을 쓴다


맘에 드는 바지가 나타나면 그때

양말에서 돈을 빼줘도 늦지않는다

냄새가 나거나 말거나..


이태원은 멀기도 했고

버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낯설었다

한강 다리를 버스 타고 건너는기는 처음이었다

벌써 우리 동네가 그리워졌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멤돌았다


하지만 이번 작전을 성공만 하면

새로운 패션-아이템이 생긴다


나의 두려움을 덮어버린 용기이자

패션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집념으로

버스는 반포대교 위를 지나고 있었다


도착해야 할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우린 크라운 호텔 앞에 도착했고

정류장에서 제현이형과 함께 내렸다


여기서부터 걸어가야한다

오르막 너머 이태원 시장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살짝 거리가 있어 뵌다

악명이 높은 이태원 시장이 가는길

개척자의 마음으로 구비구비 고개를

넘어가려하고 있었고

제헌이 형의 예상에 의하면

이 긴 길위에서 깡패를 만나게 될 참이었다


이태원의 추억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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