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하지 마시길...

by 나디아

"넌 참 착해."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이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착하지 않아요."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는데, 나는 그냥 잘 웃는 표정을 가진 사람일 뿐, 착한 건 아니다. 착한 것이라면, 겉과 속이 같이 착해야 하는데, 나는 속으로는 화가 나도 겉으로 말을 못 해서 남들 눈에 착한 것뿐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하고 싸워봤자, 관계도 불편해지고, 내가 할 말 다 해봤자 상대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넘기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가 나 스스로 답답해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라도 내 할 말 하고 살고 싶어도 그게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그나마 내가 할 말 하게 된 건 아이들을 키우면서부터이다. 나 혼자라면 그냥 손해를 보거나 기분 나쁜 소리에도 그 자리를 피하고 살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이 아이를 대변할 사람이 나뿐이란 생각에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당당해지긴 했는데.... 문제는 여전히 내 문제에서는 할 말 못 하는 내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나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에서는 서로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서로의 경계선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위로하고, 격려한다. 내 삶에 깊이 들어오지도 내가 그들의 삶에 깊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근데 오프라인 관계는 그게 쉬운가? 조금만 친하다고 생각하면 선을 넘는다. 나는 나를 좌지우지하려는 말, 나와 내 아이들을 평가하려는 말, 그리고 자신을 높이기 위해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살다 보니 연륜이 생긴 건지, 책을 읽다 보니 지혜가 생긴 건지 모르나, 이제는 교묘하게 내 속을 긁으려고 하는 말을 잘 알아챈다. 일부러 걱정하는 척하면서 하는 말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그런 말은 좀 심한 거 아니야."라고 말하면, "내가 원래 좀 솔직해."라고 대답한다. 이 정도 반응이면, 나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는다. 상대는 친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나는 마음에 벽을 세운다. '우리의 관계는 딱 여기까지!' 하고 마음속으로 선을 긋는 것이다.


근데 사실은 그게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속이 좁아서 '서로 맞춰가는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솔직함과 무례함은 분명히 다르다.


진짜 솔직한 사람은 자기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 알고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진심으로 상대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고, 대부분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결과를 탓하거나 지나간 일을 후회하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하는 사람은 다르다. "나는 원래 이래, " "나는 솔직한 편이야, " "난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라는 말 뒤에 숨어서, 상대가 상처 받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그 말에 좀 더 나은 대안도 없다. 솔직함이라는 이름표를 달아놓으면, 어떤 말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들은 자기가 한 말로 상대가 불편해하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장난인데 왜 그래?"라고 오히려 반격한다. 문제는 자기가 한 말이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말한다. 이건 솔직함이 아니라 비겁함이다. 상대에게 죄책감을 들게 하는 것이다.


물론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도 실수로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수 있고, 상대방도 그럴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자기 말이 상처가 됐다는 걸 알았을 때, "미안해."라고 사과할 수 있는가?


서로 맞춰가는 관계라는 건, 상대의 무례함을 무조건 받아주는 게 아니지 않은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면서, 실수했을 때는 인정하고,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한쪽만 참고, 맞춰주고, 상처받는 관계는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서로 맞춰가는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갖지 않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할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특히 내 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나 스스로를 지켜야겠다.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하지 마시길... 솔직함은 용기지만, 무례함은 무례함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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