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줄 아는 마음, 실패해도 괜찮아.

by 나디아

8회 차 소설 수업, 남은 건 고작 2주. 하지만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무료강의였지만 소설가의 직강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동화작가 수업만 들어본 나에게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었고, 처음엔 설렘도 컸다. 하지만 수업에 참여할수록 느껴지는 건 어색함이었다. 마치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불편함이었다.


예전에 들었던 동화작가 수업과는 완전히 달랐다. 동화 수업을 갈 때는 내가 잘 썼든 못 썼든 상관없이 그 시간 자체가 신나고 즐거웠다. 설령 다른 사람들보다 못 써도 '많이 쓰면 나도 잘 쓰게 될 거야'라는 희망이 샘솟았다. 그런데 소설은 달랐다. 진짜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소설다운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나는 왠지 주눅이 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내가 소설을 전혀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 느끼는 당연한 위축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이 주는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동화를 쓸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결심을 굳이게 만든 건 오늘 큰아이와 서점에 가는 길에 나눈 대화였다.

"엄마, 나는 자존감이 높지 않은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뭐든 잘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존감이란 결국 '내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는 선뜻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분야가 많다고 했다.

"그럼 도전을 많이 해보자. 10가지 도전해서 5개 실패하고 5개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3개 도전하고 3개 성공할 바에는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해 보자."

아이에게 던진 이 말이 고스란히 내게 돌아왔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나는 지금 소설 수업에서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지 않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는 중요한 신호라는 것을.


1인 사업가로서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프리랜서의 삶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최근 사정상 일을 늘렸는데, 소설 수업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가 부담스러워졌다.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한 발 물러설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한다는 결심이 좋은 기분은 아니다. 나는 평소 잘하지 못해도 어쨌든 하나의 미션을 끝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시작한 일은 마무리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도해 보고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라고 깨닫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결과일 수 있다. 소설 수업을 통해 나는 내가 어떤 글쓰기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장르에서는 그렇지 않은지를 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다.


아이에게 했던 말처럼,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중요한 건 포기 자체가 아니라, 왜 포기하는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소설 수업을 포기하지만, 글쓰기 자체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내게 맞는 옷을 찾아 다시 도전할 것이다. 동화처럼, 에세이처럼, 내 몸에 자연스럽게 맞는 그런 글쓰기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에게 말할 것이다. 엄마도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해 봤다고, 그 덕분에 진짜 내 것을 찾을 수 있었다고.

포기할 줄 아는 용기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것이 더 큰 도전을 위한 현명한 선택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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