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단편소설
보고서 2.
우리는 상부의 지시대로 정신적인 침투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명: 남아선호 사상
여자 족들의 번식을 확률적으로 줄이는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대로라면 여자족의 멸종은 시간문제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고서 3.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프로젝트명: 남아선호 사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몇몇 비범한 여자 족들이 여성인권이라는 프레임으로
남아선호 사상의 정신적 침투는 힘을 잃었다
더욱 강력해진 바이러스의 힘에 기댈 뿐이다
보고서 4. 절망적이다
여자 족들은 바이러스의 강력한 힘에 위기를 느꼈고 대응책을 만들어냈다
C.O.N.D.O.M이라는 발명품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침투를 막아내고 있다
강력해진 바이러스의 독성 때문에 많은 남자 족들의 이성의 힘이 마비되어
변태라 불리는 변이종이 되어 가고 있다
목표의식은 망각하고 집착만 남은
변태가 되면 구제할 방법이 없다
보고서 5. 바이러스의 힘을 유지시키는 단백질이라는 에너지를 발견했다
낙농을 활성화시켰다 고기위주의 식사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모든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먹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교육의 힘으로 바이러스의 침투력은 극대화될 예정이다
다행히도 고기 위주의 식사 캠페인에 대한 저항은 전혀 없다
보고서 5. 일부 여자 족들이 반항과 더불어 채식주의로
고기위주 식사에 맞불 놓는 운동을 시작했다
전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정보유출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군대란 조직을 결성하여 남자 족들끼리만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보고서 6. 아직까지 남자 족의 숫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여자족의 저항은 거세고 임무 성공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일부 남자 족들은 임무에 대한 사명을 잃고 여자 족과의 싸움을 포기한
동족을 대상으로 한 사창가 사업과 포르노 사업을 시작했다
여자 족 체내에 바이러스를 침투시켜 멸종을 시키는 목적 외의
단순 바이러스 배출 본능을 충족시키는 이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나
단속하는 남자 족 관리인마저 포르노 사업에 동조하며 변질되어가고 있다
보고서 7.(마지막 보고서) 드디어 여자 족의 생존 필요조건을 찾아냈다
그들은 '관심'이란 행위가 없으면 살 수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상당히 난해한 심리분야라 이해하기에 앞서 메커니즘이 복잡하다
여자 족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어주고, 공감을 해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태도에 열광하며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 남자 족은 여자 족의 '관심'이란 생존요건을 이용해서
'사랑'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냈다
'관심'을 필요로 한 여자 족에게 다가가서 '사랑'을 주면
강력해진 바이러스를 어려움 없이 여자족의 몸 안에 퍼뜨릴 수 있다
남자족이 무심코 지나갔던 '관심'이란 생존요건에 맞추어 접근하고
'사랑'이란 무기로 무력화시킨다
남자 족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따르릉르릉'
헉 12시.. 다 여관도 체크아웃 시간이 칼 같네..
나가야 할 시간이다
너무 오래 자버린 걸까? 삶의 진리를 깨달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주말인 토요일에 출근이라니.... 크리스마스 이브라 더욱 짜증이 난다
금요일 야근에 토요일 주말근무.. 너무하지 않은가?
이렇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탓이다
요즘 시대는 감성과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시대인데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다
노동과 체력, 근면과 성실을 중요시하는 남성 중심의 시대 말이다
사실 회사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것은 여자 팀장을 만나야 야근도 덜하고
쓸 때 없는 상하 인간관계에 에너지 쏟지 않아도 된다
신문 같은데 보면 점점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진다고 하니..
남자로서 슬퍼해야 하나? 아니면 여자 위주의 시대가 오면 상식이 통하는 시대가 도래하려나?
기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 필요 없고
야근과 주말근무만 없애 준다면 여자를 지지할 용의가 있다
왜 이렇게 전활 안 받아..
"어 나 희준인데
회사 끝났다 홍대 가서 소주 앤 헌팅 콜??..
오키도키 그때 거기서 만나자고"
여관을 나선 지 10시간 이만에 다시 이곳에 서 있다
전날 느낀 좌절감과 공허감들은 파도에 쓸려간 모래성 마냥 흔적이 없고
새로운 모래성을 성실히 지으려고 한다
더 튼튼한 모래성을 동료와 둘이서 지으려는 거다
협동이 무엇인가? 함께 잘 사는 게 뭔가
우리 조상은 상부상조를 사람 관계에서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우리 조상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아마도 과거 먼 옛날에는 여자들과 남자들 사이에 벽이 없어서
관계도 자유롭게 맺고 또 수월하지 않았을까?
라는 상념에 젖어있을 때
"야, 저기 여자 두 명 지나간다"
"근데.. 저 안경 쓴 여자는 안 넘어올 것 같아.
아니 술을 안 마실 거 같이 생겼잖아..
아니 술을 마셔도 일찍 집에 갈 것 같아..
아니 일찍 안 간다고 해도 택시 타고 집에 갈 거 같지 않아?...
이런 느낌이랄까...
고양이를 키우고,
일본 소설을 읽고 여행을 꿈꾸며
한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청개구리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야야 저쪽 세 명..
그래 저분 딱 니 스타일이다!
쪽수 안 맞아도 일단 투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